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대구시의회?···시정질문 72% 서면으로
6대 17.5%, 7대 9.1%, 8대 11.9%에서 72%까지 급증
▲ 홍준표 대구시장 ⓒ 조정훈
대구 시민을 대변하고, 대신해서 홍준표 시장에게 질문을 해야 할 대구시의원들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반기 대구시의회가 실시한 시정질문 중 대면보다 서면질문 비중이 70%를 초과하기 때문이다. 10건 중 7건은 시장이나 관계 공무원을 직접 출석시켜 묻기보다 서면 답변을 받았다는 의미다. 앞선 의회의 서면질문 비중이 10% 안팎이었던 걸 고려하면 의원들이 '입을 닫았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시정질문 방식별로 구분해서 살펴보면, 9대 의원들이 홍준표 시장 앞에서 유독 작아진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9대 의원이 진행한 시정질문 54회 중 39회가 서면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전체 시정질문 중 72.2%에 해당한다. 앞선 6, 7, 8대 의회 전반기 시정질문 현황과 비교해 보면 서면질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6대 의회 전반기(2010년 7월~2012년 6월)에는 시정질문 63회 중 11회(17.5%)가 서면으로 이뤄졌고, 7대 의회 전반기(2014년 7월~2016년 6월)에는 44회 중 4회(9.1%)만 서면으로 이뤄졌다. 8대 의회 전반기(2018년 7월~2020년 6월)에도 42회 중 5회(11.9%)에 그쳤다.
▲ 9대 대구시의회 들어 시정질문을 서면으로 하는 비중이 급증했다. ⓒ 뉴스민
"홍준표 시장을 상대로 한 질문, 부담스러운 탓"
의회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홀로 발언대에 올라 말하는 걸 선호한다. 대구시의회가 본회의를 TBC 등을 통해 생중계하는 날에는 더 발언하려는 의원이 몰린다. 특히 생중계를 통해 시장을 상대로 지역 현안 문제를 묻고, 전향적인 답변을 이끌어내거나 하다못해 다그치는 모습이라도 연출하면 지역민들에게 점수를 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9대 의회 들어서 의원들이 직접 나서 시정질문을 하는 대신 서면질문으로 대체하게 된 데는 홍준표 시장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A 시의원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추정해 보면 홍준표 시장을 상대로 질문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며 "홍 시장이 막말 비슷하게 답을 하거나, 문제를 지적하면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식으로 답을 하는 걸 보지 않느냐"고 말했다.
B 시의원도 "서면 질문이 많은 건 정상적인 건 아니"라며 "시정질문을 하려고 하면 시 집행부가 귀찮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장의 답변하는 스타일에 대한 부담이 아마 클 것 같다"고 전했다.
▲ 홍준표 시장이 대구시의회에 출석해 시정질문에 답하고 있다. ⓒ 대구시의회
물론 서면질문이 갖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답변을 실무부서에서 해오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수월하고, 절차도 대면질문에 비해 간소하다. C 시의원은 "정확한 데이터나 사실을 간단하게 확인하는 차원에서 시정질문을 활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면질문이 급증한 것뿐 아니라 5분 발언도 큰 폭으로 증가한 걸 보면 서면질문의 긍정적 측면 보단 홍 시장과 말을 섞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에 무게를 더한다. 5분 발언은 의원이 직접 발언에 나서지만, 집행부 답변이 필요치 않는 일방적인 연설이기 때문에 홍 시장과 직접 말을 섞을 일은 없다. 홍 시장이 시정질문 답변 과정에서 고압적 태도를 보이거나 SNS를 통해 시정질문을 한 의원 개인을 비하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된 문제이기도 하다.
[관련기사] [주간 홍준표] "시장님도 처음이잖아요?"
홍준표, 자신 비판한 시의원 향해 "자동차 학원이나 하지"
한편, 대구참여연대에 따르면 9대 의원들 중 윤권근 의원(국민의힘, 달서구5) 가장 많은 시정질문(9회)을 진행했고, 육정미(더불어민주당, 비례, 7회), 황순자(국민의힘, 달서구3, 6회), 김정옥(국민의힘, 비례, 3회) 순으로 뒤를 잇는다.
<저작권자 © 뉴스민,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