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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주호가 옳았다... 변명하려다 자백한 꼴 된 축구협회

[주장] 축구협회 해명문 바라보는 여론 싸늘, 후폭풍 거셀듯

등록|2024.07.23 17:25 수정|2024.07.23 17:45
대한축구협회(KFA)가 논란의 중심에 선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정과 특혜 논란을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축구협회의 주장은 대중들을 납득시키는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축구협회는 지난 2월 경질된 위르겐 클린스만(독일)의 후임으로 홍명보 전 울산HD 감독을 선임하면서 외국인 감독 선임에 대한 입장 번복, K리그 현직 감독 빼가기, 투명하지 못한 감독 선임 절차 등을 둘러싸고 대중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었다.

여기에 전력강화위의 내부 실상과 모순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박주호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의 '내부고발'이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여론의 본격적인 도화선을 당겼다. 박지성-이영표-이동국 등 국가대표 출신 축구인들이 연이어 동참해 축구협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급기야 정치권에서도 반응하며 문체부에서 축구협회 조사를 결의하는 등 사태는 점점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축구협회의 해명
 

홍명보, 외국인 코치 선임 위해 유럽으로 한국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감독이 자신을 보좌할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관련 업무를 처리하고자 1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축구협회는 지난 7월 22일 공식 홈페이지에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을 설명 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두 편의 글을 잇달아 게시했다. 해당 글을 통해 축구협회는 지난 2월부터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을 위해 진행했던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의회 논의 내용과 주요 진행 및 결정 과정', 그리고 '주요 쟁점 사안들에 대한 Q&A'로 나누어 정리했다.

축구협회의 해명문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절차대로 선임을 진행했으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반복한 것이다. 협회의 해명에 따르면, 외국인 감독과 우선순위로 협상을 진행한 것은 사실이며 유력한 1순위 후보와는 협상이 상당히 구체적인 단계까지 진전되었다고 한다.

협회는 입장문에서 실명을 밝히지는 않았고 '미국 국적 1순위 후보'라고만 언급했다. 협회는 1순위 후보 감독과 관련 "초반에는 연봉 규모나 국내 거주 요건에 대해 호의적이었으나, 이후 구체적인 질의와 협상이 진행되자 불협이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최종적으로 상대측에서는 '국내거주 문제와 세금문제로 감독직 제안을 포기한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명을 밝히지 않은 또다른 2순위 후보는 팀을 맡고 있던 현직 감독으로 기존 소속팀과의 계약종료 확인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최종 결렬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과 특혜설에 대한 입장은 어떨까. 협회는 "만약 홍명보 감독과 면담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 두 명 중 우선순위에 오른 감독과 계약협상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다"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홍명보 감독의 사전 내정설을 부인했다.

홍명보가 다른 후보들과 달리 분석자료를 제출하거나 면접같은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았고, 오직 면담만으로 감독직 선임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에 대해서는 "홍명보 감독을 비롯한 국내 감독의 경우 다른 후보들에 비해 PT나 여러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으로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부터 국내감독들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철학, 경력 등에 대해 대부분 위원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특히 홍명보 감독의 경우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을 맡은 것은 물론 최근 울산을 4년간 맡으며 K리그 2연패 하는 등 울산HD의 경기를 통해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회는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몽규 회장과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절차를 무시하고 대표팀 감독선임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협회는 "정몽규 회장은 감독 선임 결정에 자기 의견을 제시하거나, 지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혔다"고 주장하면서 "이임생 이사가 유럽에서 면담 후에 회장에게 결과보고를 하겠다고 했을 때에도, 회장은 그럴 필요없다는 의사를 전했고, 홍명보 감독의 선임 소식을 김정배 상근부회장에게 전달하면서 계약진행을 요청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여론의 싸늘한 반응
 

▲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전 국가대표 박주호가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세븐일레븐, K리그·산리오캐릭터즈 팝업스토어 오픈 행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축구협회의 해명문을 바라보는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많은 축구팬들과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축협의 긴 해명문을 '팩트'라고 인정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지난 5개월간 협회는 무려 10차례 이상의 회의와 검토, 면접 과정이 무색하게 최종적으로는 결국 이임생 이사의 독자적인 판단만으로 대표팀 감독을 결정했다는 의미가 된다.

더구나 협회는 다른 감독 후보들은 잘 준비된 PPT까지 제시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있고, 성의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는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진정성있게 지원했던 여러 후보들의 노력과 성의를 무시해버리는 이야기가 된다.

또한 협회는" 전강위 위원들은 국내 감독을 뽑는다면 홍명보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위원회 구성 초반부터 거론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박주호 전 전력강화위원이 유튜브를 통해 폭로했던 내용과도 일치한다. 당시 박 전 위원은 "위원회에서 처음부터 홍명보 감독 선임으로 몰아가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박주호 전 위원은 또 "선배 위원들이 외국인 감독에 대해서는 정보가 거의 없거나 단점만 거론하면서, 국내 감독은 무조건 옹호하려고만 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축구협회의 해명문은 당시 국가대표 선임과정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결과적으로 '공정성과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박주호 전 위원의 폭로가 사실이었다는 것만 더욱 입증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번 축구협회의 해명은 스스로가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여실히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았다. 축구협회가 바뀌기 어렵다는 것만 재차 확인된 만큼, 그 후폭풍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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