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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보다 무서운 '환경 기억상실'

아이유도 잊히는데 기후변화는 오죽할까

등록|2024.08.05 16:39 수정|2024.08.06 18:33
얼마 전 물건을 사러 동네 마트에 들렀을 때의 일이다. 계산을 위해 기다리는 필자의 뒤로 꼬마 녀석 둘이 섰고, 주변에서는 가수 아이유의 노래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때 한 꼬마 녀석이 친구에게 이 곡이 누구의 노래인지 물었고 친구는 대답이 없었다. 내가 뒤로 돌아 아이유 노래라고 답해주자 두 녀석이 말했다.

"아, 옛날 가수예요?"

이런... 수식어조차 필요 없는 시대의 아이콘 아이유에게 이 무슨 일인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도 그저 자연스런 현상일 뿐, 시간은 흐르고 모든 것은 잊힌다.

문화계의 '셀럽'도 시간의 흐름 속에 있게 마련인데, 피부에 와닿지 않는 '기후변화'와 같은 거대담론쯤이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에 안성맞춤이지 않을까.

기후변화의 속도? 가속도!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말은 소위 '집돌이와 집순이'의 두문불출 성향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서 현관문을 열고 폭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거대한 도전인지 우리는 매일 느끼며 살아간다.

실제 서울의 폭염일수(일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날의 수) 통계를 보면 1970년대 연평균 5.8일, 1980년대 5.2일, 1990년대 8.4일, 2000년대 5.9일로 한 자리 수를 유지하다가 2010년대 12.6일, 2020년대(2020~2023년) 12.8일로 껑충 뛰었다.

특히 2016년 24일과 2018년 35일 등 최근엔 그 일수가 폭증하여 2016년 이후 한 자리 숫자 폭염일수를 보인 해는 2020년(4일) 한 해 뿐이다.

굳이 숫자로 말하지 않아도 매해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쯤은 우리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 자체의 변화 속도, 즉 기후변화의 가속도를 눈으로 보게 되면 절망감이 찾아온다.

메인대학교 기후변화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많은 선들이 아래쪽에 겹쳐있어 과거의 기후변화 속도는 상대적으로 느렸다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최근 몇 년간의 선들은 그 무리에서 완전히 이탈했으며 지구평균기온 상승의 고삐가 풀려 버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연별 매일의 전지구 평균 기온(가로축 월, 세로축 기온, 각 곡선은 각 년도). 적색은 2024년, 황색은 2023년. ⓒ Climate Reanalyzer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각국은 21세기 말까지의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시대 이전 대비 1.5도 선에서 방어하고, 2도 상승은 필수 저지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올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2018년 이후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의 관련자를 대상으로 질의한 결과, 목표인 1.5도 상승 저지를 예상한 학자는 6%에 그쳤고, 무려 77%가 2.5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 예견했다.

특히 각국의 이해관계와 경제발전을 향한 욕망으로 온실가스 배출과 삼림의 벌채 등이 멈추지 않고 있기에 이러한 회의적 시각은 더욱 커져만 간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도 세대 차이

기후변화를 경험하는 개별 주체인 우리는 어떨까. 일상 속에서 '기후변화'라는 말을 밥 먹듯이, 아니 그 밥의 알곡 수만큼이나 자주 듣고 살지만 그 위기감도 모두 같게 느끼고 있을까.

어릴 적 경험했던 자연환경과 현재의 차이를 모두가 다르게 느끼기에, 기후변화에 대한 충격의 깊이는 기후변화가 적었던 시기의 기억이 남아있는 앞선 세대에서 더욱 뚜렷하다.

한국환경교육학회의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기후변화 인식과 대응 행동의 세대 간 비교: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를 살펴보면 베이비붐 세대(1956∼1964년 출생)에서 Z세대(1997∼2006년 출생)로 갈수록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경제성장 포기 가능성을 낮게 응답해, 기후변화 저지의 적극적 의사가 감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환경 기억상실에서 깨어나야

이렇듯 세대 간 태어난 당시를 기준으로 현재의 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현상을 '환경에 대한 세대 간 기억상실'이라고 한다. 세대가 거듭될수록 기후변화가 빠르게 진행됨에도, 오히려 그 환경을 '원래 상태'로 인지하기 시작하며 무뎌지는 것을 말한다.

서두에서와 같이 이 역시도 자연스런 현상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의 생존에 관련된 문제는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개인이 기후변화를 잊지 않고 경각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 끊임없이 환기시켜 미래 세대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 오수빈,and 윤순진. "기후변화 인식과 대응 행동의 세대 간 비교: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環境 敎育 35.4 (2022): 341-362.
-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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