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니 이런 날이" 국보법 위반 유죄 37년만에 재심서 무죄
김창현 전 울산 동구청장, 서울중앙지법 재심서 무죄... "고문으로 점철된 조작사건"
▲ '김창현의 택시일기 - 달리는 인생' 저자와의 대화가 2013년 12월 3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 권우성
"유죄 판결 37년, 재심을 청구한 지 3년째, 검사의 무죄구형 그리고 판사의 무죄선고.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군요. 국가와 우리 사회의 진일보를 위해서라도 손해 배상을 청구하고 명예도 회복하겠습니다."
1998년 7월 1일 초대 울산광역시 동구청장을 지내고,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김창현 전 동구청장이 37년 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는 소회를 전했다.
당시 검찰은 김창현 전 동구청장이 "1986년 남노련에 가입한 뒤 산하 교육 조직인 노동자해방사상연구회에서 사상학습을 하며 북한 활동에 동조하거나 불법 집회에 참석했다"며 국가보안법·집시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김 전 구청장은 1심 판결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후 항소를 포기해 판결이 확정됐다. 사면복권 된 뒤에도 김창현 전 구청장은 선거에 나서거나 각종 활동을 할 때마다 지역 보수인사들로부터 색깔론에 시달려왔다.
"남노련 사건, 1980년대 고문 조작사건의 전형"
1987년 유죄 판결 이후 33년이 지난 2020년, 김창현 전 구청장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2023년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검찰은 재심 재판에서 과거 신청됐던 증거를 모두 철회하면서 김창현 전 구청장에게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 역시 무죄 판결했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우리 사회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고초를 겪으셨습니다. 이 판결로써 피고인들이 불행했던 과거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나 피고인들이 이뤄낸 민주화된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온전히 누리시기 바랍니다"라며 높임말로 위로하기도 했다.
김창현 전 구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이동 어느 골짜기에서 체포될 당시 보안사의 건장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와 소위 공비 소탕하듯 우리를 낚아채 끌고 갔고 버스에 꿇어 앉혀 눈에 안대를 하기 전 보았던 백미러에 매달린 기도하는 사무엘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37년 전을 상기했다.
이어 "우리가 끌려간 곳은 송파보안사 지하실이었는데, 그곳에서 쉬지 않고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당했다"며 "벌거벗겨진 채 벌레처럼 그곳을 기어 다녀야 했다. 정확한 조직명을 잘 몰라 각목으로 수없이 맞으며 그렇게 소위 남노련 사건은 탄생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남노련 사건은 1980년대 고문으로 점철된 조작사건의 전형 중 하나였다"며 "'북괴의 NLPDR노선에 따라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획책한 빨갱이'로 언론을 장식했다. 어머니는 쓰러지고 아내는 몸조리를 하지 못한 채 구명운동을 뛰어다녀야 했고 단 한 번도 딸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지 못한 아빠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영장도 없는 체포, 보안사의 민간인 수사, 잔인한 구타와 고문, 그리고 조직 내 프락치가 있었다'며 "그는 동지들을 팔아먹고 안락한 삶을 누렸다. 이 땅에 그런 프락치 활동을 하다가 출세한 사람들이 많이 살아있고 지금도 곳곳에서 떵떵거리며 호의호식 하고 있다"며 아직도 진행형임을 강조했다.
김창현 전 구청장은 현재 울산에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협력', '울산시민평화아카데미' 등 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통일운동에 전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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