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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사 후손' 허미미, 애국가 못 불렀지만 귀한 은메달

[파리올림픽] 여자 유도 52kg급 은메달... 허미미 "너무 행복"

등록|2024.07.30 06:20 수정|2024.07.30 06:20
허미미(21·경북체육회)가 한국 유도에 귀한 메달을 안겼다.

세계랭킹 3위 허미미는 29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유도 여자 57㎏급 캐나다의 크리스타 데구치(세계랭킹 1위)와의 결승전에서 지도 3개를 받고 반칙패했다.

허미미의 은메달은 한국 유도가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획득한 메달이며, 한국 여자 유도의 은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48㎏급 정보경 이후 8년 만이다.
 

▲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서 은메달을 딴 허미미가 시상대에서 은메달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서 유도 시작한 허미미, 할머니 유언에 한국행 

결승에서 만난 허미미와 데구치는 서로 치열한 탐색전을 벌이다가 경기 시작 56초에 두 선수 모두 지도를 받았다. 허미미는 2분 4초에 위장 공격을 했다는 이유로 두 번째 지도를 받았다. 지도 3개를 받으면 반칙패가 선언된다.

위기에 몰린 허미미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섰으나, 데구치가 허미미의 다리를 붙잡고 버티면서 가까스로 막아냈다.

4분 간의 정규 시간에 승부를 내지 못한 두 선수는 연장전에 돌입했고, 소극적으로 경기를 하던 데구치가 연장전 시작 1분 48초에 두 번째 지도를 받으면서 허미미와 데구치는 나란히 지도 2개씩 받았다.

그러나 허미미가 메치기를 시도하다가 또다시 위장 공격 판정을 받고 반칙패하면서 데구치가 우승했고, 관중석에서는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허미미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3세다. 유도 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도복을 입은 허미미는 2017년 일본 전국중학교유도대회 여자 52㎏급에서 우승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승승장구하던 허미미는 "한국 국가대표가 되길 바란다"라는 할머니의 유언에 따라 망설임 없이 한국행을 택했다.

경북체육회 유도팀에 입단한 허미미는 더 빠르게 성장했다. 2022년 6월 국제대회 데뷔전인 트빌리시 그랜드슬램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그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준결승에 진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자신이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허석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렀고,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에 추서됐다.

석연치 않은 판정에도 웃는 대인배... 4년 뒤 기약 
 

▲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에 출전한 허미미가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샹드마르스에서 캐나다 크리스타 데구치와 결승전을 치르고 있다. ⓒ 연합뉴스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에도 포르투갈 그랑프리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획득한 허미미는 5월 '올림픽 전초전'으로 불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유도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95년 여자 61㎏급 정성숙, 여자 66㎏급 조민선 이후 29년 만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파리 올림픽에 나선 허미미는 3전 전패를 당했던 '천적'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를 8강전에서 꺾었다. 하지만 결승에서 데구치에게 패하면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두 달 전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이겼던 상대였기에 아쉬움이 더 컸다.

하지만 허미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결승전까지 진출해서 정말 행복했다"라면서 "메달을 따낸 것도 너무 행복하다"라고 활짝 웃었다.

또한 심판 판정 논란에 대해서도 "위장 공격일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까 어쩔 수 없다"라며 "다음에는 그런 것까지 잘 생각하고 유도를 하고 싶다"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다만 "애국가 가사를 다 외웠는데 (금메달이 아니라서) 못 불러서 아쉽다"라며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라고 다음 올림픽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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