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쏟은 해병들 "국가 아닌 정권 충성 장군들 처단"
해병대예비역연대 '채상병 1주기' 기자회견, 여야에 '특검 합의' 촉구
▲ 해병대 채상병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이 헌화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해병대 고 채상병 순직 1주기를 맞은 19일, '선배' 해병이 그의 영정 앞에서 준비해 온 편지를 읽었다. 첫마디부터 그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채상병 1주기 추모 분향소'의 마지막 날은 해가 쨍쨍했다. 분향소가 차려지고 지난 이틀간 내렸던 폭우가 무색할 정도였다. 대신 편지를 읽어 내려가던 정원철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장은 비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그의 뒤에 섰던 해병대예비역연대 여러 회원과 자원봉사자들도 고개를 떨궜다.
"최고권력 앞에서 번번이 틀어 막히고 있는 이 상황, 앞으로도 얼마나 이 싸움이 이어질지 모르는 이 상황. 그럼에도 우리 해병대 선배들은 굴하지 않고 갈 테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겠니? (중략) 싸워서 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갈 거다. 지난 이틀간, 모진 비바람에 분향소 천막이 날아가고, 기둥이 무너졌어도 우리가 계속해서 자리를 지키는 거 봤지? 그게 우리의 각오다. 선임 해병들을 믿고 기다려라."
▲ '최고권력앞에서 번번히 막히지만' 채상병 1주기, 눈물 쏟은 예비역들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이 채상병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채OO 해병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
▲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과 회원들이 채상병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채OO 해병에게 전하는 편지’를 낭독한 뒤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이 채상병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 권우성
해병대연대 "여야 다툴 사안 아냐... 국힘, 특검법 발의하라"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채상병이 순직한 후 1년이 되는 이날 오전 11시 30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마련한 분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자 처벌과 특검"을 요구했다. 특검법 통과를 위한 여야 합의를 강조하며 국민의힘엔 특검 찬성을, 더불어민주당엔 '제3자 특검 추천권' 수용을 촉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채해병의 순직과 수사외압의 진상이 밝혀져 책임자가 처벌받아 채해병이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채해병 순직 및 수사외압 사건은 여야가 다툴 사안이 아니다. 진영논리를 벗어나 바라봐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사건은) 우리의 이웃이었고, 한 가정의 아들이었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해병대를 택하여, 군 복무하다 순직한 20살 청년의 문제"라며 "진정으로 채해병을 위한다면 국민의힘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지금 즉시 발의해주시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또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도 전향적으로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며 "대법원장의 특검 추천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대한변호사협회,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한국기자협회 등의 공신력 있는 단체가 함께 추천하는 방식도 고려해 주시라"고 했다.
끝으로 이들은 "국가와 민족이 아닌 정권에 충성한 장군들이 처단되어 해병대가 개혁되고 더 강한 군대, 김정은과 북한군이 벌벌 떠는 강군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해병대 예비역들과 국민들께서 비판을 아끼지 말아주시라"며 "(해병대가) 탈바꿈되었을 때, 다시금 해병대를 신뢰하고 사랑해 주시라"고 말했다.
▲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과 회원들이 채상병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과 회원들이 채상병 1주기인 19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에 설치된 분향소에서 단체 헌화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채상병은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는 지난 17일 분향소를 꾸렸고 이날 오후 8시까지 운영할 예정이다.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 오세훈 서울시장 등 정치권도 분향소를 찾아 추모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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