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회, 독일서 울려 퍼진 독립의 외침을 현판에 담다
독일 베를린 유덕고려학우회 및 재독 한인회 옛 사무실 방문
▲ 광복회 독립영웅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유덕고려학우회 현판을 들고 있다. (좌) 3.1운동으로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 박도철 선생의 증손 박명현 (우) 부민관 의거로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 유만수 선생의 손녀 유지형 ⓒ 광복회
지난 17일(현지시각), 광복회 독립 영웅 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일제 시대 유럽 최초 한인 유학생 단체의 외교 독립 활동의 역사적 의의를 기리기 위해 현판을 제작해 독일 베를린의 유덕고려학우회(留德高麗學友會) 및 재독한인회 옛 사무실이 위치했던 곳을 방문했다. 베를린 재독한인회 건물은 유덕고려학우회가 1923년 10월 26일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는 재독한인대회를 개최했던 곳이다.
▲ 독일 베를린 독립 운동 사적지에 광복회가 제작하여 부착 하려 했던 유덕고려학우회 현판 ⓒ 광복회
유덕고려학우회와 재독한인회에 대한 공적은 2010년 국가보훈부와 독립기념관의 조사로 비로소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독일 내 한국독립운동은 1921년 조직된 한인 유학생 단체인 '유덕고려학우회'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 단체는 3·1운동 이후 상하이로 망명한 젊은 지식인들이 주축이 되어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연계하여 활동했다. 이들은 독일에서 국제외교의 중요성을 깨닫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1923년에는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일제의 한인 대학살을 전 세계에 알리는 선전 활동을 통해 외교 독립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다양한 홍보물을 만들어 일제의 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렸으며, 국제대회에 참가하여 한국 독립의 의지와 열망을 전파했다. 특히 '한국에서 일본의 유혈통치'와 '한국의 문제' 등의 홍보물은 유럽 사회에 한국 독립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 7월 이달의 독립 운동가 (김갑수, 황진남, 이의경) 강연회 기념 연사 광복회 이종찬 회장 ⓒ 광복회
베를린 칸트 슈트라세 122번지에 위치한 유덕고려학우회 건물은 총 5층 높이로, 1층에는 상점이 자리 잡고 있으며 2층부터 5층까지는 주거용 아파트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이 건물은 내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 베를린 칸트 슈트라세 122번지에 위치한 유덕고려학우회 건물 ⓒ 광복회
유덕고려학우회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현지 주민들조차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모든 주민의 동의를 얻은 후에야 광복회가 제작한 현판을 부착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했다. 건물 내부를 둘러보며 유덕고려학우회 회원들이 어떤 심정으로 외교 독립운동을 펼쳤을지 상상해보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광복회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현판 부착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다.
▲ 베를린 아우구스부르게어 슈트라세 23번지에 위치한 재독한인회 건물 ⓒ 광복회
베를린 재독한인회가 있었던 아우구스부르게어 슈트라세 23번지에서도 독립운동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였다. 이는 1950년대에 해당 위치가 7층짜리 아파트 건물로 리모델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물 자체가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소가 가진 역사적 의미와 독립운동가들을 기리고 기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이곳을 잊지 말고, 그들의 희생과 노력을 기억해야 한다.
▲ 광복회 독립영웅 아카데미 수강생들이 베를린 재독한인회 현판을 들고 있다. 임시정부 활동으로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서 김구 선생 증손 (좌) 김영 (우) 김용정 ⓒ 광복회
광복회 독립 영웅 아카데미 수강생이자 김구 선생 증손자 김용정씨는 이날 "이국에서 헌신하신 독립 운동가님들 덕분에 우리가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립 운동가 후손으로서 유덕고려학우회 정신을 이어 받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독일에서 이어지는 한국 독립 운동의 유산
일제 강점기 시절, 독일에서 독립 운동 의지를 불태운 선조들이 있었다면, 이번엔 광복회의 현판 부착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독일 교포 2세가 있었다. 그는 독일에서 전시 및 이벤트 기획 회사인 도이빈(Deubin)을 운영하는 정수빈 대표이다. 정 대표의 활동은 한국의 역사와 독립 운동의 가치를 독일 사회에 알리고, 이를 통해 한국과 독일 간의 이해와 우호를 증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 독일의 전시 및 이벤트 기획 회사인 도이빈(Deubin)을 운영하는 정수빈 대표가 광복회 독립영웅 아카데미 수강생들에게 현판 부착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광복회
그는 "독립 운동가들이 일제 강점기 때 해외에서도 잘 싸워준 덕분에 제가 해외에서 잘 살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계기로 베를린에도 독립 운동 사적지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번 광복회의 방문을 통해서 베를린에 있는 독립 운동 사적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잘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정수빈 대표는 유덕고려학우회와 베를린 재독한인회 사무실이 있었던 건물의 관리자와 연락을 주고 받았으나, 입주민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현판 설치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광복회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현판을 설치하지 못했지만, 정 대표는 계속해서 건물 관리자와 협의하여 현판 부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정 대표의 노력을 보며, 독일 베를린에서는 여전히 독립 운동가들의 나라를 위한 마음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주독일대사관, 광복회 현판 보관 요청 흔쾌히 수락
▲ 광복회가 제작한 현판을 전달하는 독일 기억 문화 탐구단의 김갑년 단장과 이를 전달받는 임상범 주독일 대사 ⓒ 광복회
광복회가 제작한 현판은 아직 부착되지 못했으나, 주독 대한민국 대사관에서 임시로 보관하기로 했다. 광복회 독립영웅 아카데미 수강생들은 현판을 부착하기 위해 사적지를 방문한 후, 베를린에 위치한 한국 대사관을 찾아 현판 설치의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임상범 주독일대사는 이 요청을 흔쾌히 수락하여, 유덕고려학우회와 베를린 재독한인회 현판 두 개를 부착이 완료될 때까지 대사관에서 보관하기로 약속했다.
▲ 베를린에 위치한 주독일대사관을 방문한 광복회 독일 기억문화 탐구단과 임상범 대사, 그리고 정수빈 대표 ⓒ 광복회
광복회 독립영웅 아카데미 수강생들로 구성된 '독일 기억문화 탐구단'은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약 20시간 만에 베를린에 도착했다. 고된 일정을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판 부착을 위해 협력해준 정수빈 대표의 헌신과 현판 보관을 허락해준 주독일대사관의 따뜻한 환대 덕분에 이들은 고국을 떠나 머나먼 독일에서 독립 의지를 불태운 선조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한층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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