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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도 돈이지만..." 사람들이 제주 대신 일본 가는 이유

[주장] 비용만 문제 아냐... 풍부한 여행 콘텐츠 개발하는 등 근본부터 개선해야

등록|2024.07.31 16:16 수정|2024.08.01 18:17

▲ 7월 31일 제민일보 제주매일 1면, 5면 보도다. ⓒ 제민일보, 제주매일

 

▲ 7월 31일 한라일보 제주일보 1면 보도다 ⓒ 한라일보, 제주일보


제주지역 일간지 한라일보·제주일보·제민일보는 31일 '제주여행비에 대한 소비자 인식 왜곡이 심각하다'는 기사를 1면에 냈다. 제주매일도 5면에 같은 논조의 기사를 실었다.

해당 기사들의 요지는 '관광객 10명 중 8명이 제주도와 일본 여행에 드는 비용이 비슷하다는 선입견이 있어 관광 위기가 초래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 등 제주 관광과 관련한 논란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제주 관광에 대한 불만이 터진 지금, 여행객들의 인식차가 과연 제주 관광 문제의 핵심인지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위 기사들은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제주와 일본 여행에 대한 비용 인식 조사'를 인용한 것이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제주도는 비싸다'는 오래된 선입견과 부정적 뉴스의 확대 재생산이 만든 합작품"이라며, "비상식적인 인식의 폭이 넓고 뿌리 깊다는 점에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입견'이라 말하기엔 필자를 포함한 도민들조차 음식·숙박 물가에 혀를 차는 실정이다. 당장 최근엔 서귀포의 한 식당에서 이른바 '비계 삼겹살'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조사 결과를 인용해, 제주 관광의 문제를 관광객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탓을 돌리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 10명 중 7명이 '제주도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에 실제 공감하고 있었다. ⓒ 컨슈머인사이트, 옴니버스서베이

 

▲ 실제 일본 여행비는 제주도의 2.2배에 달한다. ⓒ 컨슈머인사이트 옴니버스 서베이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 결과를 자세히 살펴보자. 10명 중 9명이(88%) '제주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고, 8명(83%)이 가능하다고 봤으며, 7명(70%)이 공감하고 있었다. 반면 '들어본 적 없다', '불가능하다', '공감하지 않는다' 응답에는 각각 1명도 채 되지 않는 3%, 9%, 8%였다. 즉 '제주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말이 통념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3박 4일 일정의 여행 비용을 예상하게 한 결과도 제주도는 86만 원, 일본은 110.2만 원으로 1.3배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일본 여행비는 제주의 2.2배에 달하며, 예상액과 큰 차이가 있다.

또한 실제 여행비와 예상 여행비 비교에서 일본은 0.97배(-3.4만 원)로 거의 일치했으나, 제주는 1.63배(+33.2만 원)나 더 큰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즉 사람들은 제주 여행비를 불합리할 정도로 크게 예상했으며, 일본 여행과 별 차이 없다고 오인하고 있었다.

이런 오인식은 제주 여행을 한 적 없는 사람이 더 심했다. 응답자 중 지난 1년 내 또는 과거에 제주를 다녀온 적 있는 사람은 각각 78.8만 원과 84.6만 원을 예상했지만, 제주도에 가본 적 없는 사람은 93.5만 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컨슈머인사이트는 "'비계 삼겹살' 등 다양한 여행 불만족 사례가 매스컴을 달구고, 일본 여행 붐과 맞물려 '제주 갈 돈이면 일본 간다'는 비논리적인 뇌피셜이 정설인 양 자리잡게 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드러난 일반 관광객들의 오해를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제주 여행에 대한 선입견이 강하게 작용해, 관광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개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하지만, 비용 문제가 제주에 오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그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돈'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일본이 더 싸다고 가는 게 아니라, 돈 더 들어도 가겠다는 소리죠."
"돈도 돈이지만 고객 무시하는 불친절 때문에 안 가는 거예요."


해외여행이 국내 여행보다 비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제주보다 일본 등 인근 해외 여행을 선호하는 건, 웃돈을 줘서라도 다른 문화를 풍부하게 체험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가 만난 제주도민이나 관광객들은, 되레 해외 여행을 권하거나 바라기도 했다.

"일본 여행이랄 거 없이 관광지 어디든 이보다 나아요. 물가 비싸, 체험거리 부족해, 공무원들도 20~30년째 손 놓고 있다가 논란되니까 손 쓰는 척 하잖아요. 물가 잡는 것과 더불어 제주로 관광 올 유입 요소가 필요하다 생각해요." - (30대 제주도민)

"제주에 놀러 온 건 어린애들 데리고 해외 가기엔 부담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나마 제주도는 익숙한 환경에, 같은 문화니까. 하지만 애들이 큰다면, 다음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해외로 갈 것 같아요" - (30대 제주관광객)

결국, 실제 여행에 든 비용을 비교하는 '겉핥기식 조사'로 제주가 직면한 관광 위기를 진단하거나 해결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제주도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 오 지사는 5월 기자 간담회에서 "위생 관련 부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바가지, 불친절 등)가 없도록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 제주도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바가지요금 논란을 재우고자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하지만 그는 "사업체 운영과 관련해 행정이 과도하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고, 식문화 자체에 차이가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의 입장과 다소 동떨어져 있는 듯한 의견이다.

그로부터 한 달 전, 오 지사는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국인 관광객 감소에 대해 "단순히 관광객 숫자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 않는다"면서 "고품질 관광으로 대체되지 않으면 지속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도정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올 한 해 '제주 관광'을 유지하기 위한 대응 방안이 아닌, 제주를 위한 '지속 가능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바닥부터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우선 관광업계가 소비자를 보는 인식과 관광객들이 제주 여행에서 느낀 인식을 조사해, 간극을 좁혀가야 한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끊긴 2022년, 국내·외 여행지 가격 상승률이 평균 3%인 반면에 제주는 네 배가 넘는 14%를 기록했다. 제주도에 대한 '관심도'는 2022년 64%에서 지난해 46%로 떨어졌다.

이제라도 지역민과 관광업, 관광객 모두가 만족하는 '관광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이해관계자가 모여 소통하는 자리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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