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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집에 회로 냈던 '이렉'을 아십니까

사수도 해역 상어잡이가 외친 '이렉' 칠성상어 이야기

등록|2024.07.19 11:04 수정|2024.07.19 11:11

▲ ⓒ 완도신문


'이렉, 이렉.'

전남 완도 보길면 예작도 어민들이 내뱉는 말이 수상하다. 애니메이션 영화 속 독특한 캐릭터 '슈렉'은 알아도 '이렉'은 처음이다. 궁금해서 물었다.

"이렉이 무엇인가요?"
"여기에서는 상어를 그렇게 불러요"


예작도 김창근(67) 이장이 대답했다.

사수도 해역에서 잡은 칠성상어를 '이네기'라고도 표현하지만, 이곳 어민들은 '이렉, 이렉'이라며 연거푸 발음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예작도 김창근 이장은 상어잡이 했던 지난 기억을 더듬었다. 섬 주민들의 잔치 음식에 꼭 필요했던 칠성상어를 예작도 어민들은 '이렉'으로 부른다. 은상어, 참상어 등 다양한 종을 섬사람들은 즐겨 먹었지만, 그중 최고로 여겼던 것은 '이렉'이었다.

주로 회를 썰어서 잔칫상에 냈다. 일반상어는 회를 썰 때 그대로 펴지는 것에 비해 '이렉'은 살결이 알록달록한 꽃 모양을 띠는 게 특징이다.

어민들은 100kg이 넘는 '이렉'을 한 번에 30여 마리 잡기도 했고, 보통은 10여 마리 정도 잡으면 만선의 깃발을 올렸다.

섬사람들은 상어 철에 맞춰서 결혼식을 했다. 상어가 필요했던 것인데, 한 마리에 50만 원을 호가하는 비싼 가격에도 '이렉'의 인기는 대단했다. 어민들은 해남을 비롯해 목포 인근까지 거래처를 확보했다.

김 이장은 16세 때부터 66세까지 사수도 해역에서 어장을 했다. 거의 40년 동안 통통배를 타고 다니며 상어잡이를 한 것이다.

그렇게 3대에 걸쳐서 어장을 했고, 밤에는 징어리 멸치를 주로 잡았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때는 노를 저어 가는 '노전배'를 주로 사용했는데, 1960년대부터는 기계배가 들어왔다.

그때는 마을 전체가 어장을 해서 먹고 살았다. 4~5명씩 조를 짜서 사수도 해역을 관리하려면, 배에서 먹고 자는 일은 예삿일이었다. 섬에는 농사가 없기에 자손 대대로 어장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었다. 보길면 예송리는 100여 가구 살았고, 배를 만들던 젊은 사람들이 주로 어장을 했다.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어잡이는 이듬해 5월까지 이어졌다. 예작도 어민들은 1년 중 절반을 상어잡이에 매진했다. 30가구 정도가 살았던 예작도는 마을 전체가 상어잡이에 나섰던 것.

그런데, 사수도 해역의 상어잡이는 선사 시대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5년 여서도 패총을 발굴했다. 거기에서 다량의 골각기와 뼈로 만든 낚시 바늘, 그리고 상어 척추 뼈 등이 발견됐다.

상어 척추 뼈를 끈으로 엮어서 목에 걸고 위용을 뽐냈던 선사 시대 인류가 여서도에 정착했던 것이다. 여서도 섬마을 가꾸기 사업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여서도 상징 조형이 상어가 아닌 고래가 세워졌다. 여서도와 고래, 그 의미가 무엇일까?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지승씨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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