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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여자 대표팀 '은메달'로 최고 성적... 새역사 썼다

결승전에서 우크라이나에 막판 역전패... 끝까지 최선 다해

등록|2024.08.04 09:31 수정|2024.08.04 09:41

▲ 3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경기. 한국 최세빈(오른쪽)과 전하영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변을 넘어 새 역사를 썼다.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펜싱 종주국' 프랑스의 심장부에서 '홈 팀'까지 누르며 은메달을 획득, 여자 단체전 사상 최고의 성적을 냈다.

윤지수·전하영(이상 서울시청), 전은혜(인천 중구청), 그리고 최세빈(전남도청)까지,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한 대한민국 펜싱의 마지막 주자로 나선 검객 4인방은 3일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펜싱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크라이나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첫 경기에서 미국을 누를 때까지만 해도 결승 무대를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런 대표팀은 세계 팀 랭킹 1위의 프랑스를 누르며 최고의 경기력을 뽐낸 대한민국은 사상 첫 결승 진출의 기록도 써냈다. 결승전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에 막판 역전 패배했지만, 그럼에도 여자 펜싱은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미국 누르고... '홈' 프랑스도 완벽히 꺾었다

앞선 개인전에서 최세빈이 그야말로 '이변'을 보여줬다. 최세빈은 16강에서 세계 랭킹 1위의 에무라 미사키(일본)을 격침시키며 쾌조의 경기력을 뽐냈다. 최세빈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우크라이나의 올하 하를란에게 패해 4위에 그쳤지만, 그야말로 '언더독'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줬다.

아울러 '맏언니' 윤지수가 16강까지 진출하고, 전하영도 8강까지 오르는 등 좋은 경기력을 펼치며 단체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여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 3일 열린 여자 사브르 단체전에서 이 날 경기는 한국 펜싱 선수단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기에 유종의 미를 아름답게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그렇게 첫 경기인 8강전에서 미국을 만난 대한민국. 첫 바우트에서 전하영이 3대 5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최세빈이 2바우트 상대에 한 점을 내주는 동안 여섯 점을 몰아치면서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이어진 바우트에서 단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은 대한민국은 상대의 공세에도 이미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히려 들지 않았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전하영이 바우트 스코어 5대 2로 완승을 거두면서 45대 35의 큰 점수 차이로 미국을 상대로 승리한 대한민국. 그렇게 대한민국은 그랑 팔레를 가득 메운 홈 관중의 응원을 등에 업은, 세계 랭킹 1위의 '펜싱 종주국' 프랑스를 4강에서 만나야 했다.

준결승전의 뚜껑을 여니 뜻밖의 결과가 펼쳐졌다. 대한민국이 프랑스를 상대로 그야말로 엄청난 경기를 펼친 것. 전하영이 첫 바우트 5대 3으로 기세를 잡은 대한민국은 이어 피스트 위에 오른 최세빈이 강한 순발력을 보여주며 앞섰다. 최세빈은 10대 5로 앞서면서 2바우트를 마쳤다.

3바우트 나선 윤지수가 15대 9의 스코어를 기록한 대한민국. 다시 피스트를 밟은 최세빈이 점수 차이를 더욱 벌렸다. 최세빈은 상대가 두 점을 기록할 동안 다섯 점을 먼저 얻어내며 경기의 무게추를 벌려내는 데 성공했다.

5바우트 전하영이 상대의 추격을 다섯 점 차까지 허용하는 등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다시 일곱 점 차이로 점수 차를 벌리며 스스로 아쉬움을 만회한 전하영. 그런 힘을 받아 대한민국은 전은혜가 앞선 개인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사라 발저에게 대등한 경기를 펼치며 리드 차이를 유지할 수 있었다.

다시 최세빈과 윤지수가 스코어 차이를 지켜낸 데 이어, 마지막으로 피스트를 이어받은 전하영이 경기를 마무리지으며 대한민국은 '종주국' 프랑스를 무려 45대 36의 큰 점수차로 꺾을 수 있었다. 그렇게 극적으로 '파이널 피스트' 위 주인공이 된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결승에 향한 기쁨을 함께 나눴다.

막판 역전패로 은메달... 하지만 올림픽 새 역사 써냈다

이어 열린 우크라이나와의 결승전. 첫 번째 주자로 전은혜 선수가 피스트 위에 올랐다. 상대 첫 주자로 나선 올하 하를란에게 첫 득점을 내줬던 전은혜는 다시금 난전 상황 점수를 얻어내며 따라갔다. 라인 아웃 등 아쉬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연속 실점하나 싶었던 전은혜는 3대 5로 선방하며 전하영에게 피스트를 넘겨주었다.

율리아 바카스토바를 상대한 전하영. 첫 득점을 내줬던 전하영은 다시 심기일전해 빠른 공격에 나섰다. 전하영은 역전에 성공, 10대 8의 스코어를 만들면서 최세빈에게 피스트를 넘겨줬다.

최세빈은 알리나 코마시추크를 상대해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경기 끝에 15대 13의 스코어로 바우트를 스스로 마치고 피스트를 내려오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다시 피스트에 오른 전은혜는 날렵하게 율리아 바카스토바를 상대해, 다섯 점을 따내는 동안 상대에 단 한 점을 내주면서 완벽하게 바우트를 마무리했다.

이어 올하 하를란을 다시 만난 최세빈. 자신의 동메달을 무산케 했던 선수를 다시 만나 고전했지만, 다행히도 최세빈은 두 점 차 리드를 지키며 바우트를 마쳤다. 피스트를 넘겨받은 전하영은 6바우트에서도 두 점 차 리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7바우트 최세빈이 율리아 바카스토바에게 동점을 허용하는 등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다행히도 두 점 차 리드를 이어가며 전은혜에게 피스트를 넘겨줄 수 있었다. 전은혜는 세 점 차 리드를 안겨주면서 금메달에 한국이 가까워지게끔 만드나 싶었다.

마지막으로 피스트 위를 밟은 전하영. 하지만 전하영은 올란 하를란을 만나 40대 40, 동점을 허용하며 위기에 몰렸다. 그런 전하영은 전광석화와 같은 공격력으로 점수를 뺏어내며 다시 리드를 잡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경기는 치열했다. 전하영이 주춤한 사이 42대 43의 스코어로 막판 역전에 성공한 우크라이나. 이어 우크라이나는 두 점을 더 연속 득점하면서 자신들의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화마 속에서도 집념을 발휘해 역전 승리, 상대 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수 받을 만한 경기를 펼쳤다.

대한민국 역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윤지수·김지연·서지연·최수연으로 구성된 여자 사브르 단체전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낸 이래 3년 만에 메달의 색깔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올림픽은 '젊은 피'로 구성된 선수들이 내놓은 성과이기에, 앞으로의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이 더욱 활약할 여지도 남길 수 있게 되었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 런던 이후 '최고 성과'

대한민국 펜싱은 3일 여자 사브르 단체전 경기를 마지막으로 이번 올림픽의 모든 경기를 마쳤다. 3일 여자 사브르 대표팀의 은메달을 비롯해 오상욱이 남자 사브르 개인전 금메달, 오상욱·구본길·박상원·도경동의 '뉴 어펜저스'가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대표팀은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의 성적을 올렸다.

2012년 런던 올림픽(금2·은1·동3)에 필적하는 성과를 내며 '12년 만의 올림픽 최고 성적'을 기록한 한국 펜싱. 물론 에페·플뢰레 등 종목에서의 저조한 성적을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기기는 했지만, 남녀 사브르 대표팀이 보여준 여정은 '역대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기에 충분하다.

특히 남자 사브르 대표팀의 경우 김준호·김정환의 은퇴와 함께 박상원·도경동의 합류로 자연스러운 세대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여자 사브르 역시 베테랑 윤지수와 함께 20대 선수인 전은혜·전하영·최세빈이 함께 해 좋은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LA, 브리즈번, 그리고 앞으로를 더욱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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