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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장미란' 박혜정, '금빛플랜'도 우상처럼

[2024 파리올림픽 기대주 ③] 파리올림픽 이어 2028 올림픽까지 노리는 역도 박혜정

등록|2024.07.22 09:21 수정|2024.07.26 11:32
바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누가 더 무거운 무게를 들 수 있는지 겨루는 스포츠인 역도는 설명하기가 대단히 용이한 종목이다. 바벨을 곧바로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인상과 어깨에 한 차례 걸었다가 들어 올리는 용상의 차이만 설명하면 되기 때문이다(물론 역도도 전문적으로 설명하면 한없이 복잡해진다). 최근엔 약물파동 논란으로 올림픽 퇴출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역도는 초대 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근본종목'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까지 꾸준히 메달을 따오던 한국역도는 가장 최근에 열렸던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한국 역도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을 통해 짧았던 암흑기를 끝내려 한다. 여자81kg급의 김수현과 남자 73kg급의 박주효, 89kg급의 유동주 등 많은 선수들이 메달권에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유력한 메달후보는 여자 81kg이상급에 출전하는 '리틀 장미란' 박혜정이다.
 

▲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SKT타워 수펙스홀에서 열린 SK텔레콤 후원 국가대표 2024 파리 올림픽 출정식에서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병관-장미란 이후 끊어진 '국민역사' 계보

역도는 한국의 올림픽 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종목이다. 한국은 해방 후 첫 올림픽이었던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고 김성집 선수가 남자75kg급에서 동메달을 땄는데 이는 대한민국의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김성집 선수는 한국전쟁이 휴전되기 전인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2연속 올림픽 메달 수상자가 됐다. 당시 그의 나이는 전성기가 훌쩍 지난 30대 중반이었다.

1956년 김창희가 67.5kg급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역도는 이후 무려 32년 동안 노메달에 그치며 침체에 빠졌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역도의 오랜 침묵을 깨준 선수가 등장했으니 바로 '작은 거인' 전병관이었다. 서울올림픽 52kg급에서 은메달을 따낸 전병관은 올림픽 이후 56kg으로 체급을 올려 1990년 아시안게임과 1991년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다.

그리고 전병관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한국역도의 올림픽 첫 금메달을 안겼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실격되면서 올림픽 2연패에 실패한 전병관은 2000년 현역에서 은퇴해 2001년부터 역도 국가대표 상비군 감독을 맡아 선수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당시 전병관의 지도를 받았던 선수 중에는 한국 역도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역도여왕' 장미란(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도 있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며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장미란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딴 탕궁홍이 마지막 시기에서 간신히 성공판정을 받으면서 은메달리스트 장미란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다. 장미란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운 중국의 무솽솽에게 뒤져 은메달을 따냈지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 3연패를 기록하며 최고의 여성 역사로 군림했다.

그리고 장미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상140kg, 용상186kg, 합계326kg의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는 남자77kg급의 사재혁이 금메달, 여자53kg의 윤진희가 은메달을 따내며 한국역도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장미란의 현역시절 경기영상을 보고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웠던 중학교 1학년 소녀 박혜정이 파리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한다.

파리 은메달 이어 LA 금메달 도전

중학교 1학년때 삼촌의 추천으로 역도를 시작한 박혜정은 본격적으로 역도를 시작한 지 2년째가 되던 중학교 3학년 때 장미란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기록을 넘으며 주목을 받았다. 박혜정은 2021년 합계 290kg을 들어 올리며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주니어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나이제한 때문에 도쿄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만약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은메달도 가능했던 기록이었다(당시 올림픽 은메달 기록이 합계 283kg이었다).

박혜정은 작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합계 289kg의 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최중량급 3관왕은 현역시절 장미란도 이루지 못한 성과다. 박혜정은 이어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합계 294kg을 들어 올리며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의 장미란 이후 13년 만에 여자역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차지했다. 당시 박혜정의 나이는 고작 만20세였다.

하지만 박혜정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제패했음에도 아직 여자역도 최중량급의 세계 최강자로 불리진 못한다. 같은 체급에 세계기록(인상148kg,용상187kg,합계335kg)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의 리원원이 있기 때문이다. 2020도쿄올림픽을 비롯해 2019,2022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리원원은 작년 부상으로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에 불참했지만 파리올림픽에 정상적으로 출전할 경우 금메달 0순위 후보로 꼽힌다.

따라서 파리올림픽에서 박혜정의 현실적인 목표는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이 될 확률이 높다. 박혜정은 영국의 에밀리 캠벨이나 태국의 두안각소른 차이디 등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개인기록에서 10kg정도 앞서기 때문에 본인의 기록만 유지해도 충분히 메달권에 들어갈 수 있다. 만약 박혜정이 메달을 따낸다면 2016년 리우올림픽의 윤진희(동메달)에 이어 8년 만에 한국역도의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될 수 있다.

박혜정은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빛바벨을 들어올렸던 우상 장미란처럼 파리올림픽에서 자신의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낸 후 2028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4년 후면 박혜정이 역도선수로서 정점에 오르는 20대 중반이 되기 때문에 충분히 실현가능한 목표다. '한국 역도의 희망' 박혜정은 끊어졌던 역도종목의 올림픽 메달을 다시 이어갈 가장 유력한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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