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한국이 개발한 벼 품종 라오스에서 재배된다

[인터뷰] 권도하 소장(라오스 코피아 센터)

등록|2024.08.02 10:13 수정|2024.08.02 10:13

라오스 코피아 센터 권도하 소장과 직원들한국과 라오스의 협력을 통해 라오스 농업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라오스 비엔티안의 상징인 빠뚜싸이에서 자동차로 약 10킬로미터를 달리면 라오스 국립대학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다시 1킬로미터를 더 가면 라오스 농림연구청(National Agriculture and Forestry Research Institute, 이하 NAFRI)이 위치하고 있다. NAFRI는 농업, 축산, 수산, 산림을 연구하는 라오스의 대표적인 연구기관이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의 라오스 코피아 센터(KOrea Partnership for Innovation of Agriculture, 해외농업기술개발사업)가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라오스 농업 산업은 GDP의 15.5%를 차지하며, 노동 가능 인구의 62%가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핵심 산업이다. 이러한 중요성에 따라 라오스는 농업에 대한 투자와 변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으며, 특히 선진 농업 기술 습득과 기후변화에 대비한 농업 경쟁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라오스 코피아 센터는 NAFRI와 협력하여 맞춤형 농업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라오스 농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최근 라오스 코피아 센터 권도하 소장을 만나 라오스 농업의 생산성 향상, 농가 소득 증대, 그리고 기후변화 대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는 7월 18일 라오스 코피아 센터에서 진행됐다.

NAFRI와 함께 생산증대, 기후변화 대비 등 라오스 농업의 변화 이끌어

-코피아 라오스 센터는 어떤 곳인가?

"코피아 라오스 센터는 우리나라의 선진 농업 기술과 노하우를 세계와 공유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22개국에 센터를 운영해 농업 발전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9개국 중 하나인 라오스에는 2016년에 코피아 라오스 센터가 설립됐으며, NAFRI와 쌀연구소, 축산연구소, 원예연구소, 고지대농업연구소 등과 협력해 다양한 농업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코피아 라오스 센터는 라오스의 기후, 토양, 농작물 등을 고려해 필요한 농업 기술을 연구하고 있으며, 그동안 '누에 신품종 육종', '양계 및 양돈 육종 생산 기술 개발', '라오스 기후변화에 대응한 채소종자 육종 시험', '라오스 식량 및 영양안보를 위한 두류 생산성 향상'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또한 '루앙프라방 지역 만다린 수확량 및 품질 향상을 위한 기술 개발', '우기의 적정 채소 품종 개발', '재래종 닭의 신품종 개발 및 국가 품종 등록', '콩 생산 증대 및 콩 가공 기술 개발', '라오스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복합 기후 적응성 쌀 신품종의 보급' 등의 프로젝트도 수행했다.

현재 코피아 라오스 센터는 '쪽파 생산 및 수확 후 관리 기술 개발', '식량안보 확보를 위한 복합 기후 적응성 쌀 신품종의 확대 보급', '남박 지역 만다린 생산성 향상 실증 사업', '벼 종자 생산 및 재배 기반 조성 패키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권도하 소장 / 라오스 코피아 센터오스 코피아 센터 전시포장을 둘러보고 있다. ⓒ ACN아시아콘텐츠뉴스


벼 품종 4종· 닭 품종 1종 국가 품종으로 등록

- 라오스 진출 10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나?

"코피아는 그동안 12개의 연구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으며, 현재 4개의 과제를 진행 중이다. 가장 큰 성과로는 벼 품종 4종과 닭 품종 1종을 새롭게 개발해 국가 품종으로 등록한 것이다. 또한 다양한 작물의 생산성 향상과 신기술 도입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를 라오스의 연구기관과 농민들과 공유해 이들의 자립을 도왔다."

- 우리가 개발한 쌀 품종이 라오스 쌀 품종으로 등록됐다는 의미는 뭔가?

"우리가 개발한 쌀이 라오스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재배될 수 있는 품종이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라오스는 잦은 가뭄과 홍수 등 기후 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특히 부족한 관개시설로 물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라오스 벼 연구소와 협력해 라오스 북부의 루앙남타, 중부의 비엔티안, 중남부의 사바나켓, 그리고 남부의 찬파삭 지역에서 잘 적응하는 품종을 개발했다. 우리가 개발한 쌀은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복합 기후저항성' 4종으로 이 품종들은 가뭄이나 홍수에도 잘 견딘다. 또 각 지역의 토양과 환경에 맞춰 개발됐기 때문에 라오스 농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합 기후저항성 벼는 왜 필요하게 되었나?

"라오스 농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쌀은 라오스 농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라오스 농경지의 60% 이상이 벼농사에 이용될 만큼 쌀은 라오스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논이 빗물에 의존하는 천수답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기상 변화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라오스는 2000년대 이후 쌀 자급자족을 달성했지만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생산량이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고 이에 따라 라오스 정부는 쌀 생산량을 안정화하고 쌀 수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복합 기후저항성 벼 품종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라오스, 기후변화 대비 K-농업 기술 전수 기대

라오스의 농업 분야에서도 기후변화 대비도 필요해 보이는데?

"기후 변화는 이제 지구촌 모든 국가가 직면한 공통의 과제로, 과거에는 문제없이 재배되던 작물이 생존하기 어려워지고, 새로운 병해충이 발생하며, 재배 적지가 변화하는 등 농업 환경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농업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라오스 역시 이러한 노력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선진 농업 기술 전수를 원하고 있다."

-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우리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라오스인들의 농업 자립을 실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NAFRI를 비롯한 현지 기관과 협력해 사업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축적된 모든 노하우가 라오스에 전수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농민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현대적인 농기계를 지원해 농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농산물 가공 및 판매 지원을 통해 농민들의 실질 소득 증대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라오스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어떤 것인가?

"지난 4월 1일 라오스에 부임했을 때의 설렘과 강렬한 더위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40도를 웃도는 뜨거운 태양 아래 서 있는 순간 '이 더위를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혹독한 기후와 함께 한국의 빠른 업무 처리와는 다른 라오스의 행정 처리 속도에서 시스템의 차이를 실감하고 있다. 그러나 100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거의 쉬는 날 없이 전국 현장을 다니며 농민들과 직접 만나면서 그들의 순박한 모습에 매료됐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밝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어릴 적 시골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현장에서 라오스 사람들을 만나면서 점차 라오스의 매력을 느끼고 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새로운 기술이나 품종을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를 널리 알리고 많은 농업인들이 실제로 활용하도록 하는 일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농가에 전파되지 않으면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술 보급을 위해서는 찾아가는 농촌 교육과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에게 라오스는 K-농업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하다. 내년에는 코피아 라오스 센터가 1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해 그동안의 성과를 집대성한 '코피아 라오스센터 성과집'을 발간해 라오스 농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ACN아시아콘텐츠뉴스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