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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이 여장한 영화?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리뷰] 영화 <파일럿>

등록|2024.08.06 10:50 수정|2024.08.06 18:44

▲ 영화 <파일럿> 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가진 꿈이나 목표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그 꿈을 이룰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필요한 것들에 집중한다. 목표를 이루고 나서도 계속 잘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더 잘하기 위해, 잘하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그런 모습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다. 오로지 한 곳 만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누구나 닮고 싶어 하게 된다.

하지만 목표로 향하는 동안 시야는 좁아질 수 있다. 주위 사람들은 보이지 않거나 작아 보인다. 목표를 이루는 데 중요하지 않은 일들은 신경 쓰지 않거나 뒤로 미뤄버린다. 그렇게 우선순위에서 주변이 밀려난다. 때로는 잘못되거나 위선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목표를 이룬 성공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 뒤에는 미뤄둔 그늘이 있다.

영화 <파일럿>의 주인공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계속 달려온 항공사 기장 한정우(조정석)다. 한정우는 목표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고 결국 항공사 기장이 됐다. 그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능력을 지닌 파일럿으로서, 동료들에게 존경받으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왔다. 결혼 생활도 화목해 보였고, 외부에서는 그가 모든 것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성공 뒤에는 결코 밝힐 수 없는 그늘이 존재했다. 자신의 커리어와 성공을 지키기 위해 주위 많은 것들을 희생했고, 그것이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첫 번째 감정] 한정우의 자신감

▲ 영화 <파일럿>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정우는 자신감이 넘치는 인물이다. 그는 기장으로서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 초반 그는 유명한 TV방송프로그램에 나가 인터뷰를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놓는다.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보인다. 다른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성공한 사람의 아우라가 있다. 항공사 내에서도 존경받고, 외부 사람들에게도 존경받는 그는 당연히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송이 끝난 이후, 그는 가족에게 충실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지도 않는다. 밖에서는 자상하고 좋은 사람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성공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그의 자신감은 그 자신만을 위한 것이다. 자신이 돋보여야 하고, 계속 성공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최우선 순위다. 그래서 그는 오직 기장이라는 일에 충실하다.

그런 태도로 삶을 살아가던 한정우는 단 한 번의 구설수로 일과 가정 모두 잃고 추락의 길을 걷게 된다.

[두 번째 감정] 한정미의 불안함

▲ 영화 <파일럿>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한정우는 항공사에 재취업할 수 없게 되자 신분을 위장한다. 자신의 여동생 한정미의 신분을 이용해 다른 항공사에 취업하게 된다.

취업에 성공한 그는 정체를 숨겨야 한다는 불안함에 시달린다. 뛰어난 비행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도 정체가 드러날까 두려워 숨겨야 한다. 관객의 입장에선 그런 그의 아이러니한 모습이 전달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큰 웃음을 짓게 된다.

한정미의 불안감은 단순히 정체가 드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뿐 아니라, 자신의 비행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안감까지 포함된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에도 그는 늘 가짜 신분으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이 불안감이 오히려 그를 원래의 삶으로 데려다 놓는다. 일 외적으로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된다. 자녀와의 시간을 늘리며, 아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주변 동료들과도 교류한다. 비록 신분은 가짜였지만, 그의 삶에 대한 태도는 진짜처럼 보인다. 그는 이를 통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진정한 삶을 발견한다.

한정미로 사는 동안 한정우는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찾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그 행동엔 진심이 들어있다. 비록 그의 삶은 여전히 복잡하고 불안정하지만, 점차 자신을 되찾고 더 나은 삶을 위한 길을 찾아 나선다.

[세 번째 감정] 윤슬기의 분노

▲ 영화 <파일럿>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윤슬기(이주명)는 부기장으로 일하고 있다. 한정우가 잘 나가는 기장이던 그 회사에 같이 다니고 있었으나, 한정우 때문에 직장에서 잘리고 다른 회사로 가야 했던 인물이다. 그녀는 한정우에 대한 깊은 분노를 품고 있고, 차가워 보이는 그녀의 내면에는 깊은 상처가 있다. 이 영화에서 그녀의 분노는 강하게 드러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윤슬기의 분노는 한정우가 가진 자신감에 흠집을 낸다. 그녀의 분노는 한정우를 한정미로 만들게 된 계기가 된다. 한정우는 한정미로 변신해 여성으로서 겪는 남성들의 시선과 고충을 직접 겪는다. 이를 통해 그는 윤슬기가 왜 그렇게 분노를 가지게 됐는지, 자신이 한정우로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깨닫게 된다.

윤슬기는 한정우를 증오한다. 하지만 그가 여장을 한 인물인 한정미에게는 서서히 호감을 느끼게 된다. 윤슬기는 한정미로 위장한 한정우의 모습 속에서 진짜 동료라는 느낌을 느끼고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윤슬기의 분노는 단순히 한정우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녀가 경험한 부당한 대우와 차별, 그리고 그로 인한 상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녀의 분노는 한정우에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게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녀는 한정우와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게 된다.

영화 <파일럿>은 주인공 한정우가 다시 한번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는 한정미로 변장해 다시 파일럿으로 돌아가지만, 유명세를 타면서 또다시 한정우 시절의 실수를 반복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는 자신의 문제점을 점차 깨닫게 된다. 처음에는 '관종' 같은 모습으로 보였던 그의 캐릭터가 변해가는 과정은 이 영화가 진정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일 것이다.

이 영화는 조정석 배우의 연기로 빛을 발한다. 조정석은 특유의 코미디 연기를 통해 영화의 무거움을 덜어내며 관객에게 웃음을 준다. 심하게 망가지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코미디 연기를 펼쳐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경쾌하게 만든다. 조정석의 호감 있는 연기는 영화에 매력을 더해준다.

한선화, 이주명, 신승호 등 다른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이들은 각자의 캐릭터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스토리를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한선화는 진짜 한정미 역할로 등장해 조정석과 코미디 연기를 보여준다. 이주명은 윤슬기의 분노를 잘 드러내며, 그녀가 느꼈던 감정들과 캐릭터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신승호는 한정우와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풀어내면서 영화의 긴장을 유지해 주는 한편, 코믹함을 더해준다.

김한결 감독은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 보여준 연출 스타일을 이번 영화에서도 이어가며 일상 속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함을 발휘한다. <파일럿>에서도 복잡한 인물 관계와 감정을 능숙하게 엮어내며, 각 캐릭터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그는 사람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들이 어떻게 변화하고 성장하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영화 <파일럿>은 한정우의 변화와 성장을 통해 관객에게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던 중 놓치기 쉬운 것들을 돌아보게 만들며,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한정우는 결국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삶의 다른 측면을 발견하게 되며, 관객들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 위선과 진정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얻게 된다.

이 영화의 코미디도 무척 훌륭하지만, 단순한 코미디 이상의 메시지도 분명 있다. 무엇보다 조정석의 열연이 더해져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와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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