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 계획대로 4석을 얻다
[녹색정치 리포트] 2024 영국 총선, 집중된 전략으로 소선거구제 돌파한 녹색당
2024년 7월 4일(현지 시각)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예상대로 노동당이 압승하며 14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노동당은 총 650석의 하원 의석 중에서 과반을 훌쩍 넘는 411석을 얻는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반면에 보수당은 무려 244석을 잃으며 121석을 얻는 기록적인 참패를 당했다.
하지만 이 글은 영국 총선의 전체적인 결과가 아니라,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이하 녹색당)이 거둔 작지만 의미 있는 승리에 주목하고자 한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4석을 얻었다. 이것은 녹색당이 2010년부터 하원에서 단지 1석을 얻는 데 그쳤던 것을 뛰어넘은 결과이자, 특히 소수정당에게는 치명적인 소선거구제(단순다수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얻은 결과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도시와 농촌에서, 노동당과 보수당을 꺾고 승리
개표가 시작되면서 녹색당의 SNS에 속속 당선을 자축하는 메시지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의석을 얻었고, 노동당과 보수당을 가리지 않고 의석을 가져왔다.
첫 번째 당선자는 현재 녹색당 공동대표이자 브리스틀 센트럴(Bristol Central) 선거구에 출마한 칼라 데니어(Carla Denyer)다. 브리스틀(Bristol) 지방의원을 역임한 데니어는, 이번에 새로 신설된 브리스틀 센트럴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이자 키어 스타머(Keir Starmer)의 예비 내각의 문화스포츠 장관이었던 탱엄 데보네이어(Thangam Debbonaire)를 무려 24%p차로 꺾고 당선됐다.
두 번째로 당선자는 노스 헤리퍼드셔(North Herefordshire) 선거구에 출마한 엘리 초운스(Ellie Chowns)다. 헤리퍼드셔(Herefordshire) 지방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을 역임한 초운스는 2017년, 2019년에 이어 2024년에 세 번째 출마하여 하원 의원에 당선됐는데, 2019년에 출마했을 때보다 무려 34.4%p를 더 얻었다.
세 번째 당선자는 현재 녹색당 공동대표이자 웨이브니 밸리(Waveney Valley) 선거구에 출마한 아드리안 램지(Adrian Ramsay)다. 노리치(Norwich) 지방의원, 녹색당 부대표를 역임하고 이전까지 유일한 하원 의원이었던 캐롤라인 루카스(Caroline Lucas)의 선거 캠페인에도 참여했던 램지는, 이번에 새로 신설된 웨이브니 밸리 선거구에서 보수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마지막 당선자는 녹색당이 기존에 의석을 갖고 있던 브라이튼 파빌리온(Brighton Pavilion) 선거구에 출마한 시안 베리(Siân Berry)다. 녹색당 공동대표, 런던 시장 후보, 런던 의회 의원을 역임한 시안 베리는, 당초 캐롤라인 루카스가 은퇴하면 노동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 브라이튼 파빌리온 선거구를 지켜냈다.
지방선거에서 총선까지, 연결되고 집중된 전략
녹색당은 2018년 지방선거부터 꾸준히 의석을 늘려왔다. 특히 2021년 지방선거에서 의석을 대폭 늘려 총 444명의 지방의원이 활동하게 되면서, 총선에 도전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을 마련했다.
2023년에는 미드 서퍽(Mid Suffolk)에서 녹색당 역사상 처음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했고, 2024년에는 브리스틀에서 단독 과반에서 1석이 모자란 1당이 되었으며, 헤이스팅스(Hastings)에서도 기존에 3당에서 1당으로 올라서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렇듯 녹색당의 지방선거 결과에는 늘 "역사적인 승리", "기록적인 성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를 바탕으로 녹색당은 2023년 가을부터 다음 총선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것이며, 최소 4석을 얻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Four for 2024(2024년에 4석)' 캠페인을 시작했다. 목표로 삼은 4곳의 선거구는 모두 녹색당이 지방의회에서 영향력을 획득한 곳이었다. 지방선거에서의 성장이 총선에서 도전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이 된 것이다.
녹색당은 2010년에 브라이튼 파빌리온 선거구에서 캐롤라인 루카스가 당선된 역사를 쓴 것처럼, 당의 모든 자원을 목표한 4곳의 선거구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녹색당의 자기예언적 목표는 자기실현적 결과가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는 2021년부터 당을 이끌고 있는 칼라 데니어와 아드리안 램지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강력한 선거 세력'으로 만든 공동대표 리더십
칼라 데니어와 아드리안 램지는 공동대표에 취임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하나는 당의 운영 방식을 더욱 전문화하는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성공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녹색당을 '강력한 선거 세력(powerful electoral force)'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두 사람은 공동대표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데니어가 주로 토론회에 참석하면 램지는 인터뷰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같은 시간에 두 개의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공동대표의 장점이었고, 이런 협업은 초창기 뉴질랜드 녹색당이 보여준 공동 리더십의 성공 사례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데니어와 램지는 독일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녹색당과 접촉하며 그들의 조언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당 집권 시기, 더 성장할 것 기대
녹색당은 기후, 주택,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노동당 정부가 더 대담한 정책을 펼치도록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녹색당은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보수당 정부가 만들었고 노동당이 반대하지 않았던 '2자녀 수당 상한선'을 폐지하도록 압박하기 시작했다. 녹색당에 따르면 이 정책의 여파로 약 25만 명의 아동들이 빈곤이 시달리고 있다.
녹색당의 향후 전망도 밝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4개 선거구에서 승리했을뿐만 아니라, 40개 선거구에서 2등을 했다. 노동당 정부가 집권을 위해 중도층에 구애할수록, 이에 실망한 진보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녹색당 전문가인 유럽대학연구소의 제임스 데니슨(James Dennison)에 따르면, 녹색당은 스타머 정부에 대한 반대표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면서 스타머 정부 아래서 더 많은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글은 영국 총선의 전체적인 결과가 아니라, 잉글랜드-웨일스 녹색당(이하 녹색당)이 거둔 작지만 의미 있는 승리에 주목하고자 한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4석을 얻었다. 이것은 녹색당이 2010년부터 하원에서 단지 1석을 얻는 데 그쳤던 것을 뛰어넘은 결과이자, 특히 소수정당에게는 치명적인 소선거구제(단순다수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얻은 결과이기에 큰 의미가 있다.
▲ 2024년 영국 총선의 녹색당 당선자들. 왼쪽부터 칼라 데니어(Carla Denyer), 아드리안 램지(Adrian Ramsay), 시안 베리(Sian Berry), 엘리 초운스(Ellie Chowns) ⓒ EWGP
도시와 농촌에서, 노동당과 보수당을 꺾고 승리
▲ <표1> 2024년 영국 총선의 녹색당 당선자 및 선거구 ⓒ 박제민 2024
첫 번째 당선자는 현재 녹색당 공동대표이자 브리스틀 센트럴(Bristol Central) 선거구에 출마한 칼라 데니어(Carla Denyer)다. 브리스틀(Bristol) 지방의원을 역임한 데니어는, 이번에 새로 신설된 브리스틀 센트럴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이자 키어 스타머(Keir Starmer)의 예비 내각의 문화스포츠 장관이었던 탱엄 데보네이어(Thangam Debbonaire)를 무려 24%p차로 꺾고 당선됐다.
두 번째로 당선자는 노스 헤리퍼드셔(North Herefordshire) 선거구에 출마한 엘리 초운스(Ellie Chowns)다. 헤리퍼드셔(Herefordshire) 지방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을 역임한 초운스는 2017년, 2019년에 이어 2024년에 세 번째 출마하여 하원 의원에 당선됐는데, 2019년에 출마했을 때보다 무려 34.4%p를 더 얻었다.
▲ <그림1> 노스 헤리퍼드셔 선거구의 득표율 변화 ⓒ 박제민 2024
세 번째 당선자는 현재 녹색당 공동대표이자 웨이브니 밸리(Waveney Valley) 선거구에 출마한 아드리안 램지(Adrian Ramsay)다. 노리치(Norwich) 지방의원, 녹색당 부대표를 역임하고 이전까지 유일한 하원 의원이었던 캐롤라인 루카스(Caroline Lucas)의 선거 캠페인에도 참여했던 램지는, 이번에 새로 신설된 웨이브니 밸리 선거구에서 보수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마지막 당선자는 녹색당이 기존에 의석을 갖고 있던 브라이튼 파빌리온(Brighton Pavilion) 선거구에 출마한 시안 베리(Siân Berry)다. 녹색당 공동대표, 런던 시장 후보, 런던 의회 의원을 역임한 시안 베리는, 당초 캐롤라인 루카스가 은퇴하면 노동당이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진 브라이튼 파빌리온 선거구를 지켜냈다.
▲ <그림2> 브라이튼 파빌리온 선거구의 득표율 변화 ⓒ 박제민 2024
지방선거에서 총선까지, 연결되고 집중된 전략
녹색당은 2018년 지방선거부터 꾸준히 의석을 늘려왔다. 특히 2021년 지방선거에서 의석을 대폭 늘려 총 444명의 지방의원이 활동하게 되면서, 총선에 도전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을 마련했다.
2023년에는 미드 서퍽(Mid Suffolk)에서 녹색당 역사상 처음으로 단독 과반을 차지했고, 2024년에는 브리스틀에서 단독 과반에서 1석이 모자란 1당이 되었으며, 헤이스팅스(Hastings)에서도 기존에 3당에서 1당으로 올라서는 등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다. 이렇듯 녹색당의 지방선거 결과에는 늘 "역사적인 승리", "기록적인 성장"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를 바탕으로 녹색당은 2023년 가을부터 다음 총선에서 잉글랜드와 웨일스 전 지역구에 후보를 낼 것이며, 최소 4석을 얻겠다는 야심찬 목표로 'Four for 2024(2024년에 4석)' 캠페인을 시작했다. 목표로 삼은 4곳의 선거구는 모두 녹색당이 지방의회에서 영향력을 획득한 곳이었다. 지방선거에서의 성장이 총선에서 도전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이 된 것이다.
녹색당은 2010년에 브라이튼 파빌리온 선거구에서 캐롤라인 루카스가 당선된 역사를 쓴 것처럼, 당의 모든 자원을 목표한 4곳의 선거구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녹색당의 자기예언적 목표는 자기실현적 결과가 되어 돌아왔다. 여기에는 2021년부터 당을 이끌고 있는 칼라 데니어와 아드리안 램지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 잉글랜드 웨일스 녹색당 공동대표 아드리안 램지(왼쪽)와 칼라 데니어(오른쪽) ⓒ bright-green.org
'강력한 선거 세력'으로 만든 공동대표 리더십
칼라 데니어와 아드리안 램지는 공동대표에 취임하면서 두 가지 목표를 내세웠다. 하나는 당의 운영 방식을 더욱 전문화하는 것이었으며, 다른 하나는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성공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 녹색당을 '강력한 선거 세력(powerful electoral force)'으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두 사람은 공동대표의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 데니어가 주로 토론회에 참석하면 램지는 인터뷰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같은 시간에 두 개의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은 공동대표의 장점이었고, 이런 협업은 초창기 뉴질랜드 녹색당이 보여준 공동 리더십의 성공 사례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데니어와 램지는 독일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녹색당과 접촉하며 그들의 조언을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잉글랜드 웨일스 녹색당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EWGP
노동당 집권 시기, 더 성장할 것 기대
녹색당은 기후, 주택, 공공서비스 부문에서 노동당 정부가 더 대담한 정책을 펼치도록 밀어붙이겠다고 공언했다. 실제로 녹색당은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보수당 정부가 만들었고 노동당이 반대하지 않았던 '2자녀 수당 상한선'을 폐지하도록 압박하기 시작했다. 녹색당에 따르면 이 정책의 여파로 약 25만 명의 아동들이 빈곤이 시달리고 있다.
녹색당의 향후 전망도 밝다.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4개 선거구에서 승리했을뿐만 아니라, 40개 선거구에서 2등을 했다. 노동당 정부가 집권을 위해 중도층에 구애할수록, 이에 실망한 진보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녹색당 전문가인 유럽대학연구소의 제임스 데니슨(James Dennison)에 따르면, 녹색당은 스타머 정부에 대한 반대표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면서 스타머 정부 아래서 더 많은 지지를 확보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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