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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찾아오면 아내와 밤마다 헤어집니다

더위 타는 나, 그렇지 않은 아내... 더 오래 같이 살기 위해 따로 자요

등록|2024.07.24 12:01 수정|2024.07.24 12:01
아내와 각방을 쓰고 있다. 2년 정도 된 것 같다. 우리 집은 아주 작은 투룸 빌라인데 그나마 큰방인 안방은 아내가 작은 방은 내가 사용한다.

각방을 쓰게 된 이유는 서로의 온도차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해 각자가 체감하는 온도의 차이가 커서 그렇다. 적지 않은 차이라서 거의 극과 극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체질상 아내와 나는 정반대이다. 아내는 추위를 많이 타는 대신 더위는 거의 타지 않는다. 한여름에도 땀 흘리는 일이 극히 드물다. 반면 나는 몸에 열이 좀 있는 편이다. 추위는 그나마 버티는 편인데 더위는 견디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집안에서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할 때 문제가 생긴다. 봄과 가을은 너무도 평화로운 온도라서 별다른 조치 없이도 둘 다 몸 편히 머물 수 있다. 하지만, 겨울과 여름에는 다르다. 특히 여름이 쥐약이다.

무덥고 습한 여름에 에어컨을 틀지 않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내는 에어컨은커녕 선풍기 바람조차 버거워한다. 더위를 타지 않는 것도 있고 비염인이라 더욱 그렇다. 찬 바람을 쐬면 비염이 심해지고 냉방병도 잘 걸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사는 부부임에도 사계절 중 가장 길다는 여름날을 함께 보내는 것이 무척 힘들다. 장마를 거쳐 열대야가 시작되면 서로에게 곤욕이다. 어느 한쪽에 맞추자니 나머지 사람이 너무 힘들고, 적당한 온도로 두자니 둘 다 만족하기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잠을 따로 자기로 했다. 아내는 안방 문을 닫고 자고, 나는 거실에 있는 에어컨을 켜고 작은 방 문을 열고 잔다. 좁디좁은 빌라이지만 방이 두 개인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아내와 나는 여름이 오면 밤마다 헤어진다. ⓒ Photo by Stories on Unspl


처음에는 따로 자는 것이 어색했지만, 둘 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이 방법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각방을 쓰게 되니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더구나 각자 출근시간도 차이가 있었기에 누군가 먼저 일어나 씻고 준비해도 나머지 사람은 방해받지 않고 계속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각방을 쓴 지 벌써 세 번째 해가 되었고 또다시 여름을 맞이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는 각자의 방으로 매트와 이불을 옮겨두었다. 나는 에어컨을 청소했고 아내는 혹시 안방 문 틈 사이로 들어올 수 있는 찬바람을 대비해 여름 이불보다 조금 더 두꺼운 이불을 하나 더 꺼내 놓았다.

부부가 잠잘 때 따로 자는 것을 '수면 이혼'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이혼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우리처럼 잠을 잘 때만 각방을 쓰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조금 거친 표현의 단어이기는 하지만 장점이 워낙 명확해 오히려 부부 관계에 도움이 된다.

수면 부족은 현대인의 고질적인 문제다. 잠시라도 떨어지면 못 사는 신혼부부라면 모를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면 이혼은 오히려 진짜 이혼을 예방해 줄 듯하다. 우리 부부처럼 체감 온도의 차이로 고민하고 있다면 해답은 각방을 쓰는 것이다. 코골이나 이갈이가 심한다면 더욱더 추천하는 바다.

수면의 질이 높아지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 건강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깨어 있는 동안은 가급적 같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되 잘 시간이 되면 깔끔하게 헤어지자. 서로의 안정된 수면과 더 활기찬 내일을 맞이하기 위해서 그리고 행복한 부부생활을 위하여 수면 이혼을 하자.
덧붙이는 글 페이스북, 브런치, 얼룩소 등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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