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같은 검찰총장 패싱 '김건희' 조사... 누구 지시?
검찰, 김건희 여사 비공개 대면 조사... "검찰총장은 물론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 받지 못해"
▲ 좌) 이원석 검찰총장이 2일 대검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검사 탄핵안에 대한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2024.7.2(가운데)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를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히캄 공군기지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공항을 나오며 차량에 탑승하기 이동하고 있다. 2024.7.9 (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해 9월 전주지검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5.13 ⓒ 연합뉴스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를 비공개로 대면 조사했습니다. 김 여사는 검찰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인 정부 보안청사에서 약 12시간에 걸쳐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2부와 형사1부는 김 여사를 20일 오후 30분께부터 다음날 새벽 1시 20분께까지 조사했다고 21일 밝혔습니다.
검찰은 "구체적인 수사 상황은 밝히기 어렵다"라고 했고, 김 여사 측 최지우 변호사도 "김 여사는 성실히 조사에 임해 사실 그대로 진술했다"고만 밝혔습니다.
검찰총장 패싱, 조사 10시간 만에 전화 통보
▲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4.7.21 ⓒ 연합뉴스
하지만 이 과정을 대검찰청이 뒤늦게 안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가 12시간 넘게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보고 받은 건 20일 11시 16분쯤이었습니다. 조사 시작 후 10시간이 지난 뒤였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측에서는 지난 정부 때 법무부장관 지시로 총장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지휘권이 박탈돼 있어 미리 보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지만, 대검 관계자들은 명품백 의혹도 조사했는데 "검찰총장은 물론 대검 간부 누구도 보고 받지 못했다"면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각에선 김 여사 소환조사를 검찰 패싱한 이유가 지난주 회의 때 이원석 검찰총장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제3의 장소에서 몰래 조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검찰총장 패싱,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친윤 검사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2일 오후 경기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4.7.12 ⓒ 연합뉴스
검찰총장 패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5월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에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며 명품백 수사 전담팀을 꾸리라고 직접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돌연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을 수사 지휘했던 김창진 1차장검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던 고형곤 4차장 검사 등 김 여사 수사 지휘부 모두가 비수사 보직으로 '좌천성 승진'했습니다. 김 여사를 수사하는 지휘부를 모두 경질하기 위한 검찰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당시 이원석 검찰총장은 갑작스러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5월 14일 대검 출근길에 기자들이 검찰 인사에 대해 검찰총장과 사전 조율이 있었느냐고 질문하자 이 총장은 5초 동안 침묵한 뒤 "어제 단행된 검사장 인사는"이라고 했다가 7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가 이에 대해선 더 말씀드리지 않겠다"라며 더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대검찰청 대변인을 맡았던 검찰 내 대표적인 '친윤 검사'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수사쇼? 짜고 치는 고스톱... "당나라 검찰인가, 대한민국 검찰인가"
▲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전날 김건희 여사를 정부 보안청사에서 비공개 조사한 사실을 대검찰청에 사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2024.7.21 ⓒ 연합뉴스
21일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제3의 장소에서의 비공개 검찰소환조사는 '황제조사'의 특혜를 베푼 것"이라며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던 이원석 검찰총장의 호기로운 말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문회 증인출석 요구를 앞에 두고 검찰과 김 여사가 국정농단의 국민적 의혹을 물타기 하기 위해 꼼수협잡을 벌인 결과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김건희 여사는 이제 더 이상 국민의 눈을 피해 달아날 곳도 숨을 곳도 없습니다. 떳떳하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국정농단의 의혹들에 대해 국민께 소상하게 밝히시기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일부 '친윤 검사'들이, 검찰의 수장도 모르게 김씨의 혐의를 벗겨주기 위해 '수사 쇼'를 벌였다는 것"이라며 "사실이라면 검찰 내 쿠데타"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짜고 치는 고스톱? 영부인 수사인가"라는 제목으로 "검찰총장이 몰랐다고 조사 10시간 후에 알았다고? 당나라 검찰인가. 대한민국 검찰인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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