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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바람 이겨냈다... 여자 양궁, 올림픽 단체전 10연패

임시현·남수현·전훈영, 위기 극복하며 극적 우승... '10 세리머니' 선보여

등록|2024.07.29 05:53 수정|2024.07.29 05:57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전훈영(왼쪽부터), 임시현, 남수현이 시상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시작으로 1992년 바르셀로나, 1996년 애틀란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그리스,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2021년 도쿄 그리고 2024년 파리올림픽 우승까지 10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 2024.7.29 ⓒ 연합뉴스


대업을 이어가야 하는 부담감도, 변덕스러운 바람도 이겨냈다. 대한민국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28일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 경기에서 우승, 열 번의 올림픽 연속 금메달 기록을 수성했다.

전훈영(인천광역시청), 남수현(순천시청), 임시현(한국체육대)은 모두 이번 파리 올림픽이 생애 첫 올림픽. 올림픽 경험이 있는 선배의 도움 없이, 선배들이 이전에 열린 9번의 올림픽에서 세운 대업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을 터. 하지만 선수들은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이어 온 한국 양궁의 기록을 이어가는 데 성공했다.

파리 레쟁발리드는 이날 변화무쌍한 바람 흐름을 보여줬다. 발사선과 과녁의 공기 흐름이 반대로 흘러가면서 특히 한국 선수들에게 어려움을 안겼다. 그런 바람의 흐름에 초반 고전했던 선수들. 하지만 한국 양궁답게 여러 차례 찾아온 위기를 극복하며 부담감을 극복해내는 데 성공했다.

예상 밖 고전에도... 결승 안착한 3인방

랭킹 라운드에서 1·2위를 연달아 석권하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 임시현은 랭킹 라운드에서 694점을 기록하며 세계 신기록과 올림픽 신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우는 한편, 남수현(688점·2위)과 전훈영(664점·13위) 역시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단체전 8강에 직행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열린 단체전 경기의 8강 상대는 대만. 한국은 8강전 초반 변덕스러운 바람에 고생했다. 16강전을 치렀던 대만에 비해 감을 잡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은 상대 리차이치의 실수에 힘입어 첫 세트를 52-51로 겨우 이겼지만, 두 번째 세트에서 52-56으로 패배했다.

위기 상황. 하지만 초반 부진했던 전훈영이 영점을 맞췄다. 전훈영은 3세트와 4세트를 이어가면서 바람을 극복하기 시작했고, 임시현 역시 점수를 만들어 가면서 3세트는 54대 53으로, 4세트를 56대 54로 승리했다. 한국은 세트 스코어 6대 2로 4강에 진출했다.

이어진 4강전에서 난적수 네덜란드를 만난 한국은 1세트에서 57점을 쏘아내며 53점을 기록한 네덜란드를 누르고 첫 세트를 가져갔다. 하지만 2세트 연달아 세 발을 8점을 쏘는 한국의 실수가 터지며 52대 53으로 네덜란드에 세트를 내줬다.
   
2세트 고전했던 한국은 3세트에서 감을 잡았다. 3세트 첫 격발에서 전훈영이 10점을 쏜 데 이어, 남수현도 10점을 쏘아내며 반등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네덜란드가 10점을 네 번씩 기록하는 엄청난 기량을 발휘, 57대 58로 세트를 내줬다. 3세트까지의 세트 스코어는 2대 4.

네덜란드에 동점만 내줘도 패퇴하는 위기의 4세트, 한국은 첫 번째 격발에서 전훈영 남수현 임시현이 차례로 10점을 쏘아내며 위기를 탈출했다. 두 번째 격발에서도 전훈영과 임시현이 10점, 남수현은 9점을 기록하는 등 다섯 번의 '텐'이 나오면서 스코어 59-53, 세트 스코어 4-4로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남은 슛오프는 전훈영이 9점을 쏘며 시작했다. 이어 남수현이 라인에 걸치는 10점을 쏘아내며 결승 진출에 가까워졌다. 임시현이 막판 7점을 쏘기는 했지만, 산술적으로 네덜란드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최종 슛오프 스코어는 26대 23, 한국이 극적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슛오프 끝 극적 승리... 10연패 대업 달성했다
 

▲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 마련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의 임시현이 마지막 한 발을 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양궁 월드컵 1·2차 대회에서 단체전 결승으로 중국을 만났던 대표팀. 하지만 두 대회 모두 중국에게 밀리며 아쉬움을 기록했다. 특히 상하이 월드컵은 물론 '안방' 경북 예천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도 중국에 우승을 내줬던 한국. 그런 와신상담 끝에 올림픽 결승에서 다시금 중국을 만났다.

결승전 첫 세트, 첫 화살을 격발한 전훈영은 10점을 쏘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남수현은 오른쪽에 치우친 8점을 기록했지만, 임시현이 9점을 쏘아냈다. 중국도 9점-10점-8점으로 균형을 맞췄다. 전훈영은 두 번째 격발에서 10점을, 남수현과 임시현도 각각 10점·9점을 쏘아 냈다. 첫 세트는 56대 53으로 한국이 가져갔다.

두 번째 세트. 중국이 8-10-9점을 쏜 데 이어 격발을 시작한 한국은 전훈영이 10점을 쏴내며 기분 좋게 시작했다. 남수현이 9점, 임시현이 10점을 쏴내며 전반 앞서갔다. 후반 중국이 9-9-9점을 쏘며 한국이 앞서 나갈 기회를 잡았다. 한국은 9-8-9점을 기록하며 2세트도 55대 54로 가져갔다.

한 세트만 승리하면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한국. 그러나위기도 있었다. 3세트 첫 격발에서 중국은 8점-10점-8점을 기록했는데, 한국도 8점-9점-8점으로 흔들렸다. 중국은 두 번째 격발에서 9점-9점-10점을 기록한 데 이어 한국도 9점-8점-9점을 기록, 51대 54로 중국에 첫 세트를 내줬다.

세트 스코어 4대 2 상황 펼쳐진 4세트. 중국은 첫 격발에서 과녁 정중앙인 엑스텐을 기록하며 기선 제압에 나섰다. 이어진 격발에서 9점-9점을 기록한 중국. 이어진 한국의 격발은 다시 바람의 변덕에 고전해다. 전훈영도 10점을 기록했지만, 이어 남수현이 8점, 임시현이 8점을 기록하며 전반 격발이 마무리됐다.

중국은 이어진 격발에서 10점-8점-9점을 기록했다. 슛오프 코앞에 밀린 위기의 순간, 한국은 전훈영이 10점을 기록한 데 이어 남수현이 9점을, 임시현이 8점을 기록했다. 세트 스코어 53대 55. 결국 승부는 슛오프까지 이어졌다.

준결승에 이어 다시 맞닥뜨린 슛오프. 전훈영이 10점 라인 걸치는 화살을 쏘며 쾌조의 시작을 알렸다. 중국은 8점. 이어 남수현은 9점을 기록하며 앞서 나갔다. 중국은 다시 10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주자, 임시현도 10점 라인에 걸치는 점수를 기록했다.

두 발에 대한 표적심의 확인이 필요한 순간,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만에 표적심의 결과가 나왔다. 두 발 모두 10점에 들어섰다는 표적심의 판독 결과가 나오면서 한국은 슛오프 끝에 승리로 우승을 확정지었다.

'10 세리머니' 나왔다... 한국 양궁, 4일까지 메달 도전
 

▲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양궁 대표팀의 남수현(오른쪽부터), 임시현, 전훈영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전 시상식에서 손가락과 금메달로 숫자 10을 만들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벼랑 끝에서 이뤄낸 한국 여자 양궁의 10연패 순간,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경기장을 찾은 한국 관중들 역시 태극기를 흔들며 새로운 역사를 쓴 여자 양궁 선수들을 향해 축하를 보냈다. 선수들 역시 관중들에 손을 흔들어 화답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선수들은 손가락으로 '1'을 만들고 메달로 '0'을 만들면서 10연패 세리머니를 선보이기도 햇다.

한국 양궁의 도전은 이제 29일 남자 양궁 단체전으로 이어진다. 남자 양궁 단체전에는 김제덕·김우진·이우석이 나선다. 8월 2일에는 혼성 단체전이, 오는 30일부터 8월 4일까지는 남녀 개인전 경기가 펼쳐져 한국 양궁 대표팀의 메달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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