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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금' 오예진의 경기 직전 카톡 "엄마, 메달 걸어줄게 딱 기다려"

[인터뷰] 파리 올림픽 '신기록 금메달' 사격 오예진 선수 어머니 송미순씨

등록|2024.08.01 10:30 수정|2024.08.01 10:30

▲ 7월 31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오예진의 어머니 송미순씨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제주의소리


"딸을 믿었기에 한 치 의심도 없었어요."

깜짝 금메달을 안겨준 사격 오예진(19, IBK기업은행) 선수의 어머니 송미순씨(51)는 31일 오전 제주시 도남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 "고향인 표선은 난리가 났다고 한다"며 "생각지도 못한 곳에 축하 현수막이 걸렸고 여기저기서 축하 전화가 쏟아져 감사할 따름"이라고 함박웃음 지었다.

오예진 선수는 지난 28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243.2점이라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특히 메달권 후보로 점쳐지지는 않았기에 그 의미가 남달랐다. 30일 이어진 혼성 공기권총 10m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아쉽게 인도에 패했지만, 4위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뒀다.
 

▲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여자 10m 공기권총 시상식에서 금메달 오예진, 은메달 김예지(이상 대한민국), 동메달 마누 바커(인도)가 갤럭시 Z플립6 올림픽 에디션으로 빅토리 셀피를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제주시 도남동의 한 식당에 오예진의 금메달 획득 소식이 실린 신문이 붙어있다. ⓒ 제주의소리


그의 소식에 제주는 그야말로 들썩였다. 지역 일간지에는 일제히 오예진 선수의 메달 획득 소식이 실렸고, 고향인 표선면을 비롯해 도내 곳곳에 많은 축하 현수막이 걸렸다.

경기 전 크라운제과사의 새콤달콤 레몬 맛을 즐겨 먹는다는 인터뷰에 크라운제과는 어머니가 일하는 식당으로 새콤달콤 7개 박스(630개)를 보내며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어머니의 휴대전화는 축하 전화로 쉴새없이 울렸다.

금메달 소식이 들려온 다음 날 전화가 닿은 송미순씨는 "딸을 믿었기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면서도 "아직 경기가 남아있어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가늘게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서는 기쁨도 잠시, 쏟아지는 관심이 혹여 남은 경기에 영향을 미칠까하는 걱정이 묻어났다.

하지만 모든 올림픽 일정을 마친 뒤 마주한 송씨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오예진 선수는 이미 국내 사격계에서는 '될성부른 떡잎'이라는 평을 받고 있었다. 지난해 고교부 9개 대회를 석권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두 번의 시니어 국제대회에서도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친구 따라간 사격장에서 뜻밖의 재능 발견
 

▲ 2024 파리올림픽 사격 여자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금메달을 딴 오예진 선수. ⓒ 제주의소리


사격을 처음 시작한 건 표선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일 때다. 친구를 따라간 사격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한 것. 이후 사격부가 있는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며 본격적인 선수의 길을 걸었다.

송씨는 "어느 날 예진이가 '사격이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하기에 재미 삼아 '한번 해보라'고 했는데 태극마크까지 달게 됐다"며 "국가대표만 돼도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는데, 상상도 못 한 올림픽 금메달을 따다니 정말 장하다"고 웃어 보였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상을 휩쓸고 다니며 자신감 넘쳤던 오예진이었지만, 세계 최강자들만이 모인 올림픽 무대에서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 송미순씨가 31일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 제주의소리


시종일관 옅은 미소로 이야기하던 그는 결선 경기 직전 딸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눈시울을 붉혔다.

송미순씨는 "예진이가 세계적으로 큰 무대에 서는 만큼 떨고 불안해했는데, 개인전을 치르기 전날 문자 한통을 보내왔다"며 "'엄마 목에 메달 걸어줄게. 딱 기다리고 있어'라고 하기에 '내 딸은 잘 이겨낼 수 있어. 불안한 마음은 엄마가 다 가져갈게. 엄마는 믿고 있다'고 담담히 응원했다"고 전했다.
 

▲ 오예진 선수의 경기 전날인 27일 모녀가 주고 받은 문자. 오예진 선수가 사랑스러운 딸이라 저장됐다. ⓒ 제주의소리


운동선수를 키우는 엄마로서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는 이야기에는 오히려 딸을 치켜세웠다.

그는 "예진이는 자신 때문에 온 가족이 시내로 이사 와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지 힘들다는 이야기를 단 한번도 꺼내지 않은 씩씩한 아이"라며 "오히려 먹고살기 바빠 예진이가 어릴 때 많이 챙겨주지 못한 게 아직도 미안하다"고 말했다.

모녀는 지난 4월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올림픽 사격 국가대표 선발전 이후 4개월 가까이 얼굴을 보지 못했다.

8월초 귀국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닭발과 마라탕을 특대로 사주겠다"고 말하며 호탕하게 웃었다.

송씨는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얼큰한 음식을 먹으며 훌훌 털어버렸던 예진이다. 얼른 가족 품으로 와서 단 휴식을 취하고 아시아선수권대회, 전국체전 등 남은 대회를 차분하게 치러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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