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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낮 기온이 섭씨 50도까지 올라간다면?

등록|2024.07.25 11:16 수정|2024.07.25 11:16

▲ 햇빛이 두려운 미래 이야기를 다룬 단편영화 ‘공원여행 2100’ 중 한 장면 ⓒ 용인시민신문


필자는 마을에서 취미로 영화감독을 하고 있다. 이 문장을 쓰고 보니 참 어색하고 머쓱하다. 영화라는 매체는 통상적으로 상업성을 목표로 거대 자본이 투여되는 문화 산물인데, 이것을 마을에서 취미로 하고 있다니, 앞뒤가 안 맞는 듯 보인다.

그 어색하고 머쓱함 속에서 동네 친구들, 동료들과 영화제작 동아리를 만들어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가장 최근에 아주 짧은 영화를 만들었다. 기후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제목은 '공원여행 2100', 2100년엔 기온이 크게 상승해 그늘이 아닌 태양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 설정으로 만든 영화이다.

영화를 만들면서도 "너무 과장하는 거 아냐?" 의견이 분분했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세계 뉴스를 보면 그게 현실이 될까 정말 무섭다.

2023년 폭염을 강조하며 떠들썩했던 온도는 섭씨 40도였다.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여름 기온이 40도를 넘었다며 위험하다고 대서특필했다. 1년이 지난 2024년 여름, 그보다 10도 높은 섭씨 50도가 거론되고 있다.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미국 캘리포니아, 중국, 호주,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50도의 기온으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등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의 지표면 온도가 70도까지 올라갔다는 얘기도 있다. 무섭다. 불과 1년 만에 온도상승 폭이 무시무시하다.

용인도 예사롭지 않다. 바깥온도 39도를 찍은 온도계를 마주하는 빈도가 잦아졌다. 요즘은 장마철이라 폭염이 조금 꺾인 듯 보이지만, 비가 오지 않으면 여지없이 기온이 마구 올라간다.

장마철이 끝나고 찾아올 폭염이 어느 정도 될지 두렵다. 사실 이 더위에 적응이 될까 봐 더 두렵다. 혹자는 "당연히 적응하고 살아가야 하지 않느냐", "이 무슨 아이러니냐" 코웃음 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두려움을 덧붙여 설명하자면, 이 더위가 그냥 '살 만하다'라고 느끼며 여전히 건물 속 에어컨 앞에서 현재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며 살아갈까 봐서이다.

'콩쥐 팥쥐'라는 옛이야기를 보면 깨진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워 놓으라는 팥쥐 엄마의 무리한 어깃장이 있다. 같은 의미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속담도 있다. 구멍이 있는 항아리에 물을 가득 채워 놓을 수 없다. 그러나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구멍으로 빠져나가는 양보다 더 많은 물을 붓는 방법으로, 순간 물이 차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머뭇거리면 바로 구멍으로 물이 새어나가 줄어드니 지속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당장 물을 채우지 못할지라도 얼른 뒤집어 구멍을 메우고 부으면 찰랑찰랑 가득 찬 물을 볼 수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지 우린 알고 있다.

사람들은 기온이 올라가자 온도를 낮추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급증한 전력수요에 더 많은 화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를 짓자고 정책을 세운다. 구멍이 났으니 더 많은 물을 붓자는 논리다. 그 발전소가 더 큰 구멍을 만든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급증하는 전력수요, 기온 상승의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구멍을 메우는 방법이란 것을 알고 있음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실행하지 않는다. 필자가 걱정하는 적응이 바로 이런 것이다.

섭씨 50도라는 인위적인 자연현상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사람들 기사를 보며, 여기는 안전해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파렴치한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 머잖아 용인에서도 일어날 이야기일까 두려워, 지구에 사는 지구 시민으로서 지속 가능한 해결방법을 선택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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