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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탁구장의 이모 삼촌들이 신유빈을 응원합니다

12년 만 올림픽 메달 따낸 탁구... 입문 2년째인 저, 경기일정 확인하며 하루 시작해요

등록|2024.08.02 10:17 수정|2024.08.02 10:23
요즘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지구촌뿐만 아니라 내가 다니는 동네 탁구장까지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오늘 탁구 경기 있어요?"
"오늘 신유빈 경기 어디서 중계해요?"
"빨리 TV 틀어봐요." 


한국 선수들의 탁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모두들 경기 시간과 중계 채널을 확인하느라 바쁘다. 동호인들끼리 경기를 하다가도 중계를 본다며 서둘러 집으로 향하거나 아예 근처 치킨집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기도 한다.

탁구에 입문한 지 2년째인 내가 탁구 경기 일정을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모두 우리나라 탁구 선수들이 선전을 펼치는 까닭이다.
 

▲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8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일본 히라노 미우를 상대로 마지막 승점을 따내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제적인 대회를 보노라면 하루아침에 떠오르는 스포츠 별들이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선수는 단연 탁구의 신유빈 선수가 아닐까 싶다(관련 기사: '삐약이' 신유빈이 해냈다, 20년 만에 준결승 오른 탁구 단식 https://omn.kr/29nj5 ).

작년 10월 폐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매우 고무적인 '사건'이 있었다. 여자 탁구 복식경기에서 대한민국의 선수 전지희, 신유빈 조가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현정화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한 이래 34년 만의 쾌거다. 결승 상대가 북한 선수들이라는 점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남북한 여자 탁구선수들이 아시아 탁구를 접수한 셈이니 말이다. 일반인들의 탁구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현재 진행형인 신유빈의 메달 사냥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부터 2년 후 2024년 7월 파리올림픽. 신유빈이 다시 한국 탁구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임종훈과 짝을 이룬 신유빈이 세계의 강호들을 물리치고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 낸 것이다. 무려 12년 만의 메달이다. 앞으로도 여자 단식과 단체전이 남아 있어 신유빈의 메달 사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14세 나이에 최연소 탁구 국가대표로 선발된 신유빈은 일약 '국민 삐약이'로 통한다. 그가 어린 시절 출연했던 예능 프로그램은 '탁구성지순례지'가 되었다. 노란색 치마에 한 손에는 쭈쭈바를, 또 다른 손에는 자기 얼굴보다 큰 탁구채를 들고 나와 '밥보다 뽀로로보다 탁구가 좋아!'라고 했던 어린 소녀가 이제는 어엿한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스타킹에 출연한 어린 신유빈 선수TV프로그램 '스타킹'에서 탁구 신동으로 소개된 신유빈선수. '밥보다 친구들보다 탁구가 좋아'라던 5살 어린 소녀는 지금 대한민국 탁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했다. ⓒ 변영숙


자신의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당당히 꿈을 이루어가는 소녀의 모습에서 울컥하면서도 감사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다섯 살 나이에 전 국민 앞에서 밝힌 그녀의 꿈 '6개의 금메달'이 꼭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참고로 그녀는 벌써 금메달 하나와 동메달 4개를 땄다. 이제 메달의 색깔만 바꾸면 된다.

1880년대 영국의 상류층 사람들이 저녁 식사 후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생각하다가 당시 유행하던 잔디 테니스를 변형해 즐기기 시작한 것이 탁구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탁구의 기원으로 따지면 140년의 역사를 가진 운동이다.

처음부터 탁구 장비나 경기 룰이 지금처럼 완벽하게 세팅이 된 것은 아니다. 모든 것이 어설펐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장비로 사용됐다. 책을 일렬로 늘어 세워 네트처럼 사용했는가 하면, 와인 코르크의 윗부분을 잘라 탁구공으로 사용했고, 시가 상자 뚜껑이 라켓이 되었다.

탁구가 정식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1988년 서울 올핌픽에서이다. 1926년 런던에서 첫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이후 60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올림픽위원회 홈페이지 자료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4천만 명의 엘리트 탁구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일반 동호인들의 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운동 중의 하나가 탁구라는 것이다.

이변, 또 이변... 침체돼 있던 한국 탁구 발전의 원동력 되길 

현재 탁구 최강국은 누가 뭐라고 해도 중국이다. 1988년부터 2021년까지 37개의 금메달 중에 32개의 금메달을 중국 선수들이 차지했다.

장지커, 마롱, 판젠동, 쑨잉샤, 첸멍 등 전설적인 선수들이 탁구계 정상을 지키며 중국 탁구의 아성을 견고히 수호하고 있다. 독일, 일본,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훌륭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으나 여전히 중국의 성은 만리장성만큼이나 높고 견고해 보인다.

과연 중국 탁구의 아성은 무너뜨릴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인 것인가. 지난밤에는 중국 탁구의 에이스이자 세계 랭킹 넘버 1인 왕추친 선수가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세계 26위인 스웨덴의 트룰스 뫼레고르 선수에게 패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이번 올림픽에서의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지켜보면서 또 다른 이변을 기대해 본다. 그 이변이 그동안 침체되어 있던 우리나라 탁구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 믿는다.

4강에 오른 신유빈은 오늘(2일) 오후 8시 30분에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중국 선수와 겨루게 됐다. 지금 전국 모든 탁구장의 이모 삼촌들이, 신유빈 선수를 포함한 대한민국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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