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의회 예비비 불승인, 대통령실은 보고 각성하길
[이희동의 5분] 예비비 잘못 사용 빈번... 구청 관행에 대한 경고
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기자말]
▲ 강동구의회의 예비비 불승인 논란 ⓒ 딜라이브
지난 6월에 끝난 강동구의회 제309회 정례회에서 또 하나의 쟁점이 되었던 사항은 예비비 승인에 관한 건이었습니다.
예비비란 집행부가 예측할 수 없는 불가피한 지출에 대해 적절하게 대처하기 위해 사용하는 긴급재정으로서 사용 후 구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보통 코로나 19등과 같은 재난, 재해에 쓰이는데요, 이번 예산결산위원회(이하 예결위)는 강동구의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예비비를 불승인했고, 이에 대해 강동구청은 강한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예비비와 관련된 잘못된 관행
▲ 강동구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불승인 결정 ⓒ 딜라이브
각 지자체는 지방재정법 제43조에 따라 일반회계 예산총액의 1% 범위 내에서 예비비를 편성할 수 있습니다. 강동구도 이에 따라 매년 전체 예산 대비 약 1% 내로 예비비를 편성하는데요, 문제는 강동구의 예비비 집행률이 서울시 다른 자치구보다 매우 높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2023년 기준 강동구의 예비비 집행률은 41%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노원구 57%에 이어 수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자치구 평균 예비비 집행률이 약 15%임을 감안한다면, 강동구가 예비비를 알뜰히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강동구청은 예비비 사용의 절차가 적법했음을 강조합니다. 예비비 지출 승인에 관한 조례의 규정에 따라 분기별 사용내역을 구의회에 보고해 왔고, 보고 시에도 의회에서 특별한 의견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절반의 진실에 불과합니다. 구조적으로 예비비는 미리 사용해 놓고 보고하는 형태라 그 잘잘못을 가리는 것이 실질적으로 소용없을 뿐만 아니라, 집행부의 보고 시에는 관행적으로 의원의 질의 답변 기회가 없기 때문에 구청이 예비비를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쓰더라도 견제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강동구청의 유감표명 ⓒ 딜라이브
예를 들어볼까요? 강동구청은 예비비로 구민회관의 냉난방 시스템을 교체했고, 직원 체력단련실 노후 시설을 개선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의원으로서 이 예산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만, 그것이 예비비로 구의회의 심사 없이 급하게 지출되었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충분히 미리 계획을 세우고 본예산에 편성할 수 있는 예산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수희 강동구청장은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강동구청 탁구단을 해체하여 법정소송을 하게 되었는데요, 이는 누가 봐도 강동구청의 패소가 빤해 보이는 무리한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강동구청은 그와 관련하여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고, 실제로 패소하자 예비비로 배상금 일부를 집행했습니다. 무리한 행정의 대가를 예비비로 해결한 것이지요.
반대로 지역 내 도서관의 옥상 방수공사는 어떤가요? 비가 많이 와서 급하게 수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강동구청은 이를 추경으로 편성하여 실질적으로 공사할 수 있는 적기를 놓쳤습니다. 당연히 주민들의 불편은 가중되었지요. 긴급하게 적재적소에 써야 할 예비비를 잘못 사용하다보니 벌어지는 촌극입니다.
결국 이번 강동구의회의 예비비 불승인은 이러한 집행부의 관행에 대한 경고입니다. 예비비의 특성상 구의회의 심의권이 무력화될 수 있는데, 이를 바로잡고 공무원들이 예비비를 쓸 때 좀더 깊게 고민하게끔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예비비를 쌈짓돈 마냥 써버리면 정작 코로나 19처럼 긴급할 때 쓸 수 있는 예산이 없기 때문입니다.
▲ 예산결산위원장 이동매 의원의 인터뷰 ⓒ 딜라이브
중앙정부의 잘못된 예비비 집행
그럼 이런 예비비 집행이 강동구청만의 잘못된 관행일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현재 중앙정부의 잘못된 예비비 사용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습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그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하면서 대부분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강행하였습니다. 멀쩡한 청와대를 놔두고 용산의 국방부와 합참, 육본을 쫓아내고 굳이 대통령실을 옮기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누구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대통령실 이전. 그러니 당연히 세간에 흉흉한 소문이 돌 수밖에요.
문제는 예산이었습니다. 아무도 납득할 수 없는 이사를 하려고 하니 이전에 필요한 예산을 말하기가 저어되었을 것입니다. 결국 정부는 국민 여론이 좋지 않고 다수석의 야당이 반대하자 대통령실 용산 이전 비용이 496억 800만원 밖에 들지 않는다고 발표했는데요, 그것은 축소된 숫자였습니다.
이후 정부는 이전에 필요한 그 밖의 모든 예산을 예비비로 충당하였습니다. 국회의 심의를 받지 않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예비비로 경호부대 이전에 필요한 약 60억을 사용하고, 추가비용 86억 6,600만 원을 편성했습니다. 예비비가 허투루 쓰일 수 있는 전형을 보여준 것입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예비비 사전점검 절차를 검토 중인데요, 이는 사필귀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실 이전 기념 어린이·주민 초대 행사(부제: 안녕하세요! 새로 이사 온 대통령입니다)에서 환영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앞서 언급했듯이 예비비는 모두가 예측할 수 없고, 꼭 필요한 곳에 사용되는 예산입니다. 강동구청이나 중앙정부를 비롯한 모든 집행부가 이를 명심하고 예산을 편성하길 바랍니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당신들의 쌈짓돈은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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