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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탕 상품권을 받고 숙연해졌다

회사 보안원 부인상에 조의금을 보내고 난 뒤 생긴 일

등록|2024.07.22 15:43 수정|2024.07.22 15:43
회사 1층 로비 출입문을 들어서면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되는 분들이 있다. 빌딩의 방문객을 맞이하고 안내를 담당하는 보안원분이다. 이분들의 평균 나이는 70세 가량이다. 그런데 3년여 전만 해도 여섯 분이었지만 소속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네 분만 남았다. 두 분의 인원감축은 나머지분들의 업무량 증가로 이어졌다.

우선 두 분의 야간당직이 한 분으로 줄어들었다. 때문에 번갈아 갔던 순찰을 한 분이 도맡아 한다. 이로 인해  잠깐의 여유도 없이 야간근무를 서야 한다. 이 같은 업무 증가는 고령의 보안원들에게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한 부담이다.

주간 역시 출근시간에 한꺼번에 몰려든 입주민들의 엘리베이터 안내로 잠깐의 쉴틈도 없다. 수시로 들락거리는 택배기사들도 바쁜 업무를 더 바쁘게 만든다. 이외에도 기본적인 보안업무와 입주사 우편 분리 등 하루종일 이어지는 사소한 일거리는 보안원은 대체적으로 편한 직업이라는 보통의 상식을 깨기에 충분하다. 몇 달 전부터 순찰개소도 대폭 늘어났다는 점도 이분들에게는 큰 고충이다.

이처럼 보안업무 외에도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는 불합리한 업무에도 누구 하나 의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게 이분들의 말 못 할 속사정이다. 행여나 이를 따져 물었을 경우 최악의 경우 회사를 그만두어야 할지 모르는 1년 단위 근로계약이라는 족쇄가 있기 때문이다.
 

▲ 보안원이 조의금의 답례라며 건넨 18,000원 한방 삼계탕 상품권 ⓒ 신부범


그렇다고 이들에게 일한 만큼의 금전적 대우라도 돌아가면 견딜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도 못한 게 이분들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보안 책임자에게 알아보니 이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적용 수준이라고 한다.

노동은 인간생존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덕목이다. 그래서 인간의 노동은 그 어느 것 보다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본다. 그러나 보안원에게 적용되는 열악한 임금을 보면 노동의 가치는 그다지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이 이런데도 이분들은 오늘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이유는 돈 욕심보다 일에 가치를 더 두기 때문은 아닌가 싶다.

얼마전 보안원 중에 한 분이 부인상을 당하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외면할 수 없었다. 장례식장에는 갈 수 없어서 조그만 성의의 표시로 조의금을 보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회사 로비 데스크에서 그분을 만났다. 저를 보고 반갑게 다가오신 그분은 뒷주머니 지갑에서 조그마한 쪽지 같은 것을 꺼내 건넨다. 뭔가 하고 받아 보니 한방삼계탕 상품권 18,000짜리였다.

"이걸 왜 저에게 주시죠?"
"생각도 안 했는데 조의금까지 보내 주시고... 시간 되실 때 드십시오."


한사코 사양해도 성의라며 건네준 18,000원짜리 삼계탕 상품권, 요즘 고물가와  돈의 가치로 보아 그 누군가는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는 금액일 수 있다. 하지만 그분에게는 두 시간을 쉬지 않고, 때론 합리적이지 못한 업무 지시도 참아가며 일해야만이 얻을 수 있는 금액이다. 그 어느 돈보다 값어치 있는 돈이라는 데에 내 마음이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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