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과거를 기억하고 교육하는 이유
주독 한국문화원에서 권세훈 본대학 한국학과 교수 강연... 현지인과 열띤 토론
지난 18일(현지 시간) 광복회 독립운동 후손들로 구성된 독립영웅 아카데미 수강생들은 주독 한국 문화원에서 열린 강연에 참석하여 독일의 기억 문화에 대해 배우고 우리의 역사적 책임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강연은 전 주독 한국문화원 원장이자 현재 본 대학 한국학과 교수인 권세훈 교수가 맡았다. 강연의 주제는 '독일과 한국에서의 전쟁과 기억 문화'였다. 행사는 베를린에 거주 중인 한인들과 현지인들이 함께 참석했으며, 통역가의 도움을 받아 한국어와 독일어로 동시에 진행됐다.
권세훈 교수는 '전쟁과 그에 따른 기억 문화가 독일과 한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두 나라의 전쟁 경험과 그로 인한 기억 문화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이 각각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당사자였지만, 그 출발점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유럽 침략으로 시작되었고, 한국전쟁은 남북한 간의 국지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두 전쟁 모두 국제전으로 발전하면서 막대한 파괴와 비참함을 초래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냉전의 결과, 독일은 동서로 분단되었고, 한국전쟁은 남북 분단을 거의 영구화시켰다. 권 교수는 독일과 달리 한국의 경우, 같은 민족 간의 엄청난 희생이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강조했다.
전쟁에 대한 기억 문화는 국토 분단과 이데올로기 대립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서독과 남한에서는 공동의 기억이 불가능했으며, 오로지 일방적인 기억만이 존재했다. 동독에서는 소련군 전승 기념비와 T-34 전차가 전시되었지만, 북한에서는 참전한 중공군의 기념비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이는 북한의 선전 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한의 인천에는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많은 한국인에게 통일의 꿈을 현실화시킨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 모두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그 근본적인 목적은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나치에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기리는 '스톨퍼슈타인'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1980년대 민주화 이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전에는 민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평화공원이 조성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문학, 영화, 미술을 통해 주로 비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권 교수는 말했다. 독일 문학에서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이 대표적이며, 이는 나치의 몰락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고발한다. 한국 문학에서는 최인훈의 '광장'이 대표적이며, 한국전쟁의 비극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의 과거사 화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 스포츠와 정치적 측면도 언급했다. 독일과 이스라엘의 축구 경기는 독일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했고, 한국에서는 남북 단일 팀이 구성되어 국제 대회에 참가한 사례가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면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예로 들며, 두 나라가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사례들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이 과거의 전쟁과 기억 문화와 관련하여 여전히 많은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과거사 반성과 소수 민족에 대한 화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극우 세력의 부상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은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긴장과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결론지었다.
권세훈 교수는 이 강연을 통해 독일과 한국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독 한국문화원 소개 및 김구 선생과 교환 했던 윤봉길 의사 기념 시계 전달식
이날 강연은 주독 한국 문화원에서 진행되었으며, 현 양상근 주독한국문화원장의 소개 시간도 마련됐다. 양 원장은 청중들에게 문화원의 활동과 역할을 간략하게 설명하며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양 원장은 먼저 문화원의 위치와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주독 한국 문화원은 1994년 당시 서독의 수도인 본에서 처음 설치되었고, 2000년 독일의 통일과 함께 수도가 베를린으로 옮겨지면서 문화원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게 되었다. 2009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서 문화원의 기능과 최근 외교의 변화를 언급했다. 과거의 외교는 국가 간의 관계에 집중했지만, 현대의 외교는 국민들 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공외교의 영역으로, 그 핵심은 소프트 파워인 문화라는 설명이다.
양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한류 팬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한국문화를 전파하기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언급한 그는, 15년 전 베를린에 유학 생활을 할 때는 한국 식당이 한 곳 정도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100개 이상의 한국 식당이 성업 중이라고 비교했다. 이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문화원이 다양한 공연, 전시, 강좌를 통해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젊은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콘텐츠는 베를린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한편, 광복회에서는 강연 장소를 제공한 양상근 독일 한국문화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기념품을 증정했다. 김구 선생의 증손녀인 김영 순천향대 의료IT공학과 교수가 이를 전달했다.
이번 기념품은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해 홍구공원에서 의거를 준비하던 당일 아침, 김구 선생의 시계와 교환했던 자신의 시계를 본떠 제작한 것이다. 윤봉길 의사는 당시 김구 선생에게 자신의 시계를 풀어 바꾸자고 제안하며, 김구 선생의 시계를 받아들였다는 일화가 있다.
김구 선생은 이에 대해 자신의 저서 '백범일지'에 '천하영웅 떠나가다'고 기록하며, 후일 저승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원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기념품 전달은 양상근 원장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욱 빛내주었다.
독일과 일본의 역사적 접근의 차이: 책임 VS 부정
강연이 끝난 후, 독립운동 후손들과 재독 교포, 현지인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광복회 관계자가 전쟁과 기억 문화와 관련하여 독일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 묻자, 권세훈 교수는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정부의 입장이다. 권 교수는 "독일은 과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며 사과하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과거를 근대화의 일환으로 미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시민사회의 영향이다. 권 교수는 "독일에서는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사고를 보장하는 교육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단체로 국가를 부르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갈색은 나치를 상징하는 색으로 금기시됩니다. 이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사회적으로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후 하나의 정당, 자민당이 70년 동안 지배해온 사회 구조로 인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권 교수는 독일과 일본이 전쟁과 기억 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각국의 사회와 역사 인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인 역사학계에 대한 비판과 희망의 메시지
현재 험볼트 대학(Humboldt-Universität zu Berlin)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하는 장은영씨는 강연 후 토론 시간에 독립운동 후손들과 젊은 학자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장씨는 자신의 전공과 연구를 통해 많은 독립운동 후손들과 젊은 학자들을 만나게 되었다며, 특히 90년대생 학자들이 한국의 역사 학회나 협회가 변화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 젊은 학자들은 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과거 일본 식민지 시절의 일본 문서나 밀정 문서에서 증거를 찾습니다. 그러나 역사 학자들이나 협회, 학계의 지지가 필요할 때,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명예나 지위가 흔들릴까 봐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변화를 거부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역사 학계가 정말로 이런지 궁금합니다"라며 질문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광복회 독립 영웅 아카데미 수강생 중 한 명인 박명현씨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질문 주신 상황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며 자신이 경험한 희망적인 사례를 공유했다. 박명현 씨는 "저희 증조 할아버지께서는 3년 전에 나라에서 서훈을 받으셨는데, 그 과정에서 증명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돌아가신 지 100년이 넘었기 때문에 자료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서 보관하던 자료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한국 역사학자들의 도움으로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 덕분에 희망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많은 향토사학자들이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역사학자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과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 회복
이어서 독립 영웅 아카데미 수강생 유지형씨의 질문이 이어졌다. "독일은 과거 가해자로서 과오를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사과하며, 이를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독일이 얻고자 하는 가치나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어서 그는 "피해자 입장인 한국은 일본이 과오를 반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과와 인정이 피해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궁금합니다. 독일이 과거를 기억하고 교육하는 이유와 그로부터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마무리했다.
유지형 씨의 질문은 역사적 반성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이를 탐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권세훈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독일이 과거사 반성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국제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왕따를 당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사 반성과 사과를 통해 다시 유럽 국가들과 국제 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권 교수는 또한,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다분히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독일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권세훈 교수의 답변은 독일이 과거사 반성과 사과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회복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설명했다.
자신을 베를린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밝힌 한인 여성은 독일의 기억문화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독일 학생들과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를 비교하는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언이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학생들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며, 그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10대 초반의 학생들이 과거를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문제가 더 커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어서, "제 남편은 독일 사람인데, 학교에서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축구 경기가 있을 때조차도 독일 국기를 흔드는 것에 부담을 느낄 정도입니다. 독일의 교육 시스템이 국민들에게 과거를 올바르게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한인 여성의 발언은 독일의 기억문화가 다음 세대에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철저한 과거사 교육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한국 역시 과거사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한 독일 현지인 교사가 일본의 과거사 반성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저는 현재 피난민을 돕는 협회에서 일하면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과거사를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은 사과를 제대로 하여 이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독일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경험이 있는 나라로서,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와 잘못을 반성하고 기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 정책을 통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일본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를 통해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 권세훈 본대학 한국학과 교수의 독일과 한국에서의 전쟁과 기억 문화 강연 ⓒ 광복회
권세훈 교수는 '전쟁과 그에 따른 기억 문화가 독일과 한국에서 어떻게 다르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두 나라의 전쟁 경험과 그로 인한 기억 문화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이 각각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의 당사자였지만, 그 출발점은 엄연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유럽 침략으로 시작되었고, 한국전쟁은 남북한 간의 국지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두 전쟁 모두 국제전으로 발전하면서 막대한 파괴와 비참함을 초래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쟁에 대한 기억 문화는 국토 분단과 이데올로기 대립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서독과 남한에서는 공동의 기억이 불가능했으며, 오로지 일방적인 기억만이 존재했다. 동독에서는 소련군 전승 기념비와 T-34 전차가 전시되었지만, 북한에서는 참전한 중공군의 기념비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을 예로 들며, 이는 북한의 선전 전략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한의 인천에는 유엔군 총사령관 맥아더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어 많은 한국인에게 통일의 꿈을 현실화시킨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 모두 전쟁의 상처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방식이 다르지만, 그 근본적인 목적은 전쟁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독일은 나치에 희생당한 유대인들을 기리는 '스톨퍼슈타인' 프로젝트를 통해 일상생활 속에서 이웃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1980년대 민주화 이후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 규명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대전에는 민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평화공원이 조성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은 문학, 영화, 미술을 통해 주로 비판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권 교수는 말했다. 독일 문학에서는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이 대표적이며, 이는 나치의 몰락을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고발한다. 한국 문학에서는 최인훈의 '광장'이 대표적이며, 한국전쟁의 비극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의 과거사 화해에 중요한 역할을 한 스포츠와 정치적 측면도 언급했다. 독일과 이스라엘의 축구 경기는 독일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전환점을 마련했고, 한국에서는 남북 단일 팀이 구성되어 국제 대회에 참가한 사례가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가 바르샤바의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무릎을 꿇은 장면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예로 들며, 두 나라가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한 사례들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권 교수는 독일과 한국이 과거의 전쟁과 기억 문화와 관련하여 여전히 많은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다. 독일은 과거사 반성과 소수 민족에 대한 화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극우 세력의 부상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한국은 남북 관계에서 새로운 긴장과 도전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결론지었다.
권세훈 교수는 이 강연을 통해 독일과 한국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평화와 화해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주독 한국문화원 소개 및 김구 선생과 교환 했던 윤봉길 의사 기념 시계 전달식
▲ 주독한국문화원의 양상근 원장이 광복회 독립영웅 아카데미 탐방단에게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국 문화원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 광복회
이날 강연은 주독 한국 문화원에서 진행되었으며, 현 양상근 주독한국문화원장의 소개 시간도 마련됐다. 양 원장은 청중들에게 문화원의 활동과 역할을 간략하게 설명하며 환영의 인사를 전했다.
양 원장은 먼저 문화원의 위치와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주독 한국 문화원은 1994년 당시 서독의 수도인 본에서 처음 설치되었고, 2000년 독일의 통일과 함께 수도가 베를린으로 옮겨지면서 문화원도 현재의 위치로 이전하게 되었다. 2009년부터 지금의 자리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서 문화원의 기능과 최근 외교의 변화를 언급했다. 과거의 외교는 국가 간의 관계에 집중했지만, 현대의 외교는 국민들 간의 자연스러운 감정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공공외교의 영역으로, 그 핵심은 소프트 파워인 문화라는 설명이다.
양 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한류 팬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한국문화를 전파하기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많은 나라에서 한국과 한국문화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문화의 힘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고 언급한 그는, 15년 전 베를린에 유학 생활을 할 때는 한국 식당이 한 곳 정도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100개 이상의 한국 식당이 성업 중이라고 비교했다. 이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확산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 원장은 문화원이 다양한 공연, 전시, 강좌를 통해 독일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소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젊은 트렌드를 반영한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콘텐츠는 베를린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많다고 밝혔다.
▲ 주독 한국 문화원 양상근 원장에게 백범 김구선생 증손녀 순천향대 김영 교수가 윤봉길 의사와 김구 선생이 교환했던 시계를 본 떠 만든 시계를 증정하고 있다. ⓒ 광복회
한편, 광복회에서는 강연 장소를 제공한 양상근 독일 한국문화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기념품을 증정했다. 김구 선생의 증손녀인 김영 순천향대 의료IT공학과 교수가 이를 전달했다.
이번 기념품은 윤봉길 의사가 1932년 4월 29일 중국 상해 홍구공원에서 의거를 준비하던 당일 아침, 김구 선생의 시계와 교환했던 자신의 시계를 본떠 제작한 것이다. 윤봉길 의사는 당시 김구 선생에게 자신의 시계를 풀어 바꾸자고 제안하며, 김구 선생의 시계를 받아들였다는 일화가 있다.
김구 선생은 이에 대해 자신의 저서 '백범일지'에 '천하영웅 떠나가다'고 기록하며, 후일 저승에서 다시 만나기를 기원했다.
이러한 역사적인 의미가 담긴 기념품 전달은 양상근 원장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더욱 빛내주었다.
독일과 일본의 역사적 접근의 차이: 책임 VS 부정
▲ 권세훈 본대학 한국학과 교수가 광복회 독립운동 후손들, 재독 교포, 현지인들과 강연 후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 광복회
강연이 끝난 후, 독립운동 후손들과 재독 교포, 현지인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한 광복회 관계자가 전쟁과 기억 문화와 관련하여 독일과 일본의 차이에 대해 묻자, 권세훈 교수는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째는 정부의 입장이다. 권 교수는 "독일은 과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반성하며 사과하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과거를 근대화의 일환으로 미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둘째는 시민사회의 영향이다. 권 교수는 "독일에서는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사고를 보장하는 교육 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단체로 국가를 부르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갈색은 나치를 상징하는 색으로 금기시됩니다. 이는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사회적으로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후 하나의 정당, 자민당이 70년 동안 지배해온 사회 구조로 인해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논의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권 교수는 독일과 일본이 전쟁과 기억 문화에 대한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각국의 사회와 역사 인식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보수적인 역사학계에 대한 비판과 희망의 메시지
▲ 현재 험볼트 대학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하는 장은영씨가 주독 한국 문화원에서 개최된 '독일과 한국에서의 전쟁과 기억 문화' 강연 후 질문을 하고 있다. ⓒ 광복회
현재 험볼트 대학(Humboldt-Universität zu Berlin)에서 정치사회학을 전공하는 장은영씨는 강연 후 토론 시간에 독립운동 후손들과 젊은 학자들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장씨는 자신의 전공과 연구를 통해 많은 독립운동 후손들과 젊은 학자들을 만나게 되었다며, 특히 90년대생 학자들이 한국의 역사 학회나 협회가 변화를 싫어한다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 젊은 학자들은 독립운동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과거 일본 식민지 시절의 일본 문서나 밀정 문서에서 증거를 찾습니다. 그러나 역사 학자들이나 협회, 학계의 지지가 필요할 때,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명예나 지위가 흔들릴까 봐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변화를 거부한다고 합니다. 한국의 역사 학계가 정말로 이런지 궁금합니다"라며 질문을 마무리했다.
▲ 광복회 독립 영웅 아카데미 수강생 박명현씨가 주독 한국문화원 ‘독일과 한국에서의 전쟁과 기억 문화’ 강연 후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 광복회
이에 대해 광복회 독립 영웅 아카데미 수강생 중 한 명인 박명현씨는 이렇게 답했다. "저는 질문 주신 상황에 대해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며 자신이 경험한 희망적인 사례를 공유했다. 박명현 씨는 "저희 증조 할아버지께서는 3년 전에 나라에서 서훈을 받으셨는데, 그 과정에서 증명하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돌아가신 지 100년이 넘었기 때문에 자료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서 보관하던 자료가 우연히 발견되면서, 한국 역사학자들의 도움으로 증거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사례 덕분에 희망을 느낍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많은 향토사학자들이 개인적으로 노력하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라며, 역사학자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했음을 강조했다.
독일의 과거사 반성과 국제 사회에서의 신뢰 회복
▲ 광복회 독립 영웅 아카데미 수강생 유지형씨가 주독 한국문화원 ‘독일과 한국에서의 전쟁과 기억 문화’ 강연 후 질문을 하고 있다. ⓒ 광복회
이어서 독립 영웅 아카데미 수강생 유지형씨의 질문이 이어졌다. "독일은 과거 가해자로서 과오를 인정하고 지속적으로 사과하며, 이를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태도를 통해 독일이 얻고자 하는 가치나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이어서 그는 "피해자 입장인 한국은 일본이 과오를 반성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러한 사과와 인정이 피해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 궁금합니다. 독일이 과거를 기억하고 교육하는 이유와 그로부터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요?"라고 질문을 마무리했다.
유지형 씨의 질문은 역사적 반성과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이를 탐구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이에 대해 권세훈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독일이 과거사 반성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국제공동체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은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되고 왕따를 당했었습니다. 그러나 과거사 반성과 사과를 통해 다시 유럽 국가들과 국제 공동체의 일원으로 복귀하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권 교수는 또한, "독일 정부 입장에서는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다분히 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독일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권세훈 교수의 답변은 독일이 과거사 반성과 사과를 통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회복하고,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설명했다.
▲ 주독 한국문화원 ‘독일과 한국에서의 전쟁과 기억 문화’ 강연 후 베른린에 거주하고 있는 한 교포가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 광복회
자신을 베를린에 거주하는 주민이라고 밝힌 한인 여성은 독일의 기억문화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독일 학생들과 독일과 일본의 과거사를 비교하는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 세미나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언이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학생들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으며, 그것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10대 초반의 학생들이 과거를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문제가 더 커진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는 이어서, "제 남편은 독일 사람인데, 학교에서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축구 경기가 있을 때조차도 독일 국기를 흔드는 것에 부담을 느낄 정도입니다. 독일의 교육 시스템이 국민들에게 과거를 올바르게 인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한인 여성의 발언은 독일의 기억문화가 다음 세대에까지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철저한 과거사 교육이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한국 역시 과거사 교육의 중요성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 주독 한국문화원 ‘독일과 한국에서의 전쟁과 기억 문화’ 강연 후 독일 현지인이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 광복회
마지막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한 독일 현지인 교사가 일본의 과거사 반성 필요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는 "저는 현재 피난민을 돕는 협회에서 일하면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과거사를 반성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지금처럼 계속해서 과거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문제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일본은 사과를 제대로 하여 이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독일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경험이 있는 나라로서, 다시는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역사와 잘못을 반성하고 기록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과 정책을 통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사는 일본도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함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발언은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를 통해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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