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배드민턴 여왕' 안세영, 파리서 '대관식'할까

[2024 파리올림픽 기대주 ②] 올림픽 챔피언 꿈꾸는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

등록|2024.07.21 07:54 수정|2024.07.26 11:33
한화 이글스의 문동주는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유명하고 전 테니스 선수 앤디 로딕은 현역 시절 시속 240km를 상회하는 엄청난 강서브를 구사했다. 하지만 야구도 테니스도 구기종목 중에서 가장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배드민턴 만큼 빠른 스피드를 내지 못한다. 배드민턴은 16개의 거위 깃털이 달린 가벼운 셔틀콕을 사용하지만 남자 엘리트 선수의 스매시는 시속 300km를 상회하는 엄청난 속도가 나온다.

배드민턴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고 탄탄한 동호회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등산, 축구와 함께 국내 '3대 생활스포츠'로 꼽힌다. 실제로 정식동호회에 가입해 배드민턴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동네 공원이나 야산, 체육관 등에서 가족,친구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즐겼던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만큼 배드민턴은 사람들과 가까운 스포츠지만 사실 엘리트 선수들의 수준 높은 배드민턴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엘리트 선수들은 1년에도 수많은 국내외 대회들을 치르면서 경쟁하지만 정작 마니아가 아닌 평범한 스포츠 팬들이 배드민턴 종목에 관심을 갖는 대회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정도밖에 없다. 다행스러운 부분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종목의 메달 후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이번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종목의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힌다.
 

▲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배드민턴 대표팀 안세영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통산 금메달 5개 가져온 효자종목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배드민턴은 한국이 엄청난 강세를 보이며 '효자종목'으로 떠올랐다. 세계 최강의 복식조로 꼽히던 남자복식의 박주봉-김문수조와 여자복식의 황혜영-정소영조가 한국선수단에 금메달을 안겨줬고 신예 방수현이 여자단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기에 여자복식의 길영아-심은정조도 동메달을 추가하면서 첫 올림픽에서만 무려 4개의 메달을 가져왔다.

혼합복식이 정식종목으로 추가된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길영아-김동문조와 박주봉-라경민조가 결승에서 만나 길영아-김동문조가 금메달을 따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절치부심했던 방수현 역시 라이벌 수지 수산티와 신예 미아 아우디나를 차례로 꺾고 여자단식의 새로운 여왕으로 등극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없이 남자복식의 유용성-이동수조가 은메달, 김동문-하태권조가 동메달을 수확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남자복식에서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 맞대결이 펼쳐져 김동문-하태권조가 금메달, 유용성-이동수조가 은메달을 차지했고 남자단식의 손승모가 은메달, 여자복식의 라경민-이경원조도 동메달을 추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윙크보이' 이용대가 이효정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여자복식과 남자복식에서도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수확하며 '배드민턴 강국'의 면모를 이어갔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베이징 대회까지 5개의 금메달을 비롯해 매 대회마다 최소 2개, 최대 4개의 메달을 수확했던 효자종목 배드민턴은 2010년대 이후 깊은 침체에 빠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남자복식에서 이용대-정재성조가 동메달을 차지하며 간신히 노메달의 위기에서 벗어났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여자복식의 신승찬-정경은조만 유일하게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여자복식의 이소희-신승찬조와 김소영-공희용조가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하며 동반 결승진출을 기대하게 했다. 하지만 여자복식의 두 조는 각각 인도네시아와 중국조에게 세트스코어 0-2로 패하며 금메달 결정전이 아닌 동메달 결정전에서 만나게 됐다. 한국 선수들끼리 맞붙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김소영-공희용조는 이소희-신승찬조를 세트스코어 2-0으로 꺾고 도쿄올림픽에서 배드민턴의 유일한 메달을 따냈다.

28년 만에 여자단식 금메달 도전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배드민턴을 시작한 안세영은 어린 시절부터 '미래가 기대되는 유망주'로 불리며 성장했고 2017년 만15세의 어린 나이에 실업팀 선수들을 모두 꺾고 전승으로 대표팀에 선발됐다. 2018년부터 국제대회에 참가하며 경험을 쌓은 안세영은 2019년 10월 프랑스오픈에서 최연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고 11월 광주 코리아마스터즈대회에서는 결승에서 '국가대표 터줏대감' 성지현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세영은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생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안세영은 8강에서 당시 세계 1위이자 훗날 라이벌이 된 중국의 천위페이를 만나 세트스코어 0-2로 패했다. 하지만 안세영은 올림픽이 끝난 후 2021년 11월과 12월 3개의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명실상부한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에이스가 된 안세영은 2022년에도 3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작년은 안세영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른 해였다. 3월 전영오픈에서 천위페이를 꺾고 1996년의 방수현 이후 27년 만에 전영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은 작년 14개 대회에 출전해 13개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하고 10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결승에서 무릎부상을 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천적' 천위페이를 꺾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작년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은 올해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통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가까이 다가가려 한다. 안세영이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하면 아시아선수권이 '마지막 퍼즐'로 남는데 배드민턴은 아시아선수권이 해마다 열리기 때문에 안세영에게는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며 당당히 1번 시드를 받았다.

안세영이 조별리그를 순조롭게 통과하면 8강에서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세계랭킹5위), 준결승에서 대만의 타이쯔잉(3위), 결승에서 천위페이(2위)를 만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안세영의 가장 큰 변수는 야마구치도, 타이쯔잉도, 천위페이도 아닌 그녀의 무릎상태다. 만약 올림픽 기간 동안 안세영의 무릎이 건강하게 그녀의 생각대로 움직여 준다면 안세영은 한국 선수단에 빛나는 금빛 메달을 선물해 줄 것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