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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전 몸에 상처, 최근엔 골절', 대구 특수학교서 장애학생 폭행 의혹

사회복무요원 4명-특수교사 1명 폭행 행사 수사중... 시민사회 "복무요원 배치중단" 등 요구

등록|2024.07.24 17:47 수정|2024.07.25 00:57

▲ 지난 17일 대구의 한 특수학교에서 장애 학생이 사회복무요원 등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이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장애인단체 등은 대구시교육청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대구의 한 공립 특수학교에서 '교사와 사회복무요원이 장애학생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장애인단체들이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구시교육청과 대구경찰청 등에 따르면 대구 달서구에 있는 특수학교인 세명학교에서 지난 17일 A학생이 사회복무요원과 특수교사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학생의 부모에 따르면 2개월 전부터 얼굴과 몸에 상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학교에 확인을 요청했지만, 학교 측은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A학생이 손가락 골절과 얼굴에 멍이 든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자 A학생의 학부모가 학교 측에 CCTV 확인을 요청했다. 확인 결과, 사회복무요원 3명과 특수교사가 A학생을 일반교실에서 돌봄교실로 인계하며 번갈아 폭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학교 측은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하고 관련 교사 등을 A학생과 분리 조치한 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추가 가해자가 확인돼 모두 4명의 사회복무요원과 특수교사 1명이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폭행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했다.

"피해자 구제 조치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해야"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등 8개 단체는 24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구제 조치와 대구시교육감의 장애학생 집단 폭행 사건 관련 사과를 요구했다.

이들은 "피해학생이 2개월 전부터 얼굴에 멍이 들고 상처가 생겨 학부모는 학교 측에 상처의 원인 확인을 요청했으나 학교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며 "지난 17일 손가락 골절과 부정할 수 없을 정도의 얼굴 상처가 난 후에야 보호자의 CCTV 공개 요청에 응하고 사회복무요원 1명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확인된 5명 중 4명은 사회복무요원"이라며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사회복무요원에게 장애학생의 일상을 내맡겨버림으로써 교육의 의무와 편의제공의 의무를 다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계속 추가되고 있으며 1시간 이상 지속되는 폭행과 장애학생의 울음소리가 이어짐에도 누구도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했다"면서 "학교 구성원과 그 책임자는 인권 감수성 부재뿐만 아니라 특수교육 현장의 전문성, 책임감 부재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구시교육청을 향해서는 "특수학교를 건설만 할 뿐 학생이 78명 증가했음에도 교사는 증원하지 않았다"며 "중도중복장애학생이 대구 특수학교에는 1명밖에 없다는 어이없는 통계를 발표하고 특수교육 전문인력 증원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의견은 무시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예산 부족과 남자 교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검증 없이 사회복무요원을 특수학교에 무분별하게 배치하고 이들에게 장애학생의 교육지원을 내맡기는 현행 사회복무요원 활용 제도는 개선돼야 한다"며 "경기도와 같이 특수교육 협력교사 배치를 통해 장애 학생 교육환경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지난 17일 대구의 한 특수학교에서 장애학생이 사회복무요원 등으로부터 폭행당한 사실이 드러나자 장애인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24일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 조정훈


이들 단체들은 대구시교육청에 ▲피해자 구제조치 즉각 마련 ▲장애학생 폭행 사건에 대해 대구시교육감의 사과 ▲특수학교 내 인권, 폭력 피해 전수조사 ▲특수학교 모든 학급에 특수교육 협력강사 배치 ▲장애학생 폭력 및 학대 관련 종합 대책 마련 ▲교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행동지원 전담팀 구성 ▲가해자 엄중 처벌과 학교장 징계 ▲교사의 인권침해와 폭력에 대한 엄중 관리 책임 등을 요구했다.

또 교육부에 대해서는 ▲특수학교 내 장애학생 폭력과 학대 피해 근절 종합 대책 마련 ▲특수학교 내 인권침해 및 폭력 피해 전수조사 ▲사회복무요원 배치 중단 및 특수교육 협력강사 배치 ▲장애학생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전부 개정' 등을 요구했다.

피해학생의 부모는 "CCTV 속 아이는 사회복무요원의 발에 얼굴을 수차례 짓밟히고 차이고 지나가던 또 다른 공익요원은 아이의 몸을 수차례 발길질하고 지나갔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이어 그는 "우리 아이가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폭행 사건 관련자와 책임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교육청은 우리 아이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 아이들이 안전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재발방지책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학교에 보낸 자녀가 제대로 교육받고 오기를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안 다치고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것이 2024년의 현실"이라며 "제대로 된 종합대책을 세워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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