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춥니더... 집은 더운데 여기는 추워요"
올해 개통한 안동시 마뜰보행교 위에서 더위를 피하는 주민들
▲ 안동 마뜰보행교안동 낙동강 위 보행교에서 시민들이 한여름밤 여가를 즐기고 있다. ⓒ 이호영
"아무리 더워도 여기 나와 있으면 시원하니더! 동네 분들 모두 여기에 나오시니 얼굴 한 번씩 볼 수 있어 좋아요."
한여름밤 안동시 마뜰보행교 위에서 피서를 즐기는 어르신들의 말씀이다. 마뜰보행교가 건설된 것은 불과 얼마전이다. 안동 구시가지와 용상동을 잇는 법흥교 바로 옆에 만든 다리로 사람과 자전거가 다닐 수 있다.
▲ 안동 마뜰보행교 위 시민들보행교 위 벤치에 시민들이 앉거나 산책하고 있다. ⓒ 이호영
"아이고! 춥니더. 집에 가면 더운데 여기는 추워요. 닭살까지 돋는다니까요? 낮에는 여기 나와 있지 못해요. 다리 위에 그늘이 없고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하지만 해만 지면 여기가 천국입니다. 벤치에는 빈 곳이 없어요. 벤치에 못 앉으면 이렇게 자리를 깔아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니 참으로 좋아요."
그래서 밤이면 동네 주민분 여럿이 나와서 더위를 즐긴다. 지난 장마 때 높은 습도과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폭염에 시달렸다. 이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다고 하니 주민들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하지만 이곳 보행교 위에는 그런 염려가 없다. 오히려 오래 있으면 조금 춥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 때문이다.
▲ 안동 마뜰보행교 경관 조명꽃송이가 피듯이, 불꽃이 하늘에서 터지듯 한 모양의 경관 조명이 일품이다. ⓒ 이호영
시원한 바람과 낮은 기온 못지않게 피서 나온 주민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다리 조명이다. 마치 꽃송이가 피어나듯이, 하늘에서 불꽃이 터지듯이 형형색색의 조명이 일품이다.
요즘 안동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시군에서 경관조명을 대세로 여기고 있다. 주요 관광지도 조명을 밝게 해서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낙동강과 같은 큰 강이나 바다를 가로지르는 교량에는 어김없이 밝은 조명으로 관광객의 눈길을 머물게 한다. 여기도 붉고, 희고, 노란색의 경관조명이 설치돼 검은 하늘을 수놓고 낙동강의 깊은 물결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한여름밤의 정취를 더욱 깊게 한다.
▲ 안동 낙동강 영가대교 경관 조명형형색색의 조명이 낮 동안 폭염에 시달렸던 시민들의 마음을 씻겨준다. ⓒ 이호영
멀리 강원도 황지에서 출발한 낙동강 물은 봉화 청량산을 거쳐 안동댐으로 들어와 잠시 머문다. 이 강물은 댐 수문이 열리면 이곳 안동시가지를 통과해 예천, 문경, 상주, 대구 그리고 부산까지 흘러간다.
예로부터 일컫던 '낙동강 1300리'는 황지부터 부산까지의 거리다. '낙동강 700리'는 상주서부터 부산까지를 말한다. 부산까지 낙동강을 건너는 교량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교량 대부분은 차량이 잘 다닐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사람은 그냥 곁다리에 붙은 좁은 길을 따라다닐 수 있을 뿐이다. 사람만 건널 수 있는 보행교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 안동시가지 낙동강에는 마뜰보행교와 함께 구 안동대교가 사람만이 다니는 보행교다. 누구나 안심하고 나와 더위를 피하고 밤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안동 낙동강에서 나는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한여름밤을 즐기고 있다.
▲ 안동 마뜰보행교 한여름밤, 낙동강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무더위를 이기고 있다. ⓒ 이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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