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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PD 쫓아낸 간부도 방문진 이사 복귀, "방송장악 정점"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⑦] MBC 출신 윤길용·이우용 이사, MBC 사장 교체 공언하기도

등록|2024.08.01 19:55 수정|2024.08.02 06:19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임명 강행과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는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한겨레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편집자말]

MB에 돌직구 날린 해직언론인최승호 MBC 해직PD가 지난 2013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질문을 한 뒤 경호원들의 제지를 받고 있는 모습 ⓒ 권우성

윤석열 정부 비판 언론을 상대로 '가짜뉴스' 여론몰이하거나, 이명박 정부 당시 MBC 간부로 있으면서 MBC 노조를 탄압한 인물들도 공영방송 이사 직함을 달고 복귀한다. 지난달 31일 군사작전처럼 속전속결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대통령 추천 위원 2명(이진숙, 김태규)끼리 비공개로 결정한 사안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 재가한 당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5시 방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3시간 정도 회의 끝에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MBC 대주주)와 KBS 새 이사진 선임을 의결했다. 방문진 이사 정원 9명 가운데 6명, KBS 이사는 11명 가운데 7명이 이날 회의에서 확정됐다.

<오마이뉴스>를 비롯, 5개 언론사로 구성된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지난달 31일 KBS와 방문진 등 공영방송 이사로 지명된 13명의 경력과 행적을 들여다봤다. 그 결과 공정언론국민연대(아래 공언련)와 그 유사단체 관련 소속 인사는 모두 4명이었다. 과거 MBC 노조 탄압에 가담했던 MBC 간부 출신,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을 상대로 '가짜뉴스' 여론몰이를 한 단체 소속 인물도 있었다.

최승호 PD 좌천시킨 윤길용, 방문진 이사로 복귀 
 

▲ 지난 2023년 7월 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앞에 보수단체 근조화환이 둘러져 있다. ⓒ 소중한


방통위에서 새롭게 선임한 윤길용 방문진 이사는 울산 MBC 사장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러 단체에서 활동했다. 새미래포럼 발기인, 가짜뉴스뿌리뽑기범국민운동본부(가짜뉴스운동본부) 가짜뉴스선정위원장, 그리고 공영방송정상화범국민투쟁본부 MBC정상화투쟁본부에서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았다.

윤 이사가 활동했던 단체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먼저 새미래포럼은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도 고문으로 활동한 단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의힘 의원실 등과 함께 국회에서 각종 '가짜뉴스' 관련 세미나를 8차례 이상 열었다. 또 이 단체는 지난해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짜뉴스 시상식' 행사를 후원했다. 가짜뉴스운동본부가 진행하는 '가짜뉴스 시상식'은 이른바 '가짜뉴스 퇴치'에 힘쓴 공로자에게 상을 수여했다.

1회 수상자는 유튜버 '한동훈삼촌TV(김기환씨)' 등인데, '한동훈삼촌TV'는 'KBS 정상화 운동'이라며 2022년 6월부터 KBS 앞을 근조 화환으로 에워싸고 욕설 방송을 하기도 했다. 윤길용 이사가 상임공동본부장을 맡은 'MBC정상화투쟁본부'도 지난해 MBC 앞에 근조화환을 세우면서 '화환 투쟁'을 이어갔다. 현재 서울 마포구 MBC 사옥 앞에는 여전히 근조화환이 내걸린 상태다.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열린 '가짜뉴스 백서 출판기념회' 패널로 참석한 윤길용 이사는 "현재 민주노총 언론노조원들이 홍위병이 아니라 '킬링필드'의 크메르루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안경 쓰면 죽이고 총알이 모자라 가스실에서 죽였다"며 "이번이 MBC가 마지막으로 변할 기회다. 정말 이건 생존 투쟁, 죽음으로써 결기가 있지 않으면 영원히 MBC는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길용 이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최승호 PD를 MBC 'PD수첩'에서 쫓아낸 장본인이다. 그는 2011년 2월 MBC 시사교양국장으로 발령난 뒤 최 PD를 향해 "힘드니까 좀 쉬어야 한다"거나 "자유로움을 주자"라면서 공개 좌천시켰다. 최 PD를 비롯한 'PD수첩' PD 6명은 2011년 3월 타 부서로 전출됐고, 시사교양국 PD들은 "철저히 'PD수첩'을 무력화시키고 고사시키기 위한 인사"라고 반발했다.

김재철 당시 MBC 사장과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 출신으로 '직속 후배' 평가를 받은 윤 이사는 임기 내내 '보복 인사' 논란을 빚었다. 2011년 3월 '이명박 대통령 국가 조찬기도회 무릎기도 논란'을 취재하려던 'PD수첩' 제작진을 막았고 제작 중단 지시를 거부한 PD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2011년 5월에도 아이템 검열에 반발한 PD를 비제작 부서로, 성명서 작성을 주도한 PD는 경인지사로 전출시켰다. 2011년 7월 법원은 PD들의 부당인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2011년 11월 MBC 크리에이티브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긴 윤 이사는 2012년 4월 편성국장을 거쳐 2013년 6월 울산MBC 사장, 2017년 3월 MBC NET 사장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울산MBC 사장 시절 MBC 고위 임원에게 고액 선물과 골프 접대를 했다는 업무추진비 횡령 의혹으로 2017년 감사를 받았지만, 갑작스런 감사국 인사이동 등으로 제대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이사는 지난해 8월 '스카이데일리' 인터뷰에서 "언론노조가 '언론부역자' '언론적폐'라는 낙인을 찍어 탄압하고 사표 낼 것을 압력했지만 잘못한 것이 없기에 버텼다"며 "2017년 10월에 서울지검에서 횡령 배임으로 조사를 받으라고 연락도 왔다. 결국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가 나왔지만, 여러 차례 검찰에 불려가 조사받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모멸감을 느낀다"고 했다.

MBC 정상화투쟁본부 상임공동본부장인 윤 이사는 지난해 11월 'MBC 정상화투쟁 개시 선언식'에서 권태선 현 방문진 이사장과 안형준 MBC 사장의 사퇴를 외쳤다. 윤 이사는 "현재의 MBC라면 해체가 정답"이라며 "언론이라면 공정보도가 생명인 데도 오로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적개심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2008년 'PD수첩' 광우병 사태를 비롯해 이런 적폐가 오늘날의 MBC를 출렁이게 만들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미화 교체 주도한 이우용도 방문진 이사... MBC 사장 교체 공언
 

▲ 국정원 공영방송 장악과 관련 이우용 전 MBC라디오본부장이 지난 2017년 10월 3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며, 질문하는 기자들을 뿌리치며 조사실로 향하고 있다. ⓒ 권우성


이우용 방문진 이사는 춘천 MBC 사장 출신으로 '자유민주시민연대(자시연)'의 조직국에서 언론미디어 분야를 담당했다. '자유우파 세력을 강력히 지지하기 위해'라는 목적을 내걸고 2019년 결성된 단체다.

이 단체는 공정언론국민연대 가맹단체는 아니지만 공언련과 함께 활동해 왔다. 지난해 11월, 자유민주시민연대와 공언련은 이동관 당시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반대 성명을 공동으로 냈다. 지난 5월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는 '우남 기억 범국민운동본부'에 함께 가입하기도 했다.

이 단체 활동과 관련해 이우용 이사는 공동취재팀에 "저는 발기인 등록하고 한두 달 만에 그만뒀다. 이상한 주장을 하는 것 같아서 나왔다"고 답했다.

이 이사는 방문진 이사 지원 동기에서 "MBC는 노영방송 또는 특정 정당의 대변인이라는 평을 들은 지 오래"라 "공정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진 유능한 경영진을 발굴하는 것"이라며 MBC 사장 교체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우용 이사는 지난 2011년 2월 MBC 라디오본부장으로 임명되고,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를 진행하던 방송인 김미화씨의 교체를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뉴스브리핑을 맡던 김종배 평론가도 퇴출당했고 주요 사회 현안에 목소리를 내던 배우 김여진씨는 출연이 무산됐으며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도 사라졌다.

그는 지난 2011년 6월 윤길용 이사와 함께 MBC PD협회에서 제명됐다. MBC PD협회는 당시 성명에서 "이우용 본부장이 살생부 놀이를 즐기고 있는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며 "김미화씨에 이어 본부장의 정치적 취향과 맞지 않는 사람은 이유를 불문하고 '신뢰성 없는 인물'로 낙인찍어 방송에서 퇴출시키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이우용 이사는 이후 2014년 춘천MBC 사장, 2016년부터 MBC C&I 고문을 역임했다. 2024년 3월부터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으로도 활동했다.

윤길용 이사와 이우용 이사는 지난 2017년 국정원 'MBC 장악 문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우용 이사는 공동취재단 관련 질의에 "국정원 문건 내용이 무엇인지 들은 바도 없다"며 "검찰 조사로 종결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윤길용 이사는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이인철·허협 KBS 이사도 바른언론시민행동 등 보수단체 활동

변호사인 이인철 KBS 이사는 공언련 전신인 국민언론감시연대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바른언론시민행동 법률지원단, 자유미디어국민행동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이인철 이사는 새미래포럼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실 등이 주최한 '1공영 다민영, 방송체제 정상화', 새미래포럼과 자유언론국민연합 등이 주최한 '공영방송 정상화: 좌표와 전략' 등 각종 국회 세미나에 수차례 토론자, 패널로 참석해 공영방송 민영화 등을 주장했다.

허엽 KBS 이사도 이인철 이사와 함께 바른언론시민행동 소속으로 이 단체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바른언론시민행동은 자체 모니터단인 '진실수호실천단'을 위촉해 '가짜뉴스'를 선별하고 있다. '트루스가디언'이라는 친여 매체의 편집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영방송 이사들이 이같은 인물로 채워지면서,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KBS본부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지난달 31일 성명을 통해 공영방송 이사 지원자 일부가 이진숙 위원장 기피신청을 낸 것을 이 위원장 스스로 각하하고 의결을 강행한 점을 지적하면서 "명백한 방통위법 위반, 이 자체만으로 이번 방문진 이사 선임은 원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이진숙을 앞세워 MBC 장악의 정점을 찍겠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한 비이성적 뇌 구조"라고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1일 성명을 내고 새로 뽑힌 KBS 이사들을 "부적격 인물"로 규정했다. KBS본부는"(KBS 이사회를) 박민 사장이 KBS를 파괴하는 데 협조하는 거수기 정도로 생각한 것 아니냐"면서 "차라리 KBS 이사회를 해체하라, 윤석열 정권은 이번 이사 선임을 통해서도 KBS를 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였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KBS 이사선임안을 재가했다. 차기 방문진 이사 임기는 오는 13일부터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향후 KBS 시청자위원 명단이 확정되고 EBS 이사 선임 절차도 마무리되면, 이들의 행적도 분석해 보도할 예정이다.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①] "언론 입틀막 완성하라"... 이진숙의 'MBC 장악' 배후는 https://omn.kr/29f91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②] 어뷰징 매체에 여론전 의뢰... 그 핵심에 등장한 이진숙 https://omn.kr/29hys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③] 이진숙 'MBC 노조 비방' 여론전, 어뷰징 매체와 2억 5천 계약 https://omn.kr/29k04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④] 공언련과 사정기관, 윤 정부 '언론장악' 손발로 움직였다 https://omn.kr/29lyk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⑤] MBC사장 교체→민영화... 이진숙의 '언론장악' 시나리오? https://omn.kr/29me6
[언론장악카르텔 추적⑥] 이력서 엉터리로 쓴 김건희 옹호론자 발탁한 '이진숙 방통위' https://omn.kr/29nhu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신상호(오마이뉴스) 박종화 박상희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IN) 기자 박강수(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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