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보'를 아십니까
고교성취평가제의 뜨거운 감자, 최소성취수준... 현장 교사가 느끼는 바는 이렇다
최성보. 최소성취수준 보장지도의 줄임말인데, 대부분에게 무척 낯선 단어일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낙제 방지 지도라고 할 수 있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최소성취수준인 40%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따로 지도해서 그 과목을 이수하게 하는 게 목적이다.
또 여기서 학업성취율 40%라고 하면 느낌이 잘 안 올 수 있다. 이건 정하기 나름이라서 어떤 학교는 40점이 40%에 해당하지만 어떤 학교는 학생 수준과 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따로 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이수를 막기 위해 최대한 낮은 점수로 정하고 최대한 기본 점수를 많이 주자는 의견이 대다수다. 취지에는 안 맞겠지만 미이수 학생이 몇십 명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다.
'최성보'의 함정
원래 최소성취수준의 취지는, 책임 교육에 있다. 현재도 선택과목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2022개정 교육과정은 최대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보장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과목을 선택한 학생 본인의 책임과 그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의 책임이 강조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말인데 원래 기본 점수를 못 받으면 낙제가 맞지만, 그런 미이수를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것을 추가로 가르치라는 게 최성보의 뜻이다(과목 출석일수 2/3를 못 채워도 미이수인데 아직 미이수 방지 대책이 논의 중이다).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선택은 완벽히 자유롭지 못한데 책임은 무한대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학생 입장에서 보면 정말 자기가 원하는 과목만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대입의 유불리, 수능 과목인지 아닌지 등등을 따져야 하니 완전히 좋아하는 과목만 고를 수가 없다. 또 학교의 교사 구성에 따라 열 수 있는 과목도 한정되어 있다. 한 학기에 들어야 하는 과목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은 따로 최성보 지도도 받아야 한다.
교사는 또 어떠한가. 2~3개의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인데 수업 시수는 여전하다. 학생이 줄고 있다지만 교사 수도 줄이고 있어서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거기다 최성보 지도를 해야 한다. 학기 중에 예방 지도도 하고 미이수 학생은 방학 때 따로 지도해야 한다. 학생이 그러하듯 우리에게 완전한 내 과목이 얼마나 있을까. 과목 개설이나 평가에서는 자율권이 부족한데 학생 낙제에 대해서는 무조건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낙인 효과를 막으며 가르치는 방안, 한 학생이 여러 과목을 듣는 경우의 부담을 해결하는 방안 등등 풀어야 하는 과제가 많다.
곧 모든 학교에서 시행된다면... 최소한
하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고등학교에서 이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고, 이미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우리 학교가 그렇다. 당장 올해 1학기에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최소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 5명을 모아 여름방학 동안 따로 가르쳤다. 그나마 40%에 해당하는 기준 점수를 많이 낮췄기 때문에 적게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1명은 최성보 영어 수업 내내 결석을 했으니 원래대로라면 이 학생의 1학기 영어는 미이수 처리가 된다. 물론 올해는 예비 시행이니 실제로 낙제되지는 않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학생들은 졸업이 어려워진다. 그러니 예방 지도도 잘해야 하고, 가급적 미이수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교사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학교 내에서 맡은 직책이 있다 보니 이 내용에 대해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해야 했다. 시급하게 시행해야 하지만, 당사자인 교사들조차 그 취지나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앞에서 나열한 대로 많은 문제가 있어도, 교육부가 정한 것을 단위 학교에서 거스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단, 현장에서는 좀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설명을 했다.
비록 하라고 해서 하게 되지만, 기왕 하는 거 내 수업에 혹은 우리 학생들에게 어떻게든 보탬이 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고민하자는 내용이었다. 내 과목을 들은 후 학생들이 꼭 이것만은 알아갔으면 하는 '최소한'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내 얘기를 보탰다. 어린왕자(생텍쥐베리)를 90명의 학생들과 다 같이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어린왕자가 왜 자기 별을 떠났고 왜 돌아갔는지 잘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는 사례를 말이다. 그런데 그래도 대부분 학생들이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설렐 거야"라는 여우의 말은 이해한다는 것도 함께 보탰다. 그러니까 나는 그 수업을 듣고 그 문구 하나 마음에 새기는 것을 최소성취수준으로 정한 것이다. 교육부의 제도와는 잘 안 맞겠지만, 그들의 취지와는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과연 나는 다음 학기 아이들과 최소한 어디까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최성보는 원래 이런 고민을 지지해 줘야 맞는 게 아닐까. 아직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제도인 것은 맞지만 이것을 계기로 나는 내 수업을 더 발전시키는 데 힘쓰고 싶다. 그게 가능했으면 좋겠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서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최소성취수준인 40%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따로 지도해서 그 과목을 이수하게 하는 게 목적이다.
▲ 2025 고교학점제 추진 계획 ⓒ 교육부
또 여기서 학업성취율 40%라고 하면 느낌이 잘 안 올 수 있다. 이건 정하기 나름이라서 어떤 학교는 40점이 40%에 해당하지만 어떤 학교는 학생 수준과 과목의 난이도에 따라 따로 정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이수를 막기 위해 최대한 낮은 점수로 정하고 최대한 기본 점수를 많이 주자는 의견이 대다수다. 취지에는 안 맞겠지만 미이수 학생이 몇십 명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다.
원래 최소성취수준의 취지는, 책임 교육에 있다. 현재도 선택과목이 대다수이긴 하지만 2022개정 교육과정은 최대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보장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과목을 선택한 학생 본인의 책임과 그 과목을 가르치는 교사의 책임이 강조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선택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말인데 원래 기본 점수를 못 받으면 낙제가 맞지만, 그런 미이수를 방지하기 위해 기본적인 것을 추가로 가르치라는 게 최성보의 뜻이다(과목 출석일수 2/3를 못 채워도 미이수인데 아직 미이수 방지 대책이 논의 중이다).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선택은 완벽히 자유롭지 못한데 책임은 무한대라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학생 입장에서 보면 정말 자기가 원하는 과목만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대입의 유불리, 수능 과목인지 아닌지 등등을 따져야 하니 완전히 좋아하는 과목만 고를 수가 없다. 또 학교의 교사 구성에 따라 열 수 있는 과목도 한정되어 있다. 한 학기에 들어야 하는 과목도 적지 않다. 그런데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생은 따로 최성보 지도도 받아야 한다.
교사는 또 어떠한가. 2~3개의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상황인데 수업 시수는 여전하다. 학생이 줄고 있다지만 교사 수도 줄이고 있어서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거기다 최성보 지도를 해야 한다. 학기 중에 예방 지도도 하고 미이수 학생은 방학 때 따로 지도해야 한다. 학생이 그러하듯 우리에게 완전한 내 과목이 얼마나 있을까. 과목 개설이나 평가에서는 자율권이 부족한데 학생 낙제에 대해서는 무조건 교사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 외에도 낙인 효과를 막으며 가르치는 방안, 한 학생이 여러 과목을 듣는 경우의 부담을 해결하는 방안 등등 풀어야 하는 과제가 많다.
곧 모든 학교에서 시행된다면... 최소한
하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고등학교에서 이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고, 이미 고교학점제 선도학교에서는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로 우리 학교가 그렇다. 당장 올해 1학기에 국어, 영어, 수학 과목에서 최소성취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 5명을 모아 여름방학 동안 따로 가르쳤다. 그나마 40%에 해당하는 기준 점수를 많이 낮췄기 때문에 적게 나온 것이다.
그런데 이 중에서 1명은 최성보 영어 수업 내내 결석을 했으니 원래대로라면 이 학생의 1학기 영어는 미이수 처리가 된다. 물론 올해는 예비 시행이니 실제로 낙제되지는 않지만 내년부터는 이런 학생들은 졸업이 어려워진다. 그러니 예방 지도도 잘해야 하고, 가급적 미이수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모든 교사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다.
나는 학교 내에서 맡은 직책이 있다 보니 이 내용에 대해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연수를 해야 했다. 시급하게 시행해야 하지만, 당사자인 교사들조차 그 취지나 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이다. 앞에서 나열한 대로 많은 문제가 있어도, 교육부가 정한 것을 단위 학교에서 거스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단, 현장에서는 좀 달라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설명을 했다.
비록 하라고 해서 하게 되지만, 기왕 하는 거 내 수업에 혹은 우리 학생들에게 어떻게든 보탬이 되게 활용하는 방향으로 고민하자는 내용이었다. 내 과목을 들은 후 학생들이 꼭 이것만은 알아갔으면 하는 '최소한'에 대해 고민하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리고 내 얘기를 보탰다. 어린왕자(생텍쥐베리)를 90명의 학생들과 다 같이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도 어린왕자가 왜 자기 별을 떠났고 왜 돌아갔는지 잘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는 사례를 말이다. 그런데 그래도 대부분 학생들이 "네가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설렐 거야"라는 여우의 말은 이해한다는 것도 함께 보탰다. 그러니까 나는 그 수업을 듣고 그 문구 하나 마음에 새기는 것을 최소성취수준으로 정한 것이다. 교육부의 제도와는 잘 안 맞겠지만, 그들의 취지와는 잘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과연 나는 다음 학기 아이들과 최소한 어디까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최성보는 원래 이런 고민을 지지해 줘야 맞는 게 아닐까. 아직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제도인 것은 맞지만 이것을 계기로 나는 내 수업을 더 발전시키는 데 힘쓰고 싶다. 그게 가능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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