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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 던진 LG, 켈리도 피하지 못한 방출의 칼날

[KBO리그] 20일 켈리 방출하고 새 외국인 투수 에르난데스 영입

등록|2024.07.21 08:13 수정|2024.07.21 08:13
LG가 한국시리즈 2연패에 도전하기 위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LG 트윈스 구단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를 20일 두산 베어스전을 끝으로 웨이버 공시하고 베네수엘라 출신의 우완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LG 구단은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직구, 변화구 모두 보더라인 제구가 날카롭고 뛰어난 피칭 감각을 가진 완성형 우완투수이다. 시즌 중에 팀에 합류하지만 빠르게 적응해 1선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1995년생 에르난데스는 2011년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입단해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다. 마이애미와 LA다저스, 밀워키 브루어스를 거치며 빅리그 통산 99경기(49선발)에 등판한 에르난데스는 10승22패 평균자책점5.10의 성적을 기록했고 마이너리그에서는 12년 동안 36승32패3.19의 좋은 성적을 남겼다. 과연 에르난데스는 LG의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한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까.

73승 켈리도 피하지 못한 방출의 칼날
 

▲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선발 켈리가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경기는 켈리의 방출 전 마지막 경기였지만 폭우로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 LG 트윈스 제공


LG는 2019 시즌을 앞두고 2018년9승9패3.52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던 강속구 투수 헨리 소사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새 외국인 투수 켈리를 영입했다. 당시만 해도 KBO리그에서 검증된 투수 소사와의 재계약 포기를 반대하는 팬들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이는 LG의 탁월한 선택이 됐다. 켈리가 KBO리그 첫 해부터 180.1이닝을 소화하며 14승12패2.55의 성적으로 단숨에 LG의 에이스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켈리는 2020년 15승, 2021년 13승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다가 2022년 16승4패2.54로 리그 다승왕에 오르며 LG에서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언젠가부터 LG팬들은 켈리를 '잠실예수'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켈리는 자신의 별명에 어울리는 투구를 선보이며 기대에 부응했다. 다승왕을 차지한 이후 켈리의 2023년 연봉은 180만 달러까지 올랐고 작년 켈리는 LG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사실 10승7패3.83의 정규리그 성적은 켈리의 연봉과 2019~2022년까지의 성적을 고려하면 만족하기 힘들다. 하지만 켈리는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 속에서도 178.2이닝을 던지며 애덤 플럿코가 시즌 막판 팀을 떠난 어려운 상황에서도 LG의 1선발로 꾸준히 마운드를 지켰다. 그리고 켈리는 kt 위즈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1.1이닝3실점2자책(평균자책점1.59)으로 호투하며 LG의 우승을 견인했다.

LG는 팀을 29년 만에 정상으로 이끈 켈리와 150만 달러에 재계약하며 6번째 시즌을 보냈지만 그의 구위는 전성기 시절과는 거리가 있었다. 5월까지 2승5패5.60으로 이름값을 전혀 해주지 못하던 켈리는 6월 한 달 동안 2승1패2.91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6월 25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는 1피안타 완봉승을 기록하면서 예년처럼 전반기에 주춤하다 후반기에 살아나던 켈리의 흐름이 반복되는 듯 했다.

하지만 켈리는 지난 9일 KIA 타이거즈를 상대한 후반기 첫 등판에서 5이닝9피안타5실점으로 무너졌고 결국 LG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켈리는 14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2실점(1자책)으로 시즌 5번째 승리를 챙겼지만 그 경기가 공식적인 켈리의 마지막 등판이 됐다. 켈리는 20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KBO리그 고별전을 가졌지만 3회초부터 내리기 시작한 폭우로 노게임이 선언되고 말았다.

빅리그 6년 경력의 베네수엘라 우완 영입
 

▲ LG 트윈스 구단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를 20일 두산 베어스전을 끝으로 웨이버 공시하고 베네수엘라 출신의 우완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와 총액 44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 LG 트윈스 제공


2011년 휴스턴에 입단한 에르난데스는 2012년부터 마이너리그 생활을 시작했지만 2017년까지 루키리그와 싱글A를 오갔을 뿐 좀처럼 상위리그로 오르지 못했다. 그러던 2017년 12월 에르난데스는 40인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룰5 드래프트'를 통해 마이애미의 지명을 받으면서 팀을 옮겼다. 그리고 에르난데스는 2018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전을 치렀다.

에르난데스는 마이애미에서 5년간 활약하며 48번의 선발경기를 포함해 90경기에 등판했지만 10승21패로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는 데는 실패했다. 에르난데스는 2022시즌이 끝나고 트레이드를 통해 뉴욕 메츠로 팀을 옮겼지만 작년 시즌 메츠에서 한 번도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올해 다저스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6월에 방출당한 에르난데스는 밀워키에서 잠시 활약하다 LG와 계약하면서 아시아 야구에 도전한다.

에르난데스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99경기에서 303.1이닝을 소화하며 10승22패5.10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9이닝당 탈삼진이 8.5개였을 정도로 구위가 괜찮았고 9이닝당 볼넷도 2.9개에 불과했다. 마이너리그 레벨에서는 9이닝당 9.8개의 삼진을 잡았고 올해도 다저스의 트리플A에서는 4승1패2.83의 좋은 성적과 함께 9이닝당 10.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 파워피처로 활약하기에 충분한 구위를 가졌다는 뜻이다.

LG는 외국인 야수를 시즌 중에 자주 교체하는 팀으로 유명하지만 외국인 투수를 시즌 중에 교체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실제로 최근 10년 동안 LG가 외국인 투수를 시즌 중에 교체한 것은 2016년의 데이비드 허프가 유일했다. 그만큼 LG는 외국인 투수를 신중하게 고르고 그렇게 영입한 투수들은 대부분 제 역할을 해줬다. 그런 LG가 KBO리그 73승 투수 켈리를 교체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LG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는 5월까지 평균자책점5.20으로 실망스러운 투구를 보였지만 최근 8번의 등판에서 6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시즌 초부터 함께 한 엔스에게는 리그에 적응할 기간을 줄 수 있었지만 대체선수인 에르난데스는 곧바로 마운드에서 성과를 내줘야 한다. 빅리그 6년 경력의 에르난데스가 켈리를 이을 LG의 새 에이스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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