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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MVP' 페디, 세인트루이스의 운명 바꿀까

[메이저리그] 우승 청부사 활약 기대

등록|2024.08.02 14:35 수정|2024.08.02 14:35

▲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에릭 페디(출처: 세인트루이스 구단 공식 SNS) ⓒ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지난해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 최초로 트리플 크라운 달성과 MVP 수상을 동시에 이뤄내며 메이저리그로 금의환향한 에릭 페디가 최근 성사된 삼각 트레이드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ML 복귀 후 최하위권 팀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에이스로 활약한 페디는 LA 다저스까지 가세한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NL 중부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계약했던 페디는 올시즌 현재까지 7승 4패 평균자책점 3.11 121.2이닝 108탈삼진 WHIP(이닝 당 주자 허용) 1.08 b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4.8(리그 2위)의 우수한 성적을 기록 중이었다. PS 진출을 위해 선발 보강이 간절했던 세인트루이스는 페디를 최우선 영입 대상으로 낙점하고 삼각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세인트루이스는 페디를 영입하기 위해서 지난 WBC에서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출전했던 골드글러브 유틸리티 플레이어 토미 에드먼을 LA 다저스에 내줄 만큼 페디의 후반기 투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양해진 투구 패턴, 페디의 새출발이 기대되는 이유

과거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한 차례 실패를 겪고 KBO리그로 무대를 옮겼던 페디가 올시즌 예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비결은 투구 패턴을 다양화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우타자 상대 승부의 열쇠는 NC 다이노스로 이적하면서 익혔던 스위퍼(횡방향으로 크게 휘어져나가는 슬라이더)다.

KBO리그에서 0.184라는 최상위권의 피안타율을 기록했던 페디의 스위퍼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 이하의 무브먼트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우타자 상대로는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정교한 커맨드로 공략하면서 피OPS 0.436으로 굉장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 올시즌 페디의 우타자 상대 스위퍼 투구 분포도
 

▲ 페디의 올시즌 우타자 상대 스위퍼 투구 분포도(출처:?베이스볼 서번트) ⓒ 베이스볼서번트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의 결정구 뿐 아니라 패스트볼 계열 구종처럼 카운트를 잡기 위한 주력 구종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스위퍼 제구가 좋은 것이 페디의 가장 큰 장점이다.

페디는 스위퍼를 통해서 카운트를 잡고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는 오히려 허를 찌르는 싱커 혹은 때로는 보조 구종인 커터를 구사해서 상대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잡아내는 패턴도 자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패턴으로 상대 타자들과 승부를 펼칠 수 있기에 페디는 KBO 진출 전과 달리 우타자들과의 승부에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좌타자 상대 승부에서는 올시즌을 앞두고 집중 연마한 체인지업이 피OPS 0.557로 위력을 발휘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페디의 체인지업은 시즌 초반 스플리터로 분류되기도 했을 정도로 이전에 그가 던지던 체인지업과는 상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무브먼트는 평범하지만 뛰어난 커맨드 능력을 바탕으로 좌타자의 바깥쪽 낮은 코스를 정교하게 공략하고 있다.

올시즌 페디는 좌타자를 상대할 때에 2스트라이크 이후 구사하는 싱커를 빠른 볼카운트 상황에서 던지는 바깥쪽 낮은 코스가 아니라 커터와 같은 몸쪽 높은 코스에 구사하는 등 다양한 패턴으로 상대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이처럼 좌타자 상대 시에 패스트볼 계열 구종들로 몸쪽 높은 코스를 공략하기 때문에 바깥쪽 낮은 코스로 떨어지는 페디의 체인지업은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 0.111이라는 뛰어난 피안타율을 기록하는 등 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그 평균 이하의 구위, 압도적 투구는 어려워

올시즌 현재까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페디이지만 압도적 에이스의 면모를 보이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부분들이 보인다.

우선 구위 측면에서 페디는 평균 이하의 투수로 평가되고 있다. 체인지업의 낙차 폭이 리그 평균 대비 2인치(5cm) 정도 우수한 것을 제외하면 페디가 구사하는 구종들은 수직-수평 무브먼트에서 모두 평균 이하의 수치를 기록 중이다.

4월까지는 9이닝당 9개 이상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좋은 탈삼진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상대 타자들이 페디의 체인지업에 적응하면서 전체적으로는 평균 이하의 헛스윙 비율(22%/리그 평균 25%)을 기록하는 등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 페디가 부진했던 경기들을 살펴보면 원하는대로 커맨드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나타났다. 페디가 원하지 않았던 비교적 가운데로 몰리는 공들은 여지없이 상대 타자들에게 공략당하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결국 페디의 투구는 정교한 커맨드가 핵심임을 알 수 있다.

더불어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의 제구 난조 또한 페디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올시즌 페디는 리그 평균보다 우수한 볼넷 비율(7%)을 기록할 정도로 준수한 제구력을 보이고 있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의 비율이 52%로 높은 편이다.

특히 2스트라이크 이후 상황에서 비교적 크게 벗어나는 공의 비율이 리그 선발 투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44%임 만큼 페디가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나란히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페디와 토미 팸(출처: 시카고 화이트삭스 구단 공식 SNS) ⓒ 시카고화이트삭스


올시즌 트레이드 시장에서 선발 투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던 만큼 세인트루이스가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페디를 포함 토미 팸까지 영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디 본인에게도 최하위 팀인 시카고 화이트삭스를 떠나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고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이적한 것이 동기 부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MLB팀 최초 방한 이력, 최근에는 오승환, 김광현, 에드먼이 뛰는 등 한국과의 인연이 이어지고 있는 세인트루이스로 이적한 페디가 남은 기간 호투를 이어가며 팀의 PS 진출을 견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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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MLB.com, 베이스볼서번트, 팬그래프, 케이비리포트(kbreport)]
덧붙이는 글 (글: 이종석 /감수: 민상현 기자) 스포츠 객원기자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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