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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대법관 각 부에 1명씩..." 첫 재야 대법관의 긴 퇴임사

[김선수·노정희·이동원 대법관 퇴임] 이례적으로 국회 향해 많은 요구 밝혀

등록|2024.08.01 13:47 수정|2024.08.01 13:52
   

▲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이 1일 퇴임했다. ⓒ 대법원


1일 대법관 세명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김선수, 노정희, 이동원 대법관이다. 이들은 모두 퇴임사를 남겼다. 특히 김 대법관의 퇴임사는 다른 대법관보다 두배 정도 길었다.

김선수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 여전히 중요... 판사 절대적인 숫자 부족"
 

▲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이 1일 퇴임했다. ⓒ 대법원


"평생 법관으로 살며 법대 위에서 사회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동료 대법관들에게 법대 아래에서 전개되는 구체적인 사회 현실, 특히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소외를 잘 전달하여 올바른 판결을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대법관이 각 부에 1명씩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헌정 사상 최초 비(非) 판·검사 출신으로 대법관을 역임한 김선수(63·사법연수원 17기) 대법관이 1일 퇴임하며 밝힌 입장 중 일부다.

"재조(판사와 검사) 경력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임명된 최초의 대법관"이었던 그는 "대법관 취임 이후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최종심이라는 막중한 책임 앞에서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일어날 수도 있는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기 어려웠다. 매 순간 살얼음을 밟듯, 칼날 위를 걷듯, 지뢰밭을 헤쳐나가듯 초긴장 상태에서 집중했었다"라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대법원 1부는 제 임기 72개월 중 약 22개월 동안 남녀 동수의 대법관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그러한 구성이 균형 잡힌 토론과 결론을 도출하는 데 도움을 줬다"라며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가치와 방향은 여전히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이례적으로 입법권을 담당하고 있는 국회를 향해 당부의 말을 길게 했다. 구체적으로 김 대법관은 ▲판사 증원 ▲신규 법관 임용트랙 다양화 ▲사법부의 예산 편성과 운용과 관련해 대법원에 자율권 인정 ▲검사 불기소처분에 대한 통제장치로 재정신청제도 개선 ▲조건부석방 제도 도입 ▲국민참여재판제도 개선 통한 활성화 ▲형사 법정 구조 개선 ▲한국형 디스커버리제도(민사소송 증거 개시 제도) 도입 등을 요구했다.

이어 ▲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서 '징벌배상제' ▲다수 피해자의 효과적인 권리구제를 위하여 대표당사자에 의한 '집단소송제도' ▲수사단계부터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공적변호인제도' ▲'대체적 분쟁해결절차' 활성화 ▲노동분쟁의 전문적이고 신속하며 공정한 해결을 위한 참심형 또는 준참심형 노동법원 도입 등에 대한 국회의 입법이 필요하다고 김 대법관은 덧붙였다.

김 대법관은 전북 진안 출생으로 1988년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다. 헌법과 노동법 전문가로 오랫동안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 인권 신장을 위해 활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사법개혁담당비서관을 지내고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도 맡았다.

노정희 "사법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 책무 있어"
  

▲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이 1일 퇴임했다. ⓒ 대법원


노정희(61·19기) 대법관도 법원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말을 남겼다.

노 대법관은 "저는 대한민국 법원이 사법주권을 회복한 후 70여 년의 역사에서 역대 148번째 대법관이자 7번째 여성 대법관으로 취임했다"며 "대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다양한 사회 구성원, 특히 여성과 아동,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절절한 목소리가 우리 사회에 들려질 수 있도록 노력했으나 저의 부족함을 절감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 노 대법관은 "사법부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를 위한 헌법 정신을 사법부의 모든 업무 수행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할 책무가 있다"며 "그리고 이를 위해 사법부의 구성 자체에도 다양성의 가치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이 꾸준히 이뤄지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노 대법관은 "최근 법원의 판결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 대신 즉흥적이고 거친 언사로 비난하는 일 등이 잦아지고 있다"면서 "이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사법부 독립의 뿌리를 갉아먹고 자칫 사법부 구성원들의 사명감과 용기를 꺾을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법관은 광주 출생으로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광주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법원도서관장을 역임했다. 노 대법관은 여성과 아동 인권에 관해 연구하며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동원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 김선수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이 1일 퇴임했다. ⓒ 대법원


함께 퇴임한 이동원(61·17기) 대법관은 후배 법관들에게 지켜야 할 원칙을 당부했다.

이 대법관은 "법관이 개인으로서의 법관이 아닌 전체 법원을 대표하는 지위에서 법대로 공정하게 재판해야 법의 지배를 온전히 이룰 수 있다"며 "법관은 정치적 압력 등 외부 압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할 뿐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부터, 즉 법관 자신의 개인적 소신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법관마다 헌법과 법률, 양심에 대한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재판의 자리에 서는 사람들은 항상 사람이 지배하는 재판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법관은 다른 사람들, 특히 다른 법관들이 생각하고 있는 헌법과 법률, 양심이 어떠한지 귀 기울여야 한다."

이 대법관은 법원 직원들의 처우 개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직원은 법관과 함께 이 나라의 사법부를 구성하고 있다. 하나의 재판이 성립하는 과정에는 법관 뿐 아니라 법원직원의 헌신과 노력이 더해진다"며 "법원직원의 역량에 어울리는 직무와 처우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법관은 "사법보좌관의 증원과 직무영역 확장은 법관들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판 현장에서의 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사법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대법관은 서울 출생으로 1991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했다. 법관 경력 27년 동안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전주지법·서울중앙지법·대전고법·서울고법 부장판사 등 각급 법원에서 재판 업무를 골고루 담당했다.

한편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경필·박영재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어린 자녀의 '아빠 찬스' 논란이 불거진 이숙연 후보자에 대해서는 채택을 보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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