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흉가 아닌 빈 건물인데" '늘봄가든' 개봉 앞두고 제천 '시끌'

주민들 "흉가 프레임 씌워서 이용하려 해" 비판... 건물주 "상영금지가처분 나설 수도"

등록|2024.07.26 11:48 수정|2024.07.26 12:05

▲ 늘봄가든이 있던 자리. 현재 산골이야기 간판이 걸려있으나 영업은 하지 않는다 ⓒ 이보환


충청북도 제천시 봉양읍 용두대로 796 (봉양리 37-1) 옛 늘봄가든. 지역에서는 잊히던 이곳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구태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조윤희, 김주령 등 배우와 만든 <늘봄가든>이 8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제작:(주)바이어스이엔티, 배급:(주)바이오엠스튜디오, (주)에이앤씨미디어그룹).

언론에서는 '대한민국 3대 흉가를 소재로 만든 영화', '올 여름 사로잡을 극강의 공포영화' 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영화가 활용한 건물은 중앙고속도로 봉양육교 진입 초반이며 제천 나들목에서 2키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했다. 충북 제천에서 강원도 원주 방향으로 국도를 타고 가다보면 만난다.

기자는 주민 윤아무개씨와 7월 중순 현장을 찾았다. 봉양읍 봉양리와 인접한 명도리에 살고 있는 윤씨는 8월 중 '늘봄가든'이라는 공포영화가 상영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흉가라는 프레임을 씌워서 늘봄가든이 있던 자리, 더 나아가 충북 제천을 좋지 않은 곳으로 널리 알리는 것이잖아요."
 

인근에 뚫린 고속도로늘봄가든 인근에 위쪽으로 중앙고속도로가 건설됐고 제천~원주 국도도 선형개량작업이 진행됐다 ⓒ 이보환


윤씨는 "식당 쪽으로 고속도로가 뚫리고 국도가 정비되면서 급커브가 생겼다"면서 "인근에서 교통사고가 몇 차례 난 적은 있지만 일반적인 사고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이곳은 제천의 발전축인 3산업단지와 조성중인 4산업단지와 붙어있어 발전가능성이 높다"며 "더 이상 흉가가 아니라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길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늘봄가든>에 등장하는 건물은 '산골이야기' 간판을 달고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튼튼한 건물이고 유리창 등을 봤을 때는 깨끗했다.

이 건물의 주인인 이아무개씨와는 지난 23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건물이 있는 산이 처가댁 선산이라서 제가 15년 전 모두 매입했습니다. 업종에 따라서 많은 분들이 식당, 카페 등으로 영업하다 지금은 문을 닫은 상태에요. 남의 건물을 아무 상의없이 이렇게 공포영화의 공간으로 삼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씨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예고편을 봤는데 줄거리만 보고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요. 일단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 쪽에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입니다. 만약에 재산상 불이익 등 피해를 입는다면 상영금지가처분신청 등 조치를 할 겁니다. 현재 변호사와 관련된 일을 상의하고 있습니다."

이 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김아무개 은퇴 목사는 지난 23일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하나님 부르심을 받고 1991년 제천으로 내려왔다. 당시 허허벌판인 늘봄가든 뒤편에 개척교회를 짓고 생활했다"라며 "몇 년 지난 뒤 건물이 들어섰고 늘봄갈비라는 이름으로 장사가 꽤 잘 됐다. 시험이나 생일 등 특별한 날이면 아이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방문하던 곳이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몇 년 뒤 어쩐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가게가 문을 닫았다. 1990년대 구제금융당시였는데, 가게가 문을 닫자 식당내부에 있던 집기부터 고철까지 모두 사람들이 가져갔다"라며 "그래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고, 폐건물로 방치된 거다"라고 말했다. 김 은퇴 목사는 "언젠가 겨울에 건물에 갔더니 노숙인이 이불만 덮고 누워 있어 교회로 모신 뒤 몇 해 겨울을 났는데, 그 이후 귀신을 봤다는 등 이상한 이야기들이 전해졌다. 하지만 지금도 단언코 말하건대 흉가가 아니라 비어있는 건물에 대한 사람들의 헛소문에 불과하다"라고 강조했다.
 

▲ 영화 <늘봄가든> 포스터 ⓒ ㈜바이포엠스튜디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