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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지켜보니까..." '한국 남자 다이빙 역사' 이재경의 각오

[인터뷰] 스물 여섯에 파리 올림픽 첫 출전하는 다이빙 이재경 선수

등록|2024.07.29 16:08 수정|2024.07.31 06:23

▲ 2024 파리 올림픽 출전을 위해 25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출국한 이재경 선수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 ⓒ 박장식


국내외를 주름 잡는 다이빙 선수들은 유독 어린 나이부터 국가대표로 활약하곤 한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김수지 선수는 열 다섯 살, 런던올림픽에 첫 출전했으며(2012년),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10m 플랫폼 금메달을 딴 중국의 천위시는 당시 열 일곱살이었다.

하지만 이 선수의 첫 국가대표 승선은 스무 살이 넘어서였다. 다이빙 선수로서는 비교적 늦은 태극마크 입봉, 하지만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활약을 펼쳤다. 지난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 때는 김수지 선수와 3m 싱크로 동메달을 합작, 한국 다이빙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획득한 남자 선수가 됐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태어난 지 26년 만에 첫 올림픽에 출전한다"며 소감을 전한 이재경(인천광역시청) 선수가 주인공. 지난 24일 전화로 만난 이재경 선수는 "한국 다이빙 사상 처음으로 두 명의 선수가 올림픽 결승에 진출한 사례를 만들고 싶다"며 아내와 딸을 위해 최고의 경기를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상대 잡겠다는 생각으로... 세계선수권 메달도 땄죠"

초등학교 1학년 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18년 동안 다이빙 선수로 지내고 있는 이재경 선수. 그의 첫 태극마크는 2019년 유니버시아드 때였다. 그 전 해 아시안게임에는 후보 선수로 발탁되어 선수단과 함께 출국했지만 경기에는 뛰지 못했다.

이재경 선수는 "어렸을 때 부족했던 부분을 보강하고, 힘을 더욱 키우면서 점점 올라온 덕분에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말했다.

그런 이재경 선수는 2022 부다페스트 세계수영선수권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작년 열린 후쿠오카 세계수영선수권에서 김수지 선수와 혼성 싱크로에서 4위를 기록한 것이 자극이 됐다.

"후쿠오카 대회 때는 혼성 싱크로에서 적은 점수 차이로 4위를 했었어요. 그래서 올해 2월에 열린 도하 세계선수권 때는 '상대를 무슨 수가 있어도 꼭 잡겠다'라는 생각으로 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막상 동메달을 따니 다들 놀랐고, 저 역시도 얼떨떨했었어요."

그렇게 2024년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이재경 선수는 '한국 최초로 다이빙에서 세계선수권 메달을 딴 남자 선수'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이 선수는 "도하 대회 때는 마지막 시기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상대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뛴 덕분에 메달까지 땄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3m 스프링보드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냈던 이재경 선수. ⓒ 박장식


이어 이재경 선수는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은메달 2개와 한 개의 동메달을 땄을 때도 물론 좋았지만, 도하 대회 때는 올림픽 티켓을 따면서 좋은 출발을 했고, 마무리로 메달까지 얻어서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세계선수권에는 있는 혼성 싱크로 종목이 올림픽에 없는 것이 아쉬울 법하다. 이 선수는 "(개인 종목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훈련을 했던 것 같다"며 "혼성이었다면 올림픽 메달도 가능할 것 같은데, 아직 없으니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재경 선수는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설레기도 했지만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그런 이재경 선수에게 힘이 되는 존재는 가족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동료 다이빙 선수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 이재경 선수는 벌써 네 살이 된 딸이 있다.

이재경 선수는 "딸이 많이 컸다. 요즘 TV로, 유튜브로 내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면 '어 아빠다!'라고 하더라"면서 "내가 잘 입수하면 '잘했다~'라고 하면서 박수도 치곤한다. 아내와 딸이 TV로 중계를 볼 것을 생각하면서 잘 경기해서 가족들도 즐겁게 봤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바람을 전했다.

"멀리 갔으니 세 번 다 뛰고 오겠습니다"
 

▲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을 때의 이재경 선수. 아재경 선수는 생애 첫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 박장식


이재경 선수의 목표는 그가 출전하는 3m 스프링보드에서 예선, 준결승, 그리고 결승까지, 세 경기를 모두 뛰는 것이다. "멀리까지 갔는데 한 번만 경기하고 끝낼 수는 없으니, 결승까지 세 번 모두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욕심도 있다. 대표팀 선배이자 역시 한국 다이빙의 역사를 쓰고 있는, 우하람(국민체육진흥공단) 선수와 한국 최초로 두 명의 선수가 올림픽의 다이빙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재경 선수는 "결승전에서 태극기 두 개가 엔트리에 보이는 것만큼 멋진 것이 없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파리에서의 마음가짐은 어떨까. 이 선수는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번 올림픽은 밝고 재밌게 하고 싶다. 26년 살면서 이번이 첫 번째 올림픽이고, 어쩌면 인생에서 한 번만 뛰는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 시간으로 8월 6일 오후부터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 3m 스프링보드 경기에서 이재경, 우하람 선수가 힘차게 도약할 예정이다.

끝으로 이재경 선수에게 인사를 부탁했다.

"다이빙은 계속 올라갈 일밖에 안 남았습니다. 항상 관심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그 관심을 주신 만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파리에서 열심히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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