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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왕산' 찾은 완도, 총독부가 바꾼 지명 되찾아야

등록|2024.07.19 11:24 수정|2024.07.19 11:24

▲ ⓒ 완도신문


보길대교가 연결된 노화 이목리의 장사도(長蛇島)의 본래 이름이 장재도라고 합니다. 고산 윤선도의 증손자 윤희가 쓴 보길도지에 그 이름이 기록됐다고 합니다. 고산 선생을 공부하는 보길면 이난용씨가 역사 기록의 고증을 통해 본래 이름을 되찾아야 한다며 이렇게 전해줍니다.

2019년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자치단체들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바꾼 지명을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강릉시 왕산면(王山面)'의 지명은 고려 32대 왕인 우왕이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곳이라는 의미에서 유래됐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인 1914년 임금 '왕(王)'에 '날 일(日)'을 붙여 '성할 왕(旺)'으로 한자 표기를 바꿨습니다. 그것은 일본 왕을 의미하는 한자였습니다.

일제 잔재 타파의 노력으로 지난 2014년 강릉시 왕산면(王山面)은 100년 만에 제 이름을 찾았고, 기존의 한자도 모두 교체됐습니다.

정선의 가리왕산, 평창의 발왕산, 청송의 주왕산도 일제강점기 때 변경된 명칭을 되찾은 사례입니다. 완도군의 상황산도 상왕봉으로 본래 이름을 되찾았습니다. 지난 2017년 7월 3일 전남도지명위원회의 청원 안건 통과로 되찾았던 것입니다.

강릉시의 경우는 지명 찾기 운동이 더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용역을 통해 왜곡의심지명 12건, 폐지대상지명 54건을 없애거나 변경할 계획을 세워서 괘방산, 신리천, 피내골 등이 본래의 한자를 되찾았습니다.

양양군은 지명위원회를 구성해 고문헌과 고지도 등 옛 자료 조사와 현지 조사를 벌였고, 268건을 시작으로 모두 823건의 일제가 바꾼 지명을 변경합니다.

다른 시군들도 지명 정비를 위한 용역을 마쳤거나 용역 작업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비해야 할 지명은 많습니다. 커피 거리로 유명한 강릉 안목해변 일대 '안목'의 원래 지명은 송정마을 '앞'쪽의 길'목', 즉 '앞목'입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이 발음하기 쉽도록 '앞목'에서 '안목'으로 변경했습니다. 구정면 어단리 역시 원래 임금을 위한 제단이란 의미의 '단(壇)'을 일제가 붉은 '단(丹)'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강원연구원 강원학연구센터에서는 한자를 변경하거나 단순 숫자나 방위 사용, 우리 민족문화와 역사 비하를 위해 일제가 바꾼 지명이 아직 215개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6년 동안 도내 18개 시·군의 지명 자료집을 정리하고, 이를 아카이브로 구축해 전자 지명사전을 편찬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18개 시·군의 지명 자료집을 정리하고, 그 외에 고지도나 지리지 등을 한꺼번에 묶어 강원도 고지명 사전을 편찬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완도군의 경우 전국적으로 우리나라 산줄기를 바로 알자는 백두대간 탐방이 전국적으로 붐을 타면서 상황산의 이름이 잘못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완도군은 지자체장이 나서서 봉우리를 다섯 개나 거느리고 있는 상황산을 오봉산으로 바꾸자고 했던 때입니다. 벌써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우리지역 1세대 산악회인 '완도발자욱산악회' 회원들은 전국을 다니며 산악활동을 활발히 펼쳤습니다.

젊은 시절, 이 지역 원로들로 구성된 '완도발자욱산악회' 회원들과 전국의 산을 누볐던 기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합니다. 그들은 완도의 진산을 오봉산으로 바꿀 수 없다며, 이 기회에 일제가 바꾼 지명 되찾기에 열정적으로 나섰습니다. 그들은 백두대간을 찾아 떠나는 산행을 연대해 완도 알리기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들 덕분에 완도의 모든 섬의 산행도 함께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완도군민들이 나서서 상왕산의 본래 이름을 되찾자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 결과 2017년 상왕봉은 본래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수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제주도가 주장하는 사수도의 이름은 본래의 이름과 한자 표기가 다릅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이름을 바꿔 추자면 예초리 산 121번지로 등록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실 관계를 아는지 모르는지 제주시는 자랑스럽게도 물 이름 '泗'를 강조하면서 사수도가 원래부터 자기들 영토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이번 사수도 해역 2차 분쟁을 계기로 완도군의 모든 지명을 조사해서 일제가 바꾼 흔적을 찾아 본래 이름을 되찾는 일도 병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정지승씨는 문화예술활동가입니다.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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