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마이너리그서도 부진... 미국 진출한 고우석에게 남은 카드

미시시피전서 최악의 투구... 빅리그 재입성? 원 소속팀 LG 복귀?

등록|2024.07.22 09:09 수정|2024.07.22 09:09

▲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일 당시의 고우석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무리한 미국 진출은 오히려 독이 된 것일까. 한때는 KBO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군림했던 고우석이 마이너리그에서도 난타를 당하며 무너지고 있다.

미국 프로야구 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 펜사콜라 블루 와후스 소속인 고우석은, 지난 7월 2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마이너리그 더블A 미시시피 브레이브스와의 홈 경기에 9회 구원등판해 0.2이닝 4피안타 3실점을 기록했다.

고우석은 LG 트윈스에서 KBO리그 2023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을 통해 해외진출 자격을 얻었고, 미국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약 62억 원)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스프링 트레이닝 시범경기(6경기 5이닝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12.60)와 마이너리그 더블A(10경기 4.38)에서 연이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빅리그 입성에 실패했다.

결국 샌디에이고는 지난 5월 마이애미와의 1대 4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고우석은 마이너리거 3명과 함께 묶여 팀을 옮기게 됐다.

마이애미에서도 고우석은 자리를 잡지못했다. 마이매미는 지난 5월 31일 고우석을 구단의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서 제외하고 방출대기(DFA) 명단에 올렸다. 이로써 빅리그 진입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규정상 올해 KBO리그 복귀가 불가능했던 고우석은 일단 마이너리그에서 계속 도전을 이어갔다.

시련은 계속됐다. 마이애미 산하 트리플A 잭슨빌 점포 슈림프에서 올시즌 16경기에 등판, 2승1홀드 평균자책점 4.29로 부진했고, 지난 11일에는 더블A 구단인 펜사콜라 블루 와후스로 한 단계 더 강등됐다. 그런데 더블A에서 오히려 더 부진한 모습이다. 더블A 강등 이후 3경기서 평균자책점이 무려 23.63까지 치솟았다.

일주일 만의 등판이었던 미시시피전에서는 다시 최악의 투구를 펼치며 더 이상 미국무대 도전을 이어가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회의적인 반응을 자아냈다. KBO리그에서 통산 139세이브에 구원왕까지 차지했던 고우석의 충격적인 부진은, 아무리 리그 수준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한국야구의 자존심까지 상처를 입히는 안타까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몸상태 신뢰 회복이 우선
 

한편으로 고우석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그는 미국무대 진출 직전인 지난 2023시즌, KBO리그에서도 정규시즌 44경기 44이닝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 한국시리즈에서는 4경기 4.1이닝 1승 1패 1세이브 자책점 8.31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소속팀 LG가 압도적인 전력으로 29년만의 통합우승을 차지한 덕분에 가려졌지만 KBO리그 10개구단 전체 주전 마무리투수를 통틀어 최하위권의 성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우석이 예상을 깨고 빅리그 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구속(최고 구속 157km, 2022년)과 아직 젊은 나이로 인한 성장 잠재력 덕분이었다.

하지만 미국 무대 진출 이후 마이너리그에서도 전성기의 구속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지난 시즌의 부진이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었다는 것만 확인했다. 고우석은 KBO리그에서 전성기에도 마무리투수로서는 압박감에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미국 진출 반 년도 안 돼 벌써 두 팀에 걸쳐 트레이드-방출대기-마이너리그 강등을 겪었다는 건, 이미 미국 구단들이 사실상 고우석에 기대를 완전히 접었다는 의미와 다를 바 없다. 냉정히 말해 고우석의 현재 성적으로는 내년에도 빅리그 진입은 불가능해 보인다. 고우석에게 현실적인 대안은, 올시즌까지는 어떻게든 마이너리그에서 버티며 경기감각을 유지해가면서 내년 시즌에 마지막 빅리그 재입성을 노리거나 아니면 국내 복귀를 타진하는 것이다.

만일 고우석이 국내 복귀를 추진한다면 원 소속팀인 LG로 돌아와야 한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LG로서는 크게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던 LG는 고우석의 미국행을 허가해주면서 선수의 해외 도전을 대승적으로 지원해준다는 명분과 포스팅 수익, 샐러리캡 확보라는 실리까지 동시에 챙겼다. 또한 그의 공백은 19세이브(3위), 자책점 2.20을 기록 중인 유영찬이라는 새 마무리를 발굴해내며 메웠다. 올시즌도 2위를 기록 중인 LG는 최근 5연승을 달리며 순항하고 있다.

고우석으로서는 남은 시즌 동안 빅리그 재도전 여부를 떠나 일단 KBO리그에서도 다시 통할 수 있으려면 몸 상태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