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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주셔서 감사"

분홍립스틱 바른 인생사진, 충남 당진 16명 어르신들의 '눈부신 하루'

등록|2024.07.28 17:53 수정|2024.07.28 17:56

당진 초락도리 어르신 부부의 인생사진. ⓒ 이지환


"젊은 나이에 심장병으로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서 4남매를 키웠어. 못 배운 게 너무 한이 돼서 바닷가 나가 갯지렁이도 잡고 바지락도 캐면서 힘들게 자식들 모두 대학에 보냈지. 그냥 이렇게 사는 줄만 알았는데, (내가) 어디서 이런 호강을 누려봐. 너무나 고마워."

봉사자들의 손을 꼭 잡으시면서 연신 귀엽게 하트를 보내시는 어르신의 한마디였다.

"나 죽으면, 자식들이 남겨진 것들 다 치워야 하니까... 그런 게 싫어서 나는 여태 사진 같은 거 안 찍었어."

막내아들과 손자 셋이서 사신다는 83세 어르신은 끝내 한복을 입지 않은 채로 촬영을 했다.
  

당진시 초락도리 어르신들의 인생사진. ⓒ 이지환

 
한국동서발전㈜ 당진발전본부(본부장 김훈희)는 지난 23일, (사)내생애봄날 눈이부시게(대표 김은혜, 이하 내봄눈)와 함께 충남 당진시 석문면 초락도리 어르신 16인의 생애 가장 눈부신 하루를 사진으로 촬영해주는 '우리 마을 어르신 화보 촬영' 행사를 진행했다.

당진발전본부 에너지캠퍼스에서 펼쳐진 이번 행사에는 머리 손질과 화장을 한 어르신들이 고운 한복으로 변신한 서로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연신 행복한 미소를 보였다.
     
입술엔 핑크빛 립스틱
 

당진시 초락도리 어르신들의 내생애 가장 눈부신 하루. ⓒ 이지환



봉사자 한 분은 "여름 하늘처럼 파란 하늘빛 한복이 너무도 잘 어울리셨던 어머님이 계셨다. 처음엔 쑥스러우셔서 안 입으신다고 하시더라"라면서 "하지만 머리에 뽕 가득 넣어주고 핑크빛 립스틱을 바르신 후에는 연신 거울을 바라보시면서 함박웃음을 지으셨다"라고 말했다.

촬영이 임박했지만, 머리를 매만지지 못한 채 여전히 모자를 쓰신 어르신이 눈에 들어왔다. 의아해하며 다가가 그 연유를 물었다.

"10년 전 서울 명동에서 컷트를 제일 먼저 하고 다닐 정도로 미에는 일가견이 있었다. 지금도 초락도리에서 40분간 버스를 타고 당진 시내로 머리를 하러 다닌다.

하지만 커트 외에 파마나 염색은 하지 못한다. 머리에 진물이 나기 때문이다. 그때 이후로는 다른 사람이 머리 만지는 것도 너무 싫었다. 그러니 자연히 사진도 안 찍었다."

 

당진시 초락도리 어르신들의 인생사진. ⓒ 이지환


'내봄눈' 김은혜 대표는 "어르신들이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며 참 많이 웃으시고 좋아해 주셨다"며 "잊지 못할 특별한 추억을 선물해주신 관계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했다.

당진발전본부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즐겁게 촬영하시는 모습을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앞으로도 지역 내 어르신들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은 지속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진 석문면 초락도리 어르신 16인의 눈부신 하루 촬영 인생 사진은 액자로 만들어 전달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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