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부가 손 놓은 '사이버렉카' 막을 방법은 없나?

온라인 사이버렉카 피해 대책 마련 위한 정책 토론회

등록|2024.08.05 17:47 수정|2024.08.05 17:47
 

▲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국회의원과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Koddic)가 주최한 '온라인 사이버렉카 피해 대책 마련 위한 정책 토론회 ⓒ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 제공

 

최근 쯔양 사건으로 드러난 사이버렉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정을호(비례대표) 의원과 사단법인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아래 코딕 Koddic)가 주관한 '온라인 사이버렉카 피해 대책 마련 위한 정책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습니다.

 

허위 사실 유포, 성관계 요구 등 사이버렉카 피해 사례

 

토론회에 참석한 크리에이터(유튜버)들은 자신들이 겪은 피해 사례를 털어 놓았습니다. 모 유튜버는 "사이버렉카로부터 있지도 않은 사실로 협박을 받았다"면서 "이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유튜버는 "주변 지인과 가족에게도 허위 사실을 유포해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고통을 받았다"고도 말했습니다. 한 여성 유튜버는 사이버렉카로부터 협박과 함께 성관계 요구도 받았다면서, 거절했더니 유튜브에 자신을 저격하는 영상이 올라왔다는 증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사법당국에 신고했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증언도 속속 나왔습니다. 모 유튜버는 사이버렉카를 고발해 검찰로 송치됐지만 초범이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동현 변호사(민생경제연구소 공익법률지원단)도 "과거 언론중재위원회에 유튜버 관련 민원이 상당히 많았지만 대부분 1인 미디어라 법적인 제재 등이 어려웠다"고 토로했습니다.

 

▲ 사단법인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가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이버렉카 피해 사례 ⓒ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 제공

 

이날 이상근 코딕 이사는 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이버렉카 피해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피해를 입은 유튜버 채널이 49%, 절반에 해당했습니다. 피해 사례로는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가 34%이며, '지속적인 협박 및 사이버 폭력'이 8.5%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를 보면 사생활 관련 허위사실, 프로필 사진 도용, 지속적인 사이버불링(사이버 공간에서 가해지는 괴롭힘 행위)과 명예훼손 등이 있었습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폭로하여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거나 과거 이력을 폭로한다고 협박해 뒷돈을 받거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폭로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유튜버와 전문가들, 사이버렉카 피해 막기 위한 대책 필요

 

▲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국회의원과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Koddic)가 주최한 '온라인 사이버렉카 피해 대책 마련 위한 정책 토론회 ⓒ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 제공

 

유튜버들은 사이버렉카 근절 방법으로 법안 신설 57%, 경찰과 검찰의 신속한 수사 21%, 플랫폼 규제 강화 19% 순으로 응답했습니다. 특히 유튜버들은 사이버렉카 채널들이 자극적인 소재로 조회수 상승을 통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들이 '수익 창출 불가' 등의 규제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익 창출 불가' 규제만으로는 사이버렉카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오동현 변호사(민생경제연구소 공익법률지원단)는 "수익 금지는 사후적인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범죄수익 환수 등의 강력한 법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통과 여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사이버렉카 범죄는) 현행 형사법으로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 오히려 새로운 법안으로 건전한 유튜버들조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법안 신설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사이버폭력으로 인한 연예인 자살 등이 벌어지는 것은 우리나라가 법적으로 사이버폭력을 정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사이버폭력에 대한 정의부터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국회의원과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Koddic)가 주최한 '온라인 사이버렉카 피해 대책 마련 위한 정책 토론회 자료집, ⓒ 한국디지털콘텐츠크리에이터협회 제공

 

토론회에 참석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이버렉카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는 실태 조사는커녕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정헌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유럽연합에서 디지털서비스법이 발효되면서 대형 플랫폼 기업이 불법, 허위 사실 콘텐츠를 신속하게 제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피해자가 삭제를 요청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토론회를 주최한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부 사이버렉카에 의한 피해는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플랫폼에 따라 그 형태를 바꿔가며 피해가 계속될 것"이라며 "그 피해가 국민의 생명과도 연결되는 사안이라면 더 이상 국회가 좌시해서는 안 된다. 이번 토론회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사이버렉카 피해 대책을 마련하고,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천만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유튜버 쯔양 사건으로 수원지검은 유튜버 구제역(이준희)과 주작감별사(전국진), 카라큘라(이세욱) 등을 구속했습니다. 쯔양 측은 유튜버 김세의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 대표도 협박·강요·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