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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증원, 학생들이 묻고 학생들이 답하다

등록|2024.07.27 17:40 수정|2024.07.27 19:29
"독일 의사들은 왜 의사 증원에 찬성하죠?"

올 초 갑작스레 불거진 의사 증원 문제는 학생들의 초미의 관심사다. 자신들이 이해관계의 직접적인 당사자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이슈로 학생들은 '왜?'라고 묻고, 그 물음에 스스로 답을 찾았다.

실제 독일 정부는 2023년, 1만 1,752명인 의대 정원을 5000명 이상 증원하기로 확정하고 독일 의사협회는 이를 수용했다. 독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4.5명(2020년 기준, 한국 2.5명)인 것과 독일 의대에 수업료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학생들이 뉴스를 통해 접한 이런 호기심과 궁금증을 수업으로 연결시키고자 16+1 자율교육과정(학생의 요구와 필요를 반영하여 학교 단위로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하는 교육과정, 보통 한 학기 마직막 주)을 활용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이 기간을 이용해 궁금한 주제를 놓고 집중적으로 탐구할 수 있다.

교사는 이 일을 위해 사전작업, 즉 수업 설계에 들어간다. 학생들이 궁금증을 풀도록 얼개를 짜기 위함이다. 수업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주제를 소주제로 쪼개는 일이다. 주제에 맞는 적합한 소재를 선별해야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후 쪼개진 주제별로 사전에 모둠 신청을 받고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학생들이 던진 질문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 궁금해하면서 말이다.

수업시간에 다룬 소주제는 다음과 같다.
 

▲ 소주제 탐구결과 및 해결방안 ⓒ 백경자


두 국가의 의료서비스 현황 및 의료보험 역사, 진료비 지급방식, 공공의료기관의 현황, 공보험과 사보험의 발달상황, 농촌과 도시 간 의료서비스 수준 등이다.

시험이 끝나고, 학생들은 본격적으로 본인이 선택한 주제에 대해 몰입하였다. 사전에 주문한 책과 웹을 활용하여 두 나라의 의료시스템 차이를 비교 분석하며 궁금증에 대한 퍼즐을 맞춰 나갔다.

여기서 독일의 경우 공공의료기관이 전체 의료기관의 63.2%(공립+공익병원, 독일병원협회 2018, 한국의 경우 5% 미만)를 차지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즉, 독일 의사의 경우 정년이 보장된 준공무원 신분으로, 인력이 늘면 그만큼 그들의 노동시간과 노동 강도 역시 줄 수 있기에 의료인력 증원에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음을 탐구를 통해 읽어냈다. 물론 건강보험 역사 140여 년을 자랑하는 독일에 견주어 우리 나라 시스템을 비교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같은 정책안을 놓고 보인 상반된 반응이 어떤 연유에 기인한 것인지 아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현실에 대한 이해와 숙고가 미래의 발전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차이점을 이해한 후 의료 증원과 맞물린 우리 나라 의료계의 문제점을 공공의료기관의 부족, 도·농간의 의료서비스 격차, 그리고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부족, 의료비 지출 증가 등으로 구분하고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았다.

특히, 학생들은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에 초점을 맞춰 원인과 방안을 모색했다. 여기서 의료분과별 연봉 차이(최대 4배 차이)와 의료사고 발생 시 소송위험부담 등을 그 원인으로 진단하고 캐나다의 사례를 인용하여 기피과의 의료수가의 차별화(상향조정)를 해결 방안으로 제시하였다. 이 방안으로 현재 필수 의료과의 연봉 차이를 어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농촌지역의 의료인력 부족을 위해 독일의 지역의사할당제(학업을 마친 뒤 10년 동안 취약 지역에서 근무하는 제도, 2017년부터 시행) 도입의 필요성을 어필하였다. 거기에 의대 대입전형에 지역의사전형을 한 꼭지로 도입하자는 의견은 상당히 진보적이었다. 또한 과잉 진료와 비급여 의료비 지출 증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들의 건강정보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듣는 교사 입장에서도 고개가 끄덕일 정도로 합리적이었다.

제도는 역사적 산물이다. 즉, 당시 상황과 사람들의 의식 수준을 반영한다. 제도 옆에 완벽이란 단어를 들이댈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변수가 생기면 바꾸는 것도 맞다. 물론 고치는 과정에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맞물려 진통이 따른다. 하지만 진통은 지나간다. 아니 진통이 심하더라도 문제를 덮는 것보다 차라리 겪는 게 낫다. 문제에 대해 논의가 이뤄지고 합의를 일구어낸다면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은 제도가 좀 더 사회를 만든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제도는 구성원을 지켜내는 안전망이기 때문이다.

의사증원 문제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여태껏 한번도 겪지 못한 심한 진통과 고민을 낳고 있다. 당사자인 의사들의 저항은 수개월째 계속되고 환자들의 고통과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버틸 때는 그만한 이유와 계산이 있겠지만, 그러한 복잡한 셈까지 학생들의 눈으로 다 읽어낼 순 없다. 그럼에도 제한된 시간에 알게 된 의료 시스템의 이해를 토대로 학생들이 찾아 내놓은 방안은 그 어느 때보다 설득력이 있었다. 아마도 건강권을 가진 주체로 스스로를 인식한 결과이자, 그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안전하고 고통받지 않은 세상을 꿈꾸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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