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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복서 은감바, 난민팀 역대 첫 올림픽 메달 나왔다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75kg급 준결승 진출, 최소 동메달 확보

등록|2024.08.05 13:50 수정|2024.08.06 18:39

▲ 은감바는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75㎏급 8강전에서 프랑스의 다비나 미셸에게 5-0,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 AP/연합뉴스


조국 카메룬을 떠나 영국에서 복싱을 배운 신디 은감바(25)가 올림픽 난민팀 역대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은감바는 4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노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복싱 75㎏급 8강전에서 프랑스의 다비나 미셸에게 5-0(30-27 30-27 29-28 30-27 29-28)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뒀다.

이로써 준결승에 진출한 은감바는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고, 더 나아가 금메달 혹은 은메달에 도전한다. 올림픽 복싱은 준결승에서 패한 선수들의 동메달 결정전을 따로 치르지 않고 모두 동메달을 준다.

11살 때 조국 떠난 설움, 올림픽 메달로 날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내전 및 전쟁, 차별, 탄압 때문에 조국을 떠난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난민팀을 구성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때 10명의 선수로 처음 선보인 난민팀은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때 29명,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37명으로 늘어났다.

개회식에서 난민팀 기수로 나선 은감바는 앞선 두 번의 올림픽에서 참가에 의의를 뒀던 난민팀에 첫 메달을 안겨줬다.

은감바는 11세 때 카메룬을 떠나 영국에 도착했지만, 이민 서류를 분실한 탓에 런던의 수용 시설로 보내지기도 했다.

특히 성소수자인 은감바는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는 카메룬으로 돌아갈 수 없었기에 두려움 속에 지내면서 15세 때 복싱에 입문했다. 비록 영국 시민권을 얻지 못해 국가대표팀이 될 수는 없었지만, 열심히 훈련하며 올림픽 메달의 꿈을 키웠다.

은감바는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난민팀으로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은 인생을 바꿀 기회"라면서 "전 세계 많은 난민들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8강전에 나선 은감바는 개최국 프랑스 홈팬들이 상대를 일방적으로 응원함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내 우위를 보이면서 마침내 메달을 확보했다.

내친김에 금메달 도전... "무엇이든 이룰 수 있어"

은감바는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최초의 난민이 되어서 너무 기쁘다"라며 "전 세계 난민들에게 열심히 노력하고 스스로를 믿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의 훈련을 도와준 영국 대표팀에 "나에게 희망과 믿음을 줬고,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곁에 있어 줬다"라며 감사를 전한 은감바는 "다른 난민들은 물론 전 세계 선수들처럼 나 역시 한 명의 인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난민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라면서 "준결승에서도 승리해 메달의 색깔을 바꾸고 싶다"라고 금메달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은감바는 오는 9일 열리는 준결승에서 파나마의 아테이나 바이롱과 맞붙어 결승 진출에 도전한다.

이 밖에도 내전 중인 시리아를 떠나 요르단에서 태권도를 배운 야히아 알 고타니(남자 68kg급), 육상 남자 1만m에 출전하는 남수단 출신 도미니크 로발루 등이 난민팀의 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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