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의사파업도 사회 재난? 기막힌 재난안전법 시행령 개정
노동자 파업=사회재난으로 정의... 민변 "반헌법적인 개악" 규탄
지난 9일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의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다고 공표했다. 이번 개정에서 행안부는 사회재난 유형 27종을 신설하고 재난관리 주관기관을 명시했다. 해당 개정안은 17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행안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재난 유형의 내용과 범위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이 모호해 발생하는 재난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관계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재난을 수습하기 위함"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11가지 분야에서 '파업=사회재난' 됐다
그런데 개정안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눈에 띄는 신설 사회재난 유형이 있었다.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에 따른 쟁의행의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로 인한 마비를 '국가핵심기반의 마비'에 포함한 것이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반을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수송 ▲금융 ▲보건의료 ▲원자력 ▲환경 ▲식용수 ▲정부청사 ▲문화재 ▲공동구 11가지 분야의 시설로 정의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교통수송의 경우 "교통체계(물류체계를 포함한다)와 관련된 시설", 보건의료의 경우 "의료(응급의료를 포함한다)·약사·혈액관리"와 같이 정의해 교통과 관련된 노동자, 의료와 관련된 노동자의 파업은 해당 시행령에 따라 '사회재난'으로 정의될 수 있는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이전에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회재난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022년 11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을 가리켜 "재난안전기본법상 물류체계 마비는 사회재난에 해당한다"라면서 "국가핵심기반이 마비될 경우(를 대비해) 코로나19나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하고,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대본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민변 "기본권 행사가 위험? 그 자체로 위헌적" 비판
이러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대해 민주노동연구원은 지난 6월 27일 "노동자의 단체행동은 재난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비판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시행령 개정이 ▲재난 관련 법 30년 역사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점 ▲시행령 개정을 통해 헌법과 노조법 등 상위법에 위배되는 조치를 취하려는 '시행령 통치'의 일환이라는 점 ▲무엇보다 재난안전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또한 18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신하나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에서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야말로 반헌법적인 개악"이라며 "노조법에 따른 쟁의행위는 헌법 제33조에 따라 기본권으로 보장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의미한다. 정부가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인 쟁의행위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를 위험이라 추정한 것으로 그 자체로 위헌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시행령은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쟁의행위에 준하는 행위까지를 사회재난의 유형으로 규정했다"며 "정부는 개정 시행령을 통해 노동자의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집회 및 결사의 자유까지도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를 불러일으키는 재난으로 규정함으로써 쟁의행위, 집회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명목'의 제재를 가능케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제44조는 재난사태의 선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재난을 가리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장에 따른 쟁의행위로 인한 국가핵심기반의 일시 정지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시행령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국가핵심기반 마비를 두고 '사회재난'과 '재난으로부터 제외한다'는 모순된 내용이 함께 들어있는 셈이다.
행안부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재난 유형의 내용과 범위 및 재난관리주관기관이 모호해 발생하는 재난관리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관계기관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재난을 수습하기 위함"이라고 개정 이유를 밝혔다.
▲ 그런데 개정안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눈에 띄는 신설 사회재난 유형이 있었다.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에 )에 따른 쟁의행의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로 인한 마비를 '국가핵심기반의 마비'에 포함한 것이다. ⓒ 행정안전부
그런데 개정안 보도자료를 살펴보니 눈에 띄는 신설 사회재난 유형이 있었다.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에 따른 쟁의행의 또는 이에 준하는 행위로 인한 마비를 '국가핵심기반의 마비'에 포함한 것이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반을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수송 ▲금융 ▲보건의료 ▲원자력 ▲환경 ▲식용수 ▲정부청사 ▲문화재 ▲공동구 11가지 분야의 시설로 정의했다.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교통수송의 경우 "교통체계(물류체계를 포함한다)와 관련된 시설", 보건의료의 경우 "의료(응급의료를 포함한다)·약사·혈액관리"와 같이 정의해 교통과 관련된 노동자, 의료와 관련된 노동자의 파업은 해당 시행령에 따라 '사회재난'으로 정의될 수 있는 셈이다.
행정안전부는 이전에도 노동자들의 파업을 사회재난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2022년 11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을 가리켜 "재난안전기본법상 물류체계 마비는 사회재난에 해당한다"라면서 "국가핵심기반이 마비될 경우(를 대비해) 코로나19나 이태원 참사와 똑같이 사회적 재난으로 분류하고,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중대본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노동자 파업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 2022년 12월 7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및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행정안전부
민변 "기본권 행사가 위험? 그 자체로 위헌적" 비판
이러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에 대해 민주노동연구원은 지난 6월 27일 "노동자의 단체행동은 재난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비판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는 시행령 개정이 ▲재난 관련 법 30년 역사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는 점 ▲시행령 개정을 통해 헌법과 노조법 등 상위법에 위배되는 조치를 취하려는 '시행령 통치'의 일환이라는 점 ▲무엇보다 재난안전법의 기본 취지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또한 18일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신하나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성명에서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을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야말로 반헌법적인 개악"이라며 "노조법에 따른 쟁의행위는 헌법 제33조에 따라 기본권으로 보장된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의미한다. 정부가 노동자의 헌법상 권리인 쟁의행위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한 것은 헌법상 기본권의 행사를 위험이라 추정한 것으로 그 자체로 위헌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시행령은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쟁의행위에 준하는 행위까지를 사회재난의 유형으로 규정했다"며 "정부는 개정 시행령을 통해 노동자의 쟁의행위뿐만 아니라 집회 및 결사의 자유까지도 '국가핵심기반의 마비'를 불러일으키는 재난으로 규정함으로써 쟁의행위, 집회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재난대응 명목'의 제재를 가능케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한편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제44조는 재난사태의 선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재난을 가리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장에 따른 쟁의행위로 인한 국가핵심기반의 일시 정지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시행령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국가핵심기반 마비를 두고 '사회재난'과 '재난으로부터 제외한다'는 모순된 내용이 함께 들어있는 셈이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한편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시행령' 제44조는 재난사태의 선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재난을 가리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장에 따른 쟁의행위로 인한 국가핵심기반의 일시 정지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같은 시행령에서 노동자들의 파업에 따른 국가핵심기반 마비를 두고 '사회재난'과 '재난으로부터 제외한다'는 모순된 내용이 함께 들어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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