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 불만 폭증하는데... 제주도의 말뿐인 '관광 대혁신'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 개소했지만 오히려 더 불편... 예산도 매뉴얼도 없다
▲ 7월 15일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 개소식 모습 ⓒ 제주도청 제공
비계삼겹살 논란, 평상 갑질, 용두암 바가지 해산물 등 제주 여행에 대한 불만이 급증하면서 제주도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그러자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관광 대혁신'을 외치며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만족시키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난 15일에는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를 개소했습니다. 그동안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기한 관광불편 민원을 단일 창구를 통해 접수하고 해결하겠다는 의도입니다.
과연 오 지사가 주장하는 관광대혁신은 제대로 잘 진행이 되고 있는지 점검해 봤습니다.
관광불편신고센터 이용이 더 불편한 이상한 제주도
▲ 제주관광협회가 운영하는 관광불편신고 게시판 ⓒ 제주관광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7월 15일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가 개소하면서 관광불편 신고가 제주관광협회 홈페이지로 일원화됐습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여 만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글쓰기는 가능하지만 작성한 글은 볼 수가 없게 됐습니다. 불과 100여 건의 관광불편 신고 글이 올라왔는데 이마저도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일각에선 일부러 불편 신고 글을 읽지 못하게 막아 놓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옵니다.
더 이상한 점은 오프라인 신고센터입니다. 취재 결과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를 찾아 민원을 접수한다고 해도 대면 접수는 불가능했습니다. 센터에 가면 글을 작성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고 여기에 글을 작성해 신고하는 방식입니다. 이럴 바에는 굳이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를 찾아갈 이유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답변도 문제입니다. 불편을 신고한 글마다 '관련 기관에 전달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을 마치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한 듯 똑같습니다. 제주 여행을 하면서 느낀 불편한 점이 어떻게 해결되는지 알고 싶은 관광객 입장에선 무성의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를 운영하는 제주관광협회는 "불편 신고 기능을 개선하고 보완하는 점검 때문에 글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7월 26일 이후에는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예산도 없고, 운영 매뉴얼도 없는 관광불편신고센터
▲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에 마련된 접수데스크, 대면 상담이나 접수가 아니라 컴퓨터에 글을 써서 신고하는 방식이다. ⓒ 제주MBC 유튜브 갈무리
제주관광 대혁신을 외치며 야심차게 개소한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 운영이 부실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주도 관계자에 따르면 바가지요금 등 제주 관광 논란이 불거지자 5월에 논의가 시작됐고 6월에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7월에 제주관광 불편신고센터를 개소했다고 합니다. 관계자는 "두 달여 만에 부랴부랴 센터를 만들다 보니 예산도 없고 매뉴얼도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취재 결과 제주도가 관광불편신고센터를 제주관광협회에 맡겼지만 사후 관리는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광불편신고 센터 운영 실태나 오프라인 또는 대면 상담 여부도 파악하지 못했고, 지원 예산이 언제쯤 나올지도 아직 결정된 게 없었습니다.
제주 관광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가운데 준비는 소홀하면서 홍보에만 치중한 게 아니냐고 묻자 관계자는 오히려 "언론의 악의적인 보도가 이어지면서 낭패를 보고 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제주관광 환골탈태?... 10년 전과 똑같은 제주도
▲ 6월 24일 열린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원회 1차 회의 ⓒ 제주도청 제공
지난 6월 24일 제주도는 '환골탈태'하겠다며 제주관광혁신 비상대책위를 출범했습니다. 제주관광 이미지를 리브랜딩 하겠다며 전담팀(TF)도 만들었습니다.
오영훈 도지사는 지난 23일 SBS <나이트라인 초대석>에 출연해 현장을 다니고 관광혁신비대위를 구성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20~30대와 중국인·아시안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결제수단을 확보해 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오영훈 도지사가 제주관광 불만의 본질적인 문제는 외면한 채 보여주기식 홍보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디지털 결제수단이나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디지털 관광 도민증 도입이 바가지요금과 불친절로 추락하고 있는 제주 관광에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25일 방송된 제주MBC 시사프로그램 <이슈잇다>에선 제주 관광의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해 사전에 제주도청과 관광협회에 패널로 출연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도청 공무원들과 제주관광협회 모두 출연을 완곡하게 고사했습니다. 이날 녹화는 빈 의자를 두고 진행했습니다.
제주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기자는 10년 전에도 바가지요금과 불친절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관광 관련 토론회와 세미나 등에도 자주 참석했습니다. 그때 만난 한 패널은 기자에게 "10년 전에 나온 대책이 복사한 듯 지금 똑같이 나온다. 제주는 변한 게 없다. 아니 변하지 않는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제주에는 관광객이 올 것입니다. 그들은 만족하고 돌아갈까요? 오영훈 도지사에게 묻고 싶습니다. 제주관광 대혁신, 그거 가능은 한 겁니까?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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