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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싸우고 있는 분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길

등록|2024.07.27 14:37 수정|2024.07.27 14:37
그리스 신화에서 신(神), 영웅, 인간은 같은 모습이다. 신과 신 사이에서는 신으로, 신과 인간 사이에서 영웅이 태어난다. 신과 영웅은 닮은 듯 다르다. 신은 영혼 불멸이고 영웅은 반드시 죽을 운명이다. 신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영웅 아킬레스는 죽을 운명이다. 테티스는 아들 아킬레스를 최대한 오래 살릴 방법을 모색해 보지만, 죽음을 면치 못한다.

특이 경우도 있다. 죽을 운명으로 태어난 영웅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을 연마하여 중증 환자를 살린다. 심지어 죽은 사람까지도 살려내는 탁월한 의술로 칭송을 받는다.

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신(神)이 있었다. 지하를 관장하는 하데스다. 아스클레피오스가 환자를 살려내는 정도는 이해하지만, 죽은 사람까지 살려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다는 이유다.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하데스의 영업 방해일 뿐이다. 아스클레피오스는 죽을 운명답게 죽게 되지만, 아폴론의 간절한 요청을 받은 제우스는 손자 아스클레피오스를 부활 시킨다. 영웅으로 태어났지만, 제우스가 부활시켜줌으로써 재탄생한다.

인간이야 귀천에 상관없이 태어나는 순간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시간과 순서의 차이일 뿐이다. 얼마 전 같은 직장을 다니다가 10여 년 전 퇴직 한 분에게 안부 문자를 드렸다. "시간과 싸우고 있어요"라는 뜻밖의 답신 문자가 왔다. 그 문자를 본 순간 어디 몸이 안 좋으신가 생각도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시간은 바쁘단 핑계에 실어 화살같이 날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사모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부고 전화였다. 전화를 받은 순간 깜짝 놀랐다. 함께 재직 중 많은 것을 배웠으며, 남에게 싫은 소리 할 줄 모르고 법 없이 살 수 있는 그런 분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아시다시피 우리 인간은 신과 달리 누구나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다. 때가 되면 한 사람 한 사람 피안(彼岸)의 세계에 들거나 천국의 세상으로 떠나야만 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떠날 땐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있고 아픔이 밀려 온다. 함께한 시간을 이별하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좀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진나라 시황제도 영혼 불멸을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헤맸지만 성공하지 못한 바 있다. 언젠가는 예외 없이 누구나 죽음의 시간과 싸움을 해야만 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운명이다. 그것만은 거슬릴 수 없는 만고의 진리인 셈이다.

다만, 시간과 싸움을 하고 있을 때 손을 꼭 잡아주면서 외로움을 함께해 주고 힘내시라 말해주는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 가족이나 지인이면 좋겠고 평소 자신이 믿었던 신의 가호(加護)라면 더욱 좋겠다. 아스클레피오스가 아버지이자 신 아폴론의 가호를 받았듯이 말이다.

최근 역동과 혼돈의 시대에 <아침이슬> 노래를 통해 뭇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던 음악인 김민기씨가 운명을 맞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 기회에 그분을 포함하여 시간과 싸우고 있는 모든 분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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