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댐 있으면 안전? 산사태 발생 주범이 산림청인 증거들
[최병성 리포트] 여름철마다 산사태 유발하는 산림정책, 전면 개편 필요
▲ 산사태로 뿌리째 뽑힌 나무 그루터기가 뒤집혀 뒹굴고 있다. ⓒ 최병성
산사태로 돌과 흙더미가 쏟아져 내렸다. 산사태의 위력이 얼마나 컸던 것일까? 커다란 나무 그루터기가 뿌리째 뽑혀 뒤집혀 있다.
심지어 땅속에 깊이 박혀 있던 잔뿌리가 드러날 만큼 깊이 패였다. 눈이 구르며 눈덩이가 점점 더 커지는 것처럼, 산사태 역시 작은 시작이 엄청난 양의 토사량으로 불어나며 아래 지역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한다.
▲ 땅속에 있어야 할 나무 뿌리가 끝까지 다 패여나갈만큼 산사태 위력은 엄청났다. ⓒ 최병성
이곳은 지난 2023년 7월,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 비상리에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이다. 당시 왜 산사태가 발생한 것일까? 산사태의 원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뿌리째 뽑혀 뒹구는 나무도, 잔뿌리까지 다 드러내고 있는 나무도 모두 그루터기만 남긴 채 잘려 있던 것이다.
산사태 원인을 찾기 위해 산사태가 시작한 지점까지 험한 계곡을 기어 올라갔다. 우측 경사면에서 산사태가 시작한 정상부까지 벌목 후 어린 소나무를 심었다. 그러나 살아있는 소나무를 찾기 어려웠다. 소나무는 모두 죽고, 조림했다는 대나무 기둥만 남아 있었다. 환경오염지표 식물인 미국자리공과 환삼덩굴이 소나무 대신 온 계곡을 덮고 있었다.
▲ 산사태가 시작한 지점까지 올라갔다. 벌목 후 심은 소나무는 죽어 보이지 않고, 미국자리공과 환삼덩굴만 무성하다. 주변 역시 벌목 후 풀만 무성한게 보인다. ⓒ 최병성
무더위에 땀방울이 비 오듯 쏟아졌다. 드디어 산사태 시작점을 찾아냈다. 주변에 벌목한 나무들이 뒹굴고 있었다. 벌목 작업으로 중장비들이 파헤쳐 연약해진 지반으로 인해 집중호우에 산사태가 시작했고, 토사가 굴러 내리며 점점 더 위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 산사태가 시작한 지점까지 올라왔다. 벌목된 나무 기둥들이 뒹굴고, 중장비가 파헤친 흔적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 최병성
계곡을 오르며 문어발처럼 뿌리를 사방으로 뻗고 있는 그루터기를 만났다. 다른 그루터기들은 모두 패여 나갔음에도 이 나무는 꿋꿋하게 견뎌냈다. 아마도 다른 나무보다 뿌리가 많고, 깊이 박혀 있었기 때문인 듯했다.
이 그루터기를 반대편에서 내려다보았다. 딱딱한 나무기둥이 누더기가 되었다. 쏟아져 내리는 돌과 흙더미를 온몸으로 견뎌낸 당시 산사태의 상황을 짐작케 했다.
▲ 문어가 발을 뻗고 있듯, 잘린 나무 기둥이 뿌리를 깊이 박고 산사태를 견뎌냈다. ⓒ 최병성
▲ 반대편에서 보니 떠내려오는 돌과 흙에 온 몸이 누더기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깊이 박고 있는 뿌리의 힘으로 그 엄청난 산사태를 견뎌낸 것이다. ⓒ 최병성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숲에서 나무의 역할은 홍수와 가뭄을 막아주고, 땅속 깊이 박혀 있는 나무뿌리가 산사태를 막아주는 것이다. 이는 기본 상식이다. 그런데 산림청이 산림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싹쓸이 벌목을 하게 되면, 홍수와 산사태를 막아주는 나무의 기능이 모두 사라진다.
산사태의 원인은 집중호우가 아니었다. 최근 기후 이상 속에 극한 호우가 내리고 있다. 비가 많이 와도 큰 나무들이 뿌리를 깊이 내리고 있으면 산사태는 잘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숲의 나무들을 벌목하면 조금만 비가 와도 대형 산사태라는 산림 재난이 발생한다.
사방댐이 있으면 안전할까
지난해 경북 예천을 비롯하여 전국에서 산사태로 많은 인명 사고가 있었다. 연일 산사태 뉴스가 이어지자, 사방댐으로 마을을 지켜냈다는 한 언론보도가 있었다. 이 기사는 산림청이 제공한 자료 사진을 통해 사방댐이 산사태로부터 마을을 지켜냈다며, 산림청이 지난 2023년 2981억 원을 들여 전국의 사방댐을 세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정말 사방댐이 있으면 국민들이 산사태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일까?
▲ 산림청이 제공한 사진으로 사방댐이 산사태 막았다는 보도. ⓒ 산림청
산림청이 제공했다는 사방댐 사진 뒤편의 모습이 이상했다. 정상적인 숲이 아니다. 싹쓸이 벌목한 숲이었다. 이곳의 산사태 원인이 벌목 때문임을 직감했다.
산림청이 산사태를 막았다는 사방댐을 찾기 위해 주변의 많은 골짜기들을 뒤져서 찾아냈다. 계곡에서 밀려 내려온 토사들이 사방댐에 가득했다. 마을을 지켜내기엔 사방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토사와 나무기둥들이 사방댐을 넘쳐 하류의 저수지까지 도달한 것을 확인했다.
사방댐 안에는 산사태 발생 원인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있었다. 벌목한 나무의 그루터기들이었다. 앞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살펴본 바와 같이 벌목했기에 산사태가 발생한 것임을 사방댐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산림청 측은 사방댐 덕에 산사태로부터 마을의 안전을 지켜냈다고 주장한다.
▲ 사방댐 안에는 토사와 함께 벌목으로 잘린 나무 그루터기들이 가득했다. 산사태 원인이 벌목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 최병성
사방댐이 완공된 것은 2023년 6월경이다. 사방댐 팻말 바로 옆에 이곳이 산사태 취약지역이라는 팻말이 함께 세워져 있었다. 그런데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날짜가 빠져 있었다. 지난 7월 10일 중부지방산림청에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날짜를 물었다. 다음날 이곳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날짜가 2023년 12월 27일이라는 답이 왔다.
산사태가 발생한 것은 2023년 7월이다(산사태 당시 이미 산사태 취약지역 안내판이 존재했다). 산림청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이 산사태 발생 약 5개월 뒤인 2023년 12월 27일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산림청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벌목하기 전까지는 안전한 곳이었다. 정작 벌목으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한 후, 산사태 취약지역을 지정했다.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이 산사태 위험을 알리고 예방하기 위함이 아니었던 것일까.
▲ 사방댐 아래에 산사태 취약지역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다. 그러나 지정 날짜가 없다. 산림청에 문의하니, 산사태 발생 이후였다. ⓒ 최병성
통계 부풀린 산림청
지난 6월27일 감사원은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과 산불 진화 헬기 출동에 대한 산림청의 산림재난대비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감사원은 산림청이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국회에 통계를 사실상 조작하여 보고를 했음을 지적했다.
감사원은 산림청의 사방사업 현황을 검토한 결과, ① 사방사업 대상지 중 70%정도가 취약지역이 아닌 곳으로 선정하고 있어 향후에도 상당수 취약지역이 산사태 위험에 계속 노출될 위험이 있으며, ② 취약지역 중심으로 사방사업을 실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 대해 산림청은 방안 마련 대신 이미 사방사업이 이뤄지거나 예정된 지역을 취약지역로 지정하여 사방사업 실시율이 높아 보이게 과장해서 국회에 보고했다고 지적했다.
▲ 감사원의 산림청 감사 보고서. ⓒ 감사원
산사태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직결된 중요 문제이며, 산림청은 산사태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위해 노력해야 의무가 있다. 그런데 국회의 질책을 피하고자 사방댐 건설과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에 관해 통계를 부풀려 국민을 산사태 위험에 방치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과 사방댐 건설 통계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산사태의 주범이 사실상 산림청이라는 사실이다. 그 현장들을 살펴보자.
산림청의 벌목이 문제의 핵심이다
처참하게 산이 줄줄이 무너져 내렸다. 산사태로 무너진 곳을 복구하지만, 여름이면 또다시 무너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산속에 퍼붓고 있는 꼴이다.
▲ 임도를 따라 줄줄이 산사태가 발생하였다. ⓒ 최병성
▲ 위의 사진 A지점의 모습이다. 산사태로 무너진 임도를 콘크리트로 복구했지만, 또 다시 지반이 유실되며 콘크리트마저 붕괴될 위기에 처해있다. ⓒ 최병성
이곳은 금강송으로 유명한 울진 쌍전리다. 이곳에 산사태가 계속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임도를 만들고, 싹쓸이 벌목을 했기 때문이다.
임도 입구에 이곳 주변이 2013년 1월 22일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했다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 2013년 이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했음에도, 이후 싹쓸이 벌목으로 대형 산사태가 발생하게 됐다. ⓒ 최병성
카카오맵의 연도별 항공사진을 통해 이곳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자. 2012년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임도를 건설했다. 다음 해인 2013년 1월 22일 이곳을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지정했다. 2016년 아름드리 소나무를 싹쓸이 벌목했다. 2021년 임도를 따라 줄줄이 산사태가 발생했다.
▲ 임도와 벌목이 산사태의 주범임을 보여주고 있다. 산사태를 막기 위해서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과 사방댐이 필요한 게 아니다. 산사태를 유발하는 산림청 산림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시급한 것이다. ⓒ 카카오맵
이처럼 산사태는 더 이상 자연재해가 아니다. 산림청이 임도를 만들고, 벌목을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재다. 감사원의 지적처럼 기후위기 시대에 산사태로 인한 산림재난을 막기 위해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과 사방댐 설치 개선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산사태를 유발하는 산림청의 산림정책 개선이 시급하다.
지난여름 산사태로 두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논산 양지 추모원이다. 이곳 역시 산사태가 발생 원인은 집중호우가 아니다. 산을 절개하고 만든 임도 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임도에 묻혀 있던 배수관이 토사와 함께 추모원 마당까지 내려왔다. 현장엔 산림청이 만든 임도가 산사태 원인임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관련 기사: 산사태 피해지역의 끔찍한 공통점... 산림청 무슨 짓 한 건가https://omn.kr/24us1
▲ 임도 3곳에서 발생한 산사태가 양지 추모원 붕괴의 원인이었다. ⓒ 최병성
'산사태로 양지추모원 임시 중단'한다는 현수막 바로 옆에 산사태 취약지역 팻말이 세워져 있다. 지정 일시가 2015년 6월 30일이다. 이곳의 임도 건설은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 3년 뒤인 2018년이다. 산림청이 산사태에 취약한 곳에 임도를 건설하여 산사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곳 역시 자연재해가 아니다. 산림청이 만들어낸 인재다.
벌목하면 산사태가 발생한다
<녹색댐 기능증진을 위한 숲가꾸기 효과>(국립산림과학원. 2017)에 따르면, 숲가꾸기로 숲의 나무들을 솎아낸 지역과 그냥 자연 숲의 '첨두유출량'(집중호우시 최대 홍수 유출량)이 비가 집중되는 7월에 무려 318배라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나무를 솎아내면 집중호우 시 그만큼 홍수 유출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산림청 스스로 잘 알고 있다.
▲ 산림청이 숲가꾸기 한 곳과 하지 않은 곳의 홍수 유출량의 차이. 40~50배는 물론 7월엔 320배가 넘는다. 홍수와 산사태 원인이 산림청의 벌목이었던 것이다. ⓒ 국립산림과학원
숲의 나무 중 일부를 솎아낸 간벌만으로도 40~50배에서 무려 318배가 넘는 빗물이 일시에 쏟아진다. 그렇다면 숲의 모든 나무들을 싹쓸이 벌목한 지역의 홍수 위험은 얼마나 더 급증하는 것일까? 벌목한 지역에서 산사태가 발생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2021년 9월 하늘아래 첫 동네인 포항시 두마동에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마을 곳곳이 붕괴되고 사과밭이 유실되었다. (관련 기사: 사과나무 '대학살'... 산꼭대기에서 벌어진 섬뜩한 일 https://omn.kr/1vifn) 이곳의 홍수 원인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을 뒷산 정상부를 싹쓸이 벌목했기 때문이었다.
▲ 갑작스런 홍수로 잘 익어가던 사과밭이 유실되었다. 홍수의 원인은 마을 정상부의 벌목 때문이었다. ⓒ 최병성
▲ 포항시 두마동의 산사태 원인은 산정상부의 싹쓸이 벌목 때문이었다. ⓒ 최병성
감사원은 산림청의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과 사방댐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두마동 산사태가 시작된 지점에 사방댐이 있었지만, 산사태를 막을 수 없었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여주에 산사태가 발생해 전원주택들이 붕괴되고, 토사에 휩쓸린 수많은 자동차들이 휴지 조각이 되었다. 이곳 역시 이미 사방댐이 건설되어 있었다. 그러나 산사태로부터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내지 못했다.
▲ 산사태로 전원주택과 자동차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 최병성
▲ 이미 커다란 사방댐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산사태 피해를 막을 수 없었다. 산사태 발생 예방이 중요하지, 산사태 취약지역 지정과 사방댐 건설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 최병성
산림청은 마치 사방댐이 산사태를 막아내는 만능인 것처럼 홍보한다. 그러나 산림재난으로 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길은 사방댐 건설이 아니라,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산림청은 벌목과 임도가 산사태를 유발함을 감추고 있다. 오히려 산림경영이라는 이름으로 산림을 벌목하고, 산불 예방용 임도를 건설한다며 산사태 발생 위험을 높이고 있다. 집중호우에 언제든 산사태가 발생하도록 산림재난을 예비해 놓는 꼴이다.
산림을 관리하는 권리와 책임을 진 산림청은 1년에 약 2조 8천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산림청이 숲가꾸기와 벌목과 임도 등의 산림정책을 시행한 곳마다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관련 기사: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 https://omn.kr/1tkiw)
도로와 교량의 부실 공사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업자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그런데 산림청의 벌목과 임도 건설로 인한 산사태는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잘못을 자연재해로 돌리기 때문이다.
산림청이 더 많은 사업을 할수록 국민의 생명이 더 위협받게 되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다. 산림청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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