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끝까지 포기 안한 한국 여자 양궁... 중국 꺾고 단체전 금메달

[2024 파리올림픽] 여자 단체전서 '올림픽 10연패' 달성

등록|2024.07.29 06:04 수정|2024.07.29 06:05

▲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태극기를 펼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여자양궁이 전인미답의 올림픽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임시현과 전훈영, 남수현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은 29일(이하 한국시각)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중국을 슛오프 끝에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한국은 여자양궁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88년부터 2024년까지 36년 동안 열린 모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10연패라는 엄청난 위업을 달성했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이번 파리올림픽에 걸려 있는 5개의 금메달 중 3개 이상을 따낸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가장 먼저 열린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면서 목표달성을 위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는 데 성공했다. 여자 단체전 금메달로 한국 선수단에 3번째 금메달이자 6번째 메달을 안긴 양궁은 30일 김우진, 김제덕, 이우석이 출전하는 남자 단체전에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엄격한 선발 속 올림픽 금메달 17개 싹쓸이
 

▲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결승전에서 중국을 이기고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 여자양궁은 1980년대부터 세계 최강의 면모를 유지했고 이 때문에 200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세계 각국으로 지도자들이 유출됐다. 매 올림픽마다 개인전과 단체전 금메달을 쓸어담는 한국 여자양궁의 노하우를 알아내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는 미국과 일본, 대만, 멕시코 등 무려 8개국에서 한국인 지도자가 팀을 이끄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지난 9번의 올림픽에서 양궁에서만 17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특히 여자 단체전은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9번의 올림픽에서 한 번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았다. '신궁' 김수녕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2000년 시드니 올림픽까지 3개의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천하의 김수녕도 3회 연속 금메달을 따진 못했다.

한국 여자양궁이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올림픽마다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는 건 바로 치열하기로 유명한 국가대표 선발전 때문이다. 한국양궁은 '올림픽 금메달보다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어렵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열한 선발과정을 통과해야만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는 공정성 강화를 위해 기존 국가대표에게 주어지던 '시드권'도 폐지했다.

이런 선발방식 때문에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안산을 비롯해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강채영과 장민희가 모두 파리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물론 올림픽 무대를 비롯해 국제대회 경력이 풍부한 선수들을 탈락시키는 것이 올바른 방식인가를 두고 찬반 논란이 있지만 대한양궁협회는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해 올림픽 여자 단체전 9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단체전 10연패 달성한 3명의 여성 궁사들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대표팀 선수들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훈영, 임시현, 남수현. ⓒ 연합뉴스


한국은 지난해부터 7개월의 긴 선발전 끝에 지난 4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3명의 선수를 선발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올랐던 임시현과 만 30세의 대기만성형 궁사 전훈영, 그리고 2005년생 만 19세의 신예 남수현이었다. 한국은 올림픽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출전한 월드컵 3차 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차지하며 올림픽 10연패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랭킹 라운드에서 1, 2, 13위를 기록하며 단체전 1번시드를 받고 8강에 직행한 한국은 16강에서 미국을 꺾고 올라온 대만을 상대했다. 대만 마지막 주자의 실수로 1세트를 가져온 한국은 2세트에서 전훈영이 다소 흔들리면서 52-56으로 세트를 내줬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살아난 한국은 3세트에서 54-53, 4세트에서 56-54로 승리하며 '복병' 대만을 세트스코어 6-2로 제치고 4강에 진출했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인도를 6-0으로 가볍게 꺾고 올라온 돌풍의 네덜란드를 상대로 크게 고전했다. 1세트를 57-53으로 승리한 한국은 2, 3세트를 각각 52-53, 57-58로 내주며 세트스코어 2-4로 뒤졌다. 한국은  4세트에서 비기기만 해도 패배가 확정되는 위기의 상황에서 4세트를 59-51로 가볍게 승리한 후 슛오프에서 26점을 쏘며 23점에 그친 네덜란드를 5-4로 꺾고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만난 팀은 단골 상대인 중국이었다. 1세트에서 56-53으로 승리한 한국은  8강과 4강에서 한 번도 따지 못했던 2세트마저 55-54로 승리하며 세트스코어 4-0으로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국은 3세트를 51-54, 4세트를 53-55로 중국에게 내리 4점을 내주며 동점을 맞았다. 한국은 대역전패의 위기 속 치른 슛오프에서 29점을 쏘면서 27점의 중국을 제치고 올림픽 10연패에 성공했다. 

양궁 여자단체전은 올림픽마다 한국의 가장 확실한 금메달 후보였다. 따라서 선수단이 대회 목표를 세울 때도 양궁 여자단체전은 당연히 금메달로 카운트를 한다. 하지만 무려 36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를 지켜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의 여성 궁사들은 단 한 번도 빠짐없이 금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그녀들은 파리에서도 어김없이 약속을 지키며 한국에게 금메달을 안겨줬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