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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협력사 'ESG 컨설팅'까지 하는 까닭

[ESG 세상]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 ESG 컨설팅 담당하는 오선자 프로 인터뷰

등록|2024.07.19 12:15 수정|2024.07.19 12:15
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편집자말]

▲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 ESG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오선자 프로 ⓒ 안진완


유럽연합(EU)이 '기업 지속성 실사 지침(CSDDD)'을 제정하고 세계적으로 상품 제조의 전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제 대기업과 협력업체의 관계가 전통적인 갑을 관계가 아니라 이제 명실상부하게 협력 관계로 바뀌어야 하는 시점이다.

CSDDD는 흔히 공급망 실사 지침으로 불린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 협력업체 ESG컨설팅을 주도하는 오선자 프로(삼성전자 부장)는 지난해부터 '협력'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상생협력센터에서 오 프로를 만나 대기업의 협력업체 ESG컨설팅 지원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5개 기업 컨설팅... 온실가스에서 ESG 전반으로 업무 확대

- 삼성전자에서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시죠?

"삼성전자의 상생협력센터에서 협력업체 ESG컨설팅을 맡고 있어요. 상생협력센터는 협력사 대상으로 구매정책 설명 등 지원 사업을 수행하는데, 저는 센터의 상생협력아카데미 소속입니다. 아카데미는 협력업체 교육과 현장 컨설팅의 두 가지 기능을 갖췄고, 저는 그중에서 컨설팅 쪽에서 ESG컨설팅을 담당합니다."

ESG컨설팅 조직은 언제 생겼나요?

"지난해 2월 출범했어요. 원래 ESG 전담 조직으로 출발했지만, 첫 업무는 협력사에게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교육하는 것이었어요. 올바르게 계산했는지 알려주면서 절감 방안을 같이 고민하죠. 검증까지는 아니고요."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도 크게 보면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ESG경영 컨설팅으로 보긴 어려울 텐데요.

"그렇죠. 업체들을 다녀 보니까 온실가스 감축 외에 ESG경영을 하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충 토로가 더 많았어요. 니즈에 맞춰 빨리 대응했죠."

- ESG컨설턴터는 모두 삼성전자 직원인 거죠?

"예. 모든 분야를 통틀어 컨설턴터가 70명가량인데 ESG 쪽은 처음에 7명으로 시작해서 지금 10명이 활동하고 있어요. 각 사업부에서 20~30년 경력을 쌓아 베테랑이 됐다고 할 수 있는 직원 중에서 지도역량 등을 감안해서 뽑았어요."

- 처음엔 온실가스에 초점을 맞추다가 ESG 전반으로 확대했다고요.

"협력사 입장에서 배출량 산정과 작성보다 더 중요한 건 배출량 감축이잖아요. 감축은 투자를 수반하게 돼 그 이상으로 논의가 발전하지 않더라고요. 그런 거 말고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 전자산업의 공급망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증진하기 위해 2004년 설립된 글로벌 비영리 기구)나 외부 ESG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데 뭐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알려달라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기본으로 하고 거기에 ESG경영 수준 진단과 개선 과제 도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자고 결정했죠. ESG컨설팅은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했어요."

- ESG경영의 범위가 넓잖아요.

"ESG 중에서 거버넌스는 당분간 업무 범위에서 뺐어요. 지배구조라든지, 배당 이사회 이런 문제는 예민한 내용을 포함하기에 저희는 주로 환경(E)하고 사회(S)에 집중합니다. 저희가 ESG 전문가로 시작한 게 아니고, 개인 간에 차이가 있는 데다 업체들도 수준과 요구가 달라서 맞춤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어떤 회사는 교육 위주로 하고, ESG팀이 있고 어느 정도 역량을 갖춘 중견업체는 보고서나 공시 준비를 돕고, 홈페이지 개편을 지원하기도 합니다. 컨설팅 비용을 받지는 않습니다."

- 10명 내에 역할 분담이 있나요?

"전원이 각자 업체를 배정받아서 책임지고 그 회사를 컨설팅하면서 서로 도움을 주는 형태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사회(S)를 조금 더 많이 알고 잘하고 환경(E)이 조금 약할 때 E에서 과제가 생겨서 제가 힘이 부친다면 E를 더 잘하는 분이 합류해서 도와주는 식으로 가변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 몇 개 기업을 컨설팅 하셨나요?

"지난해 2개, 올해 3개 해서 모두 5개 기업에서 진행했어요. 제가 좀 많이 한 편입니다. 처음에 ESG 파트를 만드는 일을 했고 운영에 관여한 데다 개인적으로 욕심이 있어서요. 더 잘해볼 생각에 ESG를 전문으로 하는 대학원에도 들어가서 이제 2학기를 마쳤습니다."

- 삼성전자 자체의 ESG팀과 별개로 협력사 ESG경영을 지원하려면 컨설턴트로 선발된 사람이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춰야 하지 않나요.

"지난해 상반기엔 계속 교육만 받았어요. 근데 계속 교육만 받다 보니까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들어 일단 부딪히며 현실을 배워가자며 지난해 하반기에 실무에 돌입한 거죠."

- 회삿돈으로 공부하고, 좋은 직업이네요.

"그래서 아무나 여기를 못 와요. 보통 각 사업부에서 추천해 선발했는데, 문이 닫혀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 이제 회사 내에서 공개 모집할까 해요."

삼성전자 협력사들의 현실적인 고민들
 

▲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 ESG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오선자 프로 ⓒ 안진완


- 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1994년 입사 후 한 사업부에서 28년 반을 일하다가 지난해 2월에 이쪽으로 옮겼어요. 이동통신 네트워크 파트로 입사해서 CDMA 개발부터 5G까지 쭉 있었어요. 학부 전공이 경영정보학(MIS)이고 프로그래밍을 할 줄 알아서 소프트웨어 인력 공채로 삼성전자에 들어왔는데 부서 배치 면담할 때 관리·기획 업무를 해보라고 해서 계속 그 일을 했어요."

- 엔지니어로 풀린 것보다 지금 하는 일과 잘 맞네요.

"기본적으로 경영학을 전공했고 회사에서 그런 업무를 했기 때문에 온실가스와 같은 세부적인 기술 자문보다는 전체 체계를 어떻게 구축해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하고 전략과 프로세스, 지표 관리, 보고서 작성 등을 조언하는 쪽에 더 적성이 있는 듯해요."

- 컨설팅할 업체는 어떻게 정하나요.

"공문을 보내 1년에 두 번(1월, 7월) 신청을 받아서 그 중에서 대상업체를 골라요. 컨설팅은 6개월 진행합니다. 선정된 업체를 방문해 인터뷰를 통해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한 다음에 내부 논의를 거쳐 컨설턴트별로 업체를 정하고 있어요. 지난해 상반기에 시행한 2개 사는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이어서 아는 회사와 협의해 컨설팅을 진행했어요. 공문 내서 하는 정식 컨설팅은 지난해 하반기에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하반기 컨설팅 업체를 정하는 중입니다."

- 뜬금없는 질문인데, 근데 왜 삼성전자에서 협력사에 ESG컨설팅을 해요?

"삼성전자에서 상생협력센터를 통해 협력사 컨설팅을 한 지 10년가량 됐어요. 경영일반과 재무 등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데 이제 ESG가 추가된 것뿐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온실가스 때문에 시작했는데, 막상 현장에 나가보니 ESG경영 전반에 관한 자문을 원하더라고요. 그래서 확대된 거죠."

- ESG경영과 관련한 현장의 요구는 어떤 거예요?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과 관련해선 결국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고, ESG경영과 관련해서도 똑같은 반응이에요. 하긴 해야 할 것 같은데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어디서부터 누가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감을 잡기 힘들다고 해요."

- ESG경영과 관련한 고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주세요.

"전담 인력을 두기가 어렵다고 얘기해요. 중소·중견기업은 자체 인력이 많지가 않아서 기존 인력에서 배정하기도 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을 뽑기도 비용이 부담돼 망설이게 된다고 합니다. 협력사의 또 다른 어려움은 자신들의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으로, 공급망실사다 뭐다 하는 상황에서 1차 협력사인 자신들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고 삼성전자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자신들의 공급망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데, 그들이 대부분 영세해서 많이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하네요. 협력사 가운데 상장사들은 몇 년 후에 현실화할 공시 의무 때문에 많이 당황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컨설팅 신청사가 전부 상장사예요."

- 말씀하셨듯 공급망 실사가 당장의 현안이잖아요. 협력사뿐 아니라 삼성전자의 문제이기도 하고요.

"지금 당장은 유럽연합(EU)의 공급망실사(CSDDD) 관련해 저희가 먼저 할 일을 하면서 협력사 교육하는 걸 구매 전략팀에서 따로 진행하고 있어요."

- 협력사가 되게 많잖아요.

"우선 1차 협력사만 진행하고 있어요. 삼성전자가 DX와 DS로 나뉘는데, 제가 속한 DX에서만 1차 협력사 한 300개 정도 됩니다."

- 다단계식으로 해나갈 수밖에 없겠네요.

"그렇죠. 저희가 1차 협력사를 가르쳐주고 1차 협력사가 다음 단계 협력사를 가르쳐야죠. 1차 협력사들은 크고 작은 자신들의 납품업체를 어떻게 대응하느냐고 어려움을 말해요. 그러면 우선 주요 협력사를 정의하고, 그 협력사 대상으로 시작한 다음 범위를 차츰차츰 넓혀가라고 안내합니다."

- 공급망실사라는 게 간단히 말하면 하나의 상품이 있다면 그 상품에 대해서 관련한 모든 회사를 하나로 보겠다는 생각인데, 실제로는 관련한 회사가 많고 이해가 달라요.

"저희는 도와주러 가는 사람입니다. 삼성전자의 방침 같은 거는 현업 부서에서 직접 전달합니다. 여러 가지 법의 적용을 받고 있고 자칫 과도한 경영 간섭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도움을 드려야 해요. 기본적으로 갑을 관계가 있고, 컨설팅 과정에 들여다보면 안 되는 협력업체 정보까지 볼 수도 있기에 민감한 내용은 제3의 기관에 의뢰하고 비용은 저희가 대는 걸로 하고 있어요."

"조력자 아니라 실행자 되고 싶은 마음 있어"
 

▲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에서 ESG 컨설팅을 담당하고 있는 오선자 프로 ⓒ 안진완


- "공급망실사나 탄소 검증, 또는 포괄적으로 ESG경영 때문에 상생과 소통이 더 중요해졌네요. 기술 같은 전통적인 지원 방식과 달리 이제 공급망 실사나 탄소 검증에 실제로 대응해야 하니까 협력하고 실사하되 기업 비밀을 지켜주면서 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양쪽의 이해를 다 고려하고 전체로서 위험을 줄이는 플랫폼 같은 게 필요하겠네요. 그게 지금 경영환경에 필요한 거버넌스 같아요. 그런 중간조직에 관한 고민과 함께 협력업체 인권과 환경 실사에 자문하고 교육을 담당할 인력이 더 충원돼야 하지 싶어요. 대기업의 역할이 많이 달라져야 하는 시점입니다.

"늘려야 하는데 사실 ESG 분야 전문가가 사회 전체에 별로 없잖아요. 구매 안전 환경 등 부문별로 현업의 베테랑들을 모셔 오는 중이에요. 그분들을 전체를 포괄하는 전문 컨설턴트로 육성하는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고요. 전문지식 외에 협력업체에 나가서 '협력'하는 태도가 가능한 분들을 모셔오죠. 좀 예민하거든요. 행여나 말투라도 흔히 이야기하는 '갑질'이라고 오해를 받으면 안 되기에 레퍼런스 체크를 거쳐 컨설턴트 자원을 확보하고 있어요."

- 컨설턴트 교육이 중요할 겁니다. 결국은 ESG가 포괄하는 체계로 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전반적으로 들여다보는, 즉 조감하는 역할이 필요하고 그다음에 업종이나 회사 특성에 따라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제공하는 기능, 내부에 없는 건 외부에서 가져오는 소싱 등을 묶어서 유기적인 구조를 만들어야 하겠죠. 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이제 다 됐어, 이거 하면 돼' 하고 실무자와 안을 만들었는데, 막상 위에 올라가면 뒤집히는 상황이죠. 우리가 지금 이거 할 때 아니야, 이거 한다고 우리 매출이 올라가, 이런 반응이 힘들죠. 투자가 돼야 하니까 그게 조금 어렵더라고요."

삼성전자가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돕는 덴 돈이 최고죠.

"그 부분은 제가 언급 드릴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고, 회사가 어쨌든 고민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SG컨설팅 팀을 만들어 가동하는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이고요."

- 실제 변화로 이어진 사례가 많나요.

"온실가스나 전기 같은 영역에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개선이 많이 있어요. 인권 관련해선 공장이고 여직원이 별로 없다 보니까 둔감할 때가 있는데 말씀을 드려서 바꿨죠. 여성용 화장실이 건물 2동에 하나밖에 없어서 늘리고, 임산부 휴게와 수유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었어요. 어렵지 않은 일인데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그랬던 거든요."

- 현장에서 물어봤는데 모르는 게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기본적으로 센터에서 교육을 세게 받았고 받고 있고요, 안치용 교수님(필자) 같은 전문가에게 여쭤보고, 대학원 수업에서도 보충하죠."

- 현장에서 목격한 실질적인 어려움은 어떤 건가요.

"대기업들이 협력업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파악하다 보니까 그것에 대응하는데 대기업마다 원하는 양식이 다 다르다고 하더라고요. 어떤 회사는 저희를 포함해 5개 대기업을 상대하는데, 같은 데이터를 다른 5개 양식으로 작성해서 제출한다고 하더군요. 과도적인 현상인데 빨리 정리가 됐으면 좋겠어요. 어떨 때는 다른 대기업 자료 제출하는 데에 도움을 주기도 해요."

- 정년이 6~7년 남았지요? 정년을 위해 거쳐 가는 과정으로 오신 건 아닌 듯하네요.

"제가 한 업무 중에 협력사 관련한 게 많았어요. 협력사와 교류하면서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하면 좋은데 왜 안 하나, 그런 마음이 있었고 그래서 이 일을 제안받아서 선뜻 수락했어요. 이 일을 계속하며 협력사에 많은 도움을 주고 기회가 된다면 제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실제로 회사를 바꾸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 경제·산업계가 ESG경영을 피해갈 수 없을 텐데, 조력자가 아니라 실행자가 돼 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요."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정리: 조승우·김아연(지속가능바람), 사진: 안진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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