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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처럼 "반환 지시" 주장했지만... 박영수 '유죄'

[가짜 수산업자 사건 선고] 재판부 "믿기 어렵다"...엄성섭 전 TV조선 앵커 등 언론인도 유죄

등록|2024.07.26 17:22 수정|2024.07.27 13:36

▲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의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023년 8월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이른바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금품 등을 받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를 비롯한 여러 전현직 언론인에게 청탁금지법 위반 유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가 26일 선고공판에서 피고인들에 선고한 형량과 유죄로 인정된 혐의는 다음과 같다.

- 박영수 전 특별검사(징역 4개월·집행유예 1년, 추징 336만 원)
① 2020년 12월 17일 ~ 24일 포르쉐 파나메라 차량 무상 이용(250만 원 상당)
② 2020년 3회에 걸쳐 86만 원 상당 수산물 수수

- 엄성섭 전 TV조선 앵커(벌금 1200만 원, 추징 831만9490원)
① 2020년 2회에 걸쳐 52만 원 상당 수산물 수수
② 2019년 11월 30일 ~ 2020년 1월 31일 벤츠 C220 차량 무상 이용(360만 원 상당)
③ 2020년 2월 2일 ~ 8월 31일 아우디 A4 차량 무상 이용(213만6240원 상당)
④ 2020년 9월 1일 ~ 2021년 3월 10일 K7 차량 무상 이용(206만3250원 상당)

- 이동훈 전 조선일보 기자(벌금 500만 원, 골프채 몰수, 추징 52만 원)
① 2020년 305만 원 상당 캘러웨이 골프클럽 세트 수수
② 2020년 2회에 걸쳐 52만 원 상당의 수산물 수수

- 이가영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벌금 250만 원, 추징 150만 원)
① 2020년 9월 3일 ~ 13일 BMW 차량 무상 이용(150만 원 상당)

한편, 이방현 대구지검 부장검사는 무죄였다. 피고인들에게 금품 등을 제공한 김태우씨는 징역 6개월 선고받았다. 김씨는 2018년~2021년 선동오징어(배에서 급랭한 오징어) 사업 투자 명목으로 116억 원 규모의 사기행각을 벌이다 잡힌 바 있다. 이미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재판부 "박영수의 반환 지시했다는 진술, 믿기 어렵다"

박영수 전 특별검사는 재판 과정에서 자신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운전기사에게 차량 반환을 지시했지만 따르지 않았다는 박 전 특별검사의 주장도 배척했다. 그의 주장은 디올백 수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의 주장과 동일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김 여사 역시 유아무개 행정관에게 반환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동현 재판장은 "피고인 박영수는 차량을 제공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반환을 지시하고 그 대가도 차량을 소개한 이아무개 변호사에게 지급해 청탁금지법 위반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한다"면서 "반환 지시를 운전기사가 무시하며 이를 따르지 않았고 김태우에게 지급하라고 건네준 250만 원을 이 변호사가 임의로 사용해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아니하는바, 이와 관련한 진술들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박 전 검사의 주장은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 됐다. 재판부는 그가 포르쉐 무상 제공 사실을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는 점을 꼬집으면서, 이를 양형에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기 때문이다.

 엄성섭 전 앵커의 여성접대원과 술자리, '1회 100만 원' 기준에 미달해 '무죄'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 박영수 전 검사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의 경우, 일부 혐의에서 무죄 판단이 나왔다. 받은 금품 등이 청탁금지법 위반 기준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직무 관련 여부 등과 관계없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 원 또는 매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

엄성섭 전 앵커는 2019년 12월 김태우씨, 그의 직원 3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여기에는 여성접대원 4명도 참석했는데, 총 비용 430만 원은 김씨가 냈다. 접대원들은 100만 원씩을 받았다. 엄 전 앵커, 김씨와 함께 늦게까지 자리에 남았던 접대원 2명에게는 30만 원이 추가로 지급됐다.

재판부가 계산한 엄 전 앵커의 향응 접대 비용은 95만 원이었다. 400만 원 비용 가운데 엄 전 앵커 몫은 80만 원이고(400만 원÷5명), 나머지 30만 원의 경우 15만 원(30만 원÷2명)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결국 청탁금지법 위반 기준을 초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

이방현 부장검사는 김씨로부터 2020년 8회 걸쳐 220만4000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았다. 또한 같은 해 포르쉐 마칸과 카니발을 무상 이용했다. 하지만 그 합계는 255만9000원으로, 역시 청탁금지법 위반 기준에 미치지 못해 무죄가 나왔다.

김동현 재판장은 피고인들을 질타했다. 박 전 특별검사를 두고 "특별검사로서 어느 공직자보다 공정성과 청렴성 등에서 모범을 보여야 함에도 금품 등을 수수했다"라고 지적했다. 전현직 언론인들을 향해서는 "누구보다 먼저 사회 부조리에 대해 고발하고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해야 함에도 언론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을 망각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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