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식 사우나를 하는 느낌... 유독 습한 올 여름
종잡을 수 없는 사우나 폭염, 극지 온도 상승이 원인
▲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2024.7.24 ⓒ 연합뉴스
지난 21일이 역대 지구상 가장 더운 날이었다.
유럽연합(EU)의 기후관측기관인 코페르니쿠스기후변화서비스(C3S)의 발표다. 1940년 관측 이래 지난 7월 21일이 역대 지구상 가장 더운 날이었는데, 21일 전 세계 일일 평균 지표 기온은 17.09도였다. 이는 지난해 7월에 기록된 종전 최고 온도(17.08도)보다 0.01도 높은 근소한 차이, 관측 전문가가 놀라움을 표한 대목은 경신 속도에 있다. 지난해 7월 최고온도를 경신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면 이번에는 1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는 거다.
"우리는 지금 진정으로 미지의 영역에 있습니다. 기후가 계속 따뜻해짐에 따라 앞으로 몇 달, 몇 년 안에 새로운 기록이 깨지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세계 평균 지표 기온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상승한 건 남극 대부분 지역에서 평균보다 더 높은 기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C3S는 분석했다. 통상 육지의 대부분이 있는 북반구가 지구 평균 기온을 주도하는데, 북반구 기온은 이미 거의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 북반구 육지가 데워지는 만큼 남반구의 바다가 식어야 하는데, 남반구 또한 온난화로 인해 평균 온도를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올해 남극의 해빙 면적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더 줄어들어 남극해의 기온도 평균보다 웃돈 것으로 드러났다.(뉴스1, 2024.7.24)
전국이 습식 사우나... 유독 습한 올 여름
한편 폭우와 폭염이 뒤섞인 요즘 날씨를 두고 '마치 물속을 걷는 느낌' '습식 사우나를 걷는 느낌'이라는 말들이 많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통계적으로 근거 있는 말이다. 최근 3년 사이 7월 평균 습도가 10%p 올랐다.
23일 기상청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 지역의 7월 평균습도는 2021년 70.9%에서 지난해 81.1%로 2년 새 10.2%p 올랐다. 올해 역시(21일 기준) 평균 81%의 습도를 기록하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동아일보, 2024.7.23)
습도가 80%를 넘어가는 날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에는 습도 80%를 넘어가는 날이 31일 중 6일이었지만 2022년에는 12일, 2023년 16일로 증가했고 올해 7월에는 22일까지 13일에 달했다. 23일도 80%를 넘었고, 24일도 서울 84%, 인천 93%이다.
이처럼 습도가 높아지면 이런 현상이 뒤따른다.
- 체감온도 상승 (습도가 50%를 넘어서면 실제 기온보다 체감 온도가 높아짐)
- 불쾌지수 상승
- 빨래 안 마르고 욕실 물기 그대로
- 곰팡이 번식으로 어린이와 노인 호흡기 자극
- 심혈관 스트레스
- 식중독 위험
실제로 어린이들은 습도에 취약하기에 학교보건법에선 유치원이나 학교의 실내 습도를 30~80%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어떤 어린이집은 습도 조절을 위해 에어컨과 보일러를 동시에 틀기도 한다.
▲ 서울 전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리며 더운 날씨를 보인 24일 저녁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물놀이 건조시설에서 바람을 쐬고 있다. 2024.7.24 ⓒ 연합뉴스
극한 기후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
이처럼 종잡을 수 없는 사우나 폭염은 극지 온도 상승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기후학자의 분석이 나온다. 문우석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의 칼럼을 보면 기후학자들의 한숨이 그대로 느껴진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대륙과 해양의 열적 성질 차이로 인해 형성된 전 지구 규모의 대기 패턴이 중위도 서풍의 약화와 함께 강해지고 있다. 중위도 서풍의 강도는 북극 지역과 적도 지역의 온도 차이에 비례한다. 온난화의 대표적 현상인 북극 지역의 가파른 온도 상승이 적도와의 온도 차이를 줄여 여름철 중위도 지역의 서풍을 약하게 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북반구 여름철 기후를 주관하는 대륙성 저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기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는 강해진 북태평양 고기압과 대륙성 저기압 사이에 위치하게 된다.
(문우석 교수의 부산일보 칼럼, 2024.7.23)
중위도 서풍이 약해지면서 극한 호우와 폭염이 심해진다는 거다. 이런 문제를 고민할 무렵 생방송 문자로 청취자의 이번 비 피해 문자가 도착했다. 가슴 아픈 피해 현장이었다.
도시의 생활에 비가 많이오는것을 알면서도 피부로 실감하지는 못하죠.오늘 저녁의 메뉴를 고민하던 중, 참으로 오랜만에 귀농을 해서 딸기하우스를 하는 삼십년지기 친구의 전화를 받았죠. 직접 촬영한 영상에는 하우스 20개 동이 다 빗물에 잠겨버렸어요. 완전 100% 침수였죠. 50년을 넘게 살면서 이런 처참한 영상은 처음 보네요. 친구가 한마디 하더군요. "놀랐지? 괜찮아. 이래서 인생이지." 속에 담은 괴로움 숨기며 실소하는 친구를 대신해 "어쩌냐, 어쩌냐"를 연발했지요. 우리 모두의 아픔입니다. 가깝고도 멀리에 있는 아는 이들에게 안부 한번 전하세요.
(청취자 0239번님의 생방송 문자, 2024.7.24)
한 건 한 건 자연재해 앞에 무기력해지는 인간, 이를 꿰뚫는 탄소배출 절감이라는 과제가 오늘도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참고자료]
- Ajit Niranjan, 'Sunday was world's hottest ever recorded day, data suggests' (Guardian, 2024.7.23)
- 정지윤, '남극·북극 합해 17.09도…올해 7월 21일, 지구촌 가장 더운 날 '새 기록' (뉴스1, 2024.7.24)
- '올여름 유독 습하다했더니…3년새 7월 평균습도 10%p 올라' (동아일보, 2024.7.23)
- 김윤주, '사우나 걷는 느낌…서울 곳곳 습도 100%' (조선일보, 2024.7.24)
- 문우석, '[문우석의 기후 인사이트] 지구온난화가 부른 극한 이상기후' (부산일보, 2024.7.23)
덧붙이는 글
지상파 최초의 주7일 기후방송인 '오늘의 기후'는 매일 오후 5시부터 7시30분까지 FM 99.9 OBS라디오를 통해 방송되고 있습니다. 최근 오늘의 기후 유튜브 독립채널이 개설되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오늘의 기후 채널' 검색하시면 매일 3편의 방송주요내용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구독과 시청은 큰 힘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