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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궁은 세계 최강인데 윤 정부는 망해가는 이유

[강명구의 뉴욕 직설] 공정과 다양성: 양궁과 미국 대선이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두

등록|2024.08.05 12:07 수정|2024.08.05 12:07

▲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 남수현, 임시현, 전훈영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여자단체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리 여자 양궁 국가대표팀이 올림픽 단체전 10연패를 했다는 소식이 반갑다. 36년 동안 세계 1위를 유지한 이 놀라운 성과의 비결이 궁금해졌다. 단톡방에서 그 비결을 묻자 친구가 한마디로 답했다. "공정!"이라고. (한국 양궁 국가대표팀은 사상 처음으로 5개 전 종목을 석권했고, 금메달 5개·은메달 1개·동메달 1개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선발전이 올림픽 본선보다 더 치열해서 모든 선수는 과거 성적과 무관하게 동등한 자격으로 실력을 겨룬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 올림픽 3관왕을 했던 선수도 이번 올림픽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정성적 평가가 없는 기록 경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보이지만, 양궁의 성적은 다른 기록경기들에 비해서도 분명 독보적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이런 결과가 나올 순 없다.

왜 이 좋은 성공모델이 다른 체육협회나 조직, 사회 전체로 확산되지 못하는 걸까? 이 질문에 다들 침묵한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뻔해서 그런 듯하다. 얽히고설킨 '연줄'이 '공정'을 해치고 투명성을 갉아 먹는다는 것을 모두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미국 대선의 근저에 흐르는 핵심 논쟁도 '공정' 문제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미국판 '공정' 논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해리스-트럼프 대결의 의미
 

▲ 지난달 22일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워싱턴DC에서 진행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연합뉴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공정' 논쟁의 핵심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EI) 정책"에 대한 찬반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DEI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1960년대 민권운동 이후 본격화되었다. 1964년 민권법 제정과 함께 시작된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Affirmative Action)는 DEI의 시초가 되었다. 이후 교육과 고용 분야에서 소수자 우대 정책이 확대되면서 역차별 논쟁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1990년대와 2000년대에는 다양한 주에서 DEI 정책을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대학 입학에서도 마찬가지다. 2003년 미 대법원은 대학 입학에서의 인종 고려를 허용했지만, 2022년 하버드대학교 입학 정책에 대한 소송은 DEI 논쟁을 다시 격화시켰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DEI 정책은 평등과 공정성에 대한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가치관 충돌을 반영하는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았다.

DEI 옹호 세력은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이 미국 사회의 발전을 위한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때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해결책이 도출된다고 믿는다. 또한, 역사적으로 소외된 그룹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인재를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DEI 지지자들은 이러한 정책이 단순한 도덕적 의무를 넘어 경제적 이점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다양성이 높은 기업이 더 나은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며, 포용적인 사회가 더 강한 경제적 성장과 혁신을 이끈다고 주장한다. 궁극적으로 DEI 정책은 모든 구성원이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미국의 경쟁력과 사회적 결속력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해리스는 이 DEI 정책을 대변하는 상징적 인물이다.

이에 대응해 트럼프 지지 세력의 DEI 반대 논리는 주로 '역차별'과 '능력주의 훼손'에 초점을 맞춘다. 이들은 DEI 정책이 특정 인종이나 성별을 우대함으로써 오히려 불공정을 야기한다고 주장한다. 해리스가 부통령에 임명된 것부터가 실력보다는 DEI에 의한 결과라고 공격한다. 또한, 능력이 아닌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기반한 선발이 전반적인 사회 효율성을 저하시킨다고 본다. 하향평준화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더불어 DEI가 미국의 전통적 가치관을 위협하고 사회 분열을 조장한다고 우려한다. 이들은 인종을 고려하지 않는 실력 위주 접근법을 선호하며, 개인의 노력과 능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DEI는 불필요하고 해로운 정책이며 능력주의를 더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바이든과 민주당을 급진적인 좌파세력으로 규정하는 배경에는 바로 이 DEI 정책을 둘러싼 뿌리 깊은 이념적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다문화 가정 출신으로 DEI 정책을 적극 옹호해 온 카멀라 해리스의 대선 후보 등극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성이 강하다. 물론 해리스-트럼프 대결은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이 DEI 논쟁을 한층 격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는 민주당이 활력을 얻고 있다. 바이든의 후보 사퇴 이후, 해리스는 단 일주일 만에 2억 달러(한화 2550억 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모았고, 17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새롭게 참여했다. 이 정치자금을 기부한 사람들의 3분의 2가량은 처음으로 기부를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거부 정서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물론 일시적인 효과일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사회의 인구학적 변화와 최근의 선거 행태 분석들은 다문화적 배경을 가진 해리스가 다양한 유권자층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인구조사국의 2018년 장기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45년경 미국에서 비히스패닉계 백인 인구 비율이 50% 미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인구 구성의 변화는 미국 사회의 미래 비전 설계에 있어 다양성 관련 정책이 더욱 중요해질 것임을 시사한다.

과거 선거 사례를 보면, 버락 오바마는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등 주요 경합주를 석권하며 승리를 거두었다. 특히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에서의 승리는 수십 년 만의 민주당 승리였다. 바이든 역시 2020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의 경합주를 승리로 이끌었다. 특히 애리조나와 조지아에서의 승리는 민주당이 오랜만에 승리를 한 것이었다.

핵심 원인은 이들 주요 경합주에서 아프리카계, 히스패닉계, 아시아계 유권자의 투표율과 참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결국 해리스의 당선 여부도 주요 경합주에서 민주당 및 DEI 지지 세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번 미국 대선과 DEI 논쟁이 한국 사회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미국 대선 DEI 논쟁의 시사점
 

▲ 2020년 1월 2일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간부들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해 참배를 위해 현충탑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향후 미국의 국가 대전략은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와 상관없이 내부 문제 해결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와 해리스의 노선이 겉으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근본적으로는 '강한 미국의 재건'이라는 공동 목표를 추구한다. 양측 모두 '미국 우선주의'와 국익 최우선의 원칙 하에 경쟁하고 있으며 단지 그 재건을 위한 방법론에서만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미국의 내향적 전환이 가져올 국제 관계와 세력 균형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권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외교 좌표와 방향성을 재점검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성공 모델에 근거해, 미국 편승 외교에만 올인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유연하고 창의적인 외교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한편 미국의 DEI 논쟁은 '공정'의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갈등을 야기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혁신과 발전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생물학적 다양성이 종의 생존과 진화에 필수적인 것처럼 말이다.

물론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한국 사회도 미국처럼 '심리적 내전' 상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기피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며, 사회는 세대, 지역, 성별 등으로 분열되어 합리적 토론과 합의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개인의 불이익을 넘어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학연, 지연, 혈연을 기반으로 한 '연줄' 구조에 있다. 그리고 그 정점에는 특정 학벌 중심의 '순혈주의' 기득권 카르텔이 자리잡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대와 판검사 출신 인사들의 정부 및 여당 핵심 보직 독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 편의 반칙과 부패를 용인하는 비정상적인 일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나서 대통령 부인 관련 사건에서 검사의 휴대폰 압수 및 출장 조사를 옹호하고, 대통령실의 해명이 매번 달라지고 거짓으로 판명이 나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자유민주주의 근간인 '법 앞의 평등' 원칙이 대통령과 그 가족, 참모진, 그리고 여당을 포함한 집권 세력에게는 계속해서 예외적으로 적용된다. 일반 국민의 사소한 법규 위반에는 엄격하지만, 대통령 부인이 관련된 주가조작 의혹과 같은 중대 경제 범죄에는 관대한 태도를 보인다

한국 사회의 경쟁력을 증진시키고, 공정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 '연줄' 기반 기득권 카르텔의 해체와 함께 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역동적이고 혁신적인 사회로 변모해 장기 저성장의 늪에서도 탈출할 수 있다. 우리 양궁의 경쟁력과 2002년 월드컵 4강에 진출했던 히딩크 모델 등이 이미 여러차례 증명해 온 부분이다.

조직이나 사회나 내 편만 챙기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한국의 미래는 우리가 얼마나 더 포용적이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 방향으로 더욱 과감하고 신속하게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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