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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축구는 올림픽 메달 노리는데, 한국은 어쩌려고 이러나

올림픽 암흑기 맞이한 한국 구기종목... 라이벌 일본은 그야말로 '황금기'

등록|2024.08.02 15:29 수정|2024.08.02 15:29
현재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 세계인의 스포츠 제전인 '2024 파리올림픽'이 한창이지만, 한국에서는 그 열기와 관심이 다소 이전 대회들만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축구·농구·배구 등 주요 구기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이번 파리 올림픽의 구기 종목은 축구·농구·배구·하키·럭비·수구·핸드볼 등 총 7개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을 제외한 남녀 구기 종목이 모조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잠시 부활했던 야구와 소프트볼도 이번 대회에서는 다시 정식 종목에서 제외돼 아예 경기가 열리지 않는다. 한국이 48년 만에 하계올림픽 출전선수단 규모가 200명 이하로 감소한 것도 인원 수가 많은 구기 종목이 대거 빠져서다.

유일한 희망 여자핸드볼마저...
     

▲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스웨덴의 경기. 한국 강경민이 슛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최고 인기 종목인 남자축구를 올림픽에서 볼 수 없게 됐다는 게 많은 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일 테다. 한국 남자축구는 1988 서울올림픽부터 지난 도쿄 대회까지 9회 연속 본선에 올랐을 만큼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올림픽 단골 손님이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열린 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황선홍 감독이 이끌었던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의 인도네시아와 8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분패하며 아시아 국가에 배정된 3.5장의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내지 못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본선에 나가지 못하는 건 1984년 이후 무려 40년 만이었다.

여자축구는 지난해 11월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넘지 못하고 일찌감치 탈락했다. 여자축구는 아직까지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남녀 농구도 파리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다. 여자농구는 지난해 6월 아시아컵 탈락으로 본선 티켓을 따지 못했다. 남자농구는 지난해 8월 올림픽 사전자격예선이 열린 시리아가 여행금지국가라는 이유로 참가를 포기해 본선에 도전할 마지막 기회도 얻지 못했다. 남자농구가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은 것은 무려 28년 전인 1996 애틀랜타 대회가 마지막으로, 프로출범(1997년) 이후 한번도 나가보지 못하고 있다.
   
4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월드스타' 김연경을 앞세워 4강신화를 달성하며 한국 구기의 자존심을 세웠던 배구도 이번 대회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김연경이 은퇴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아시아 예선에서 7전 전패로 일찌감치 탈락하며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6년 만에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수모를 겪었다. 남자 배구는 상위 24개 팀이 치르는 올림픽 예선에 들지 못했고, 2000 시드니 이후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하면서 세계 배구와 점점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 남자농구와 흡사하다.

4대 프로스포츠 외에 비인기 종목 역시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때 올림픽 단골 손님이자 메달까지 획득한 효도 종목으로 꼽히던 하키는 남녀 모두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남자는 2012 런던 대회, 여자는 2016 리우 대회 이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남자핸드볼도 런던 대회를 이후 3회 연속 본선진출에 실패하고 있다.

유일한 희망인 여자핸드볼마저 파리 올림픽에서 고전하고 있다. 한국은 A조에서 1승 3패를 거둬 8강 진출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은 독일과 1차전에서 23-22로 기분 좋게 첫 승을 거두며 출발했지만 이후 슬로베니아, 노르웨이, 스웨덴에 차례로 패했다. A조는 이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가 8강행을 확정한 가운데, 한국은 남은 1장의 티켓을 놓고 4일 열리는 강호 덴마크와의 경기를 잡아야만 희망이 있는 상황이다.

세계로 향하는 일본 구기 종목
 
 
이처럼 한국 구기 종목이 올림픽에서 극심한 '암흑기'를 보내고 있는 반면, 정작 아시아의 최대 라이벌로 꼽혔던 일본은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도 뼈 아프게 다가온다.

일본 남자축구는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파라과이, 말리, 이스라엘을 격파하고 3전 전승을 거두며 8강에 진출했다. 아시아 팀 중 조별리그를 통과한 것은 일본이 유일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본이 23세 이상 선수를 대표팀에 3명까지 포함 수 있는 '와일드 카드'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도 압도적인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이번 대회에서 와일드 카드를 한 장도 쓰지 않은 팀은 일본이 유일하다. 그만큼 선수층이 두터운 일본이 자국의 황금세대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축구는 1968년 멕시코 올림픽 동메달 획득 이후 56년 만에 메달을 노리고 있다. 일본은 3일 열리는 8강전에서 유럽의 강호인 '무적함대' 스페인과 준결승 진출을 다툰다.
 

▲ 7월 30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축구 D조 조별리그 이스라일과 일본의 경기 ⓒ AP=연합뉴스


일본의 선전은 축구만이 아니다. 일본 남자농구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 남자농구 조별리그 B조 경기에서 개최국이자 우승후보로 꼽히는 프랑스를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벌이며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90-94로 석패해 하마터면 대회 최대의 이변을 일으킬 뻔 했다.

NBA 차세대 최고스타로 꼬히는 빅터 웸반야마(샌안토니오 스퍼스) 등 호화 멤버를 보유한 프랑스를 상대로 신장 172cm에 불과한 단신가드 카와무라 유키가 29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로 맹활약한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 내용면에서도 4쿼터 막판에 프랑스에 유리한 홈콜 논란만 아니었다면 일본이 이길 수도 있는 경기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본 남자농구는 약 10년 전만 해도 아시아에서도 중위권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FIBA 농구월드컵에서 아시아 팀 최고 성적인 3승을 거두며 48년만에 올림픽 자력출전권을 따내 한국과 대조를 이뤘다. 하치무라 루이와 와타나베 유타, 토미나가 케이세이 등 NBA 무대까지 밟은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내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 여자농구 대표팀은 자국에서 열린 2020 도쿄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이변을 연출했고, 이번 파리올림픽에도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또한 일본은 야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2020 도쿄 올림픽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연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은 구기 종목 3대 프로스포츠(야구, 농구, 축구)만 놓고봤을 때 어느덧 아시아를 넘어 세계 수준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 구기 종목은 세대 교체와 국제 경쟁력 강화에 연이어 실패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유일하게 남자축구는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 등 '황금세대'를 맞이했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축구협회의 무능한 행정으로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팬들로서는 올림픽 무대를 당당하게 누비고 있는 일본 구기 종목의 성장을 복잡한 감정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 1일(현지시각)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농구 독일과 일본의 경기.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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