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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조천읍 북촌리 '착한 어른들'의 이야기

[미리보는 영화] <샤인>

등록|2024.07.18 18:01 수정|2024.07.18 18:01

▲ 영화 <샤인> 포스터 ⓒ 인디스토리


특별한 악당이 등장하지 않아도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도를 갖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흡인력이나 주목도는 좀 떨어질지라도 저마다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사연을 안고 슬픔과 아픔을 이겨내는 이야기도 충분히 감동적일 것이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샤인>은 할머니를 여의고 혼자 남게 된 소녀와 그 친구들, 그리고 이들을 돌보고자 했던 착한 어른들의 이야기다. 제주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라는 작고 조용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서로의 약함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이들의 연대기로, 함께해 더욱 빛날 수 있는 이들의 삶을 조명한다.

할머니 장례를 치른 뒤 마음을 닫아버린 예선(장해금)은 자신을 향해 어떤 도움을 주려고 하는 손길들이 불편하다. 친구들도, 마을 성당의 수녀 스텔라(정은경)에게도 어색함을 느끼고 말을 아끼게 된다. 북촌리에 정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라파엘라(장선) 수녀는 그런 예선의 마음을 잘 안다. 동시에 스승인 스텔라 수녀나 마을 학생들의 마음도 가늠한다.
  

▲ 영화 <샤인>의 한 장면. ⓒ 인디스토리

  

▲ 영화 <샤인>의 한 장면. ⓒ 인디스토리


라파엘라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예선은 자신의 집 주변을 배회하던 새별(송지온)이란 아이를 만나게 된다. 어떤 사연으로 엄마와 떨어지게 된 새별을 두고 예선은 애정을 보이고, 영화는 의도치 않게 아이를 보호하게 된 청소년들과 진실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수녀들을 섬세하게 조명한다.

함께이고 싶지만 타의에 의해 혼자가 됐다. 하지만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저마다 어느 정도 아픔을 견디며 손을 잡아주는 등장 인물들이 영화 후반부부터 아름답게 빛나기 시작한다. 그간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어둠을 조명하며 일종의 감정 승화를 묘사해 온 박석영 감독이 전작보다 훨씬 밝고 가벼워진 톤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배우 장해금, 장선, 정은경 등 주요 캐릭터를 제외한 많은 이들은 영화 촬영이 처음이다. 특히 청소년 캐릭터들 신에선 감독이 특정 대사를 부여하지 않았다. 상황 자체에서 배우들이 몰입해 연기를 꺼내놓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날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만큼 더 진실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자 최근 <바람의 세월>을 연출한 문종택 감독이 직접 출연해 뭉클함을 더한다.

<샤인>은 개봉을 앞두고 전국 지역 독립예술영화관과 영화 집단을 찾아다니며 순회 상영 중이다. 기성 배급망에 밀려 막상 개봉하더라도 상영관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과 배급사가 내놓은 방안이다. 작지만 의미 있는 몸짓과 도전에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화답할 때다.

한줄평 : 사소한 기적들이 모여 만들어진 따뜻함
평점 : ★★★☆(3.5/5)

 
영화 <샤인> 관련 정보

감독 및 각본 : 박석영
출연 : 장해금, 장선, 정은경, 송지온 외
제작 : 제주에스엘 주식회사, 영화사 삼순
배급 : ㈜인디스토리
제작연도 : 2023년
관람등급 :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 129분
개봉일 : 2024년 7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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